국제유가 하락해도 국내 총에너지 수요 감소 "기현상"
소진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산업연구본부장

소규모 태양광-해상풍력-연료전지는 수혜가 예상되지만 대규모 태양광은 사업성 악화가 예상된다.

총에너지 1.4% 감소, 최종에너지 수요도 전년비 1.3% 감소
석탄화력 발전량 천연가스 대체, 가스 수요 3.4% 증가 예상
소규모 태양광-해상풍력-연료전지 "맑음". 대규모 태양광 "흐림"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강도 높은 제한조치를 시행했으며 시의적절하고 창의적인 대응을 통해 아직 2차 확산의 우려는 있지만 비교적 조기에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저지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경제사회활동의 위축을 동반했고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KDI는 우리나라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기존 2.3%에서 0.2%로 하향조정하여 발표했다.

경제사회활동의 위축은 에너지 수급의 변화를 초래했으며 우리나라 에너지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지난 3월의 에너지 수급 상황을 보면 총에너지 기준으로 수요가 전년 동월 대비 5.2% 하락했다.

에너지원별로는 석유와 석탄의 수요가 각각 8.3%와 13.5% 감소했고 천연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은 다소 증가했다.

석탄의 경우는 동절기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을 줄인 영향이 큰 반면, 석유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대응한 제한조치로 인해 수송용 연료의 소비가 많이 감소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최종에너지 기준으로는 3월 수요가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했으며 부문별로는 수송부문이 20.0% 감소해 가장 많이 하락했다.

그 다음으로 상업부문이 3.9% 하락했고 산업과 공공부문도 각각 1.5%, 1.8% 하락했다.

반면, 가정부문 에너지 수요는 4.1% 증가했으며 제한조치로 인한 재택시간 증가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 향후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 상황은 어떻게 변화하며 에너지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분석해본다.

국제 유가와 에너지 수요

에너지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자. 유가에 영향을 주는 수요와 공급측의 주요 변수들에 코로나19의 영향을 반영하여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지난 5월에 전망한 2020년 연평균 국제 유가는 $37.6/b다.

이 전망치는 OPEC의 감산 공조체제가 유지되고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전세계의 제한조치들이 점진적으로 완화돼 석유 수요가 완만하게 회복될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다.

OPEC의 감산준수율 정도와 석유 수요의 회복 속도에 따라 국제 유가는 영향을 받으며 경우에 따라 최소 $31.5/b에서 최대 $46.0/b 범위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가격이 하락하면 통상적으로 그 수요는 증가하지만 이번 사태는 주로 수요측면의 충격으로 야기되었기 때문에 국제 유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총에너지는 전년 대비 1.4% 감소하고 최종에너지 수요 또한 전년 대비 1.3% 감소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0년 에너지 수요 전망치를 활용하여 에너지원별로 시장을 전망하면 다음과 같다.

석유

우리나라의 올해 석유 수요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할 전망이다.

석유 수요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산업부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산업 생산 활동이 위축되겠으나 석유화학 설비 증설의 영향으로 납사 등 원료용 수요가 증가하여 전년 대비 2.3% 증가하고 가정부문도 재택시간 증가로 에너지 수요가 다소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수송부문에서 휘발유, 경유, 항공유를 중심으로 수요가 5.9% 감소하고 상업부문의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의 국내가격은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하락했다. 지난 5월 3주차의 휘발유와 경유의 리터당 판매가격은 각각 1249원과 1060원으로 1월 4주차 가격에 비해 각각 20.5%와 24.3% 하락했다.

올 하반기 평균유가가 $36.3/b 수준을 유지할 경우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5월 3주차 가격보다 리터당 70~90원 정도 상승할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 수요 감소 및 저유가로 인해 정제마진의 악화와 원유 재고의 평가손실을 경험했으며 이로 인해 정유부문에서 1분기에 4조422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 역대 최악의 실적을 보고했다.

이후에도 석유 수요의 감소와 생산시설의 과잉으로 정제마진의 악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 유가의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금년 내에 경영실적의 개선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주유소업계는 2010년 이후부터 주유소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수송용 석유제품 수요의 감소로 인해 경영환경 악화가 심화돼 한계주유소의 폐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석탄화력 발전량을 천연가스가 대체함으로써 국내 가스 수요는 올해 3.4% 증가할 전망이다.

천연가스

천연가스 부문은 도시가스의 수요가 감소하지만 발전용 천연가스의 수요가 그 이상으로 증가하여 전체 수요는 전년 대비 1.0% 증가할 전망이다.

발전 부문에서 전력 수요가 감소하지만 주로 석탄 화력을 중심으로 기저 발전량이 감소하고 천연가스 발전이 그 감소분의 일부를 대체하면서 발전용 천연가스의 수요는 오히려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가스 수요는 코로나19의 영향과 더불어 저유가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악화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1.1%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 유가 하락 영향으로 천연가스 가격도 하락하지만 타 연료 대비 상대가격은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 연평균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은 전년에 비해 23% 정도 하락해 타 발전연료 대비 천연가스 경쟁력은 개선될 전망이다.

발전부문 천연가스 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천연가스 요금 하락 영향으로 발전용 천연가스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은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지난 2월부터 석탄 대비 천연가스 상대가격은 하락하는 추세이며 유가하락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하반기에는 가격경쟁력이 더욱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유가 변동이 약 3개월에서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천연가스의 도소매 가격에 반영되는 특성 때문이다.

산업용 도시가스의 가격 또한 하락할 전망이나 유가 변동 영향의 시차로 인해 LPG(프로판) 대비 산업용 도시가스의 상대가격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도시가스 수요의 감소로 인해 도시가스사의 매출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LNG와 LPG의 전환이 용이한 산업용 도시가스의 경우는 가격경쟁력 확보가 매출 개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전력 수요는 산업과 상업부문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할 전망이다.
 산업부문 전력 수요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과 경제성장률의 급락 등으로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부문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도소매, 음식, 숙박, 공연, 예술, 스포츠 등 업종을 중심으로 수요가 대폭 감소하여 전력 수요가 연간 0.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부문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은 다른 부문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회 전반적으로 외부활동이 줄어들며 재택시간이 증가하여 전력 수요는 전년 대비 3.1%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된 3월을 보면 가정부문의 전력 소비가 전년 동월 대비 9.8% 증가한 바 있다.

전력 수요의 감소와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 하락으로 인해 올해 연평균 시스템한계비용(SMP)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정산금 총액 또한 하락이 예상된다.

매출에 대한 SMP 하락의 영향은 발전원별로 다르게 나타나며 석탄과 원자력 발전의 경우 SMP 하락에 따른 매출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LNG 발전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연료 구매비용의 하락이 긍정적인 요인인 반면, 전기판매단가의 하락으로 인해 실질적인 영업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최종 소비 부문의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건물부문의 양호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문의 정체와 수송부문의 감소로 인해 전년 대비 2.4%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수송부문의 바이오디젤 수요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유 수요가 줄어 전년 대비 5%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부문은 태양광 등 주요 에너지원의 발전량이 증가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분류체계의 변화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2.4%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에 비재생폐기물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 분류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신재생에너지 법령이 개정돼 통계에서 이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주로 의무화 정책(RPS)에 의존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의무비율의 조정이 없다면 보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LNG 가격의 하락, SMP의 하락, REC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가중치가 높은 소규모 태양광, 해상풍력, 연료전지 등의 사업성은 일시적으로 개선될 수 있으며 특히 연료전지는 LNG가격의 하락과 REC 가격의 상승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반대로 가중치가 낮은 대규모 태양광 등은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면, SMP 하락으로 인해 REC 가격이 상승하여 그 정산금이 증가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이 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 제조업은 유가하락으로 인해 그리드패리티가 역전될 경우 글로벌 시장이 축소돼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태양광 등 수출 중심의 제조업은 단기 실적 하락이나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전세계의 2020년 에너지시장을 에너지원별로 전망해 보았다. 에너지원별로 그 특성과 여건에 따라 코로나19의 단기적인 영향은 다소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통해 Post-코로나의 중장기 에너지시장을 예단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코로나19의 지속 기간이나 재확산의 가능성이다. 당장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코로나19의 상황이 변할 때마다 경제성장률, 국제 유가 그리고 에너지 수요에 대한 전망은 수시로 업데이트 되었다.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재레미 리프킨은 지난 10년간 6번의 감염병이 대유행했던 사례를 근거로 이번 코로나19가 1회성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세계 각국 정부들이 코로나19의 재확산 없이 제한조치를 완화하거나 백신이 조속히 개발된다면 사회경제활동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불확실성은 에너지시장의 참여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이다. 예를 들어 공급 측면에서 OPEC의 감산준수율은 향후 국제 유가를 포함한 에너지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어떤 정책을 선택할 것인가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다.

특히 현재 주요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위 그린뉴딜정책의 에너지 관련 부분은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그 이전으로의 대칭적인 회귀를 막고 에너지전환을 강화하고자 하는 흐름으로 이해된다.

Post-코로나 에너지시장의 미래는 상존하는 여러가지 불확실성 하에서 코로나19라는 자연의 재앙에 대응하여 우리가 어떤 경로를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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