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편집위원

2009년 12월 중동의 작은 나라인 UAE에서 20조원에 상당하는 한국형원전 건설수주 소식이 날라 오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원자력산업과 연관 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뛰어 오르고 향후 운영정비까지 포함하여 추가적인 20조원 수주예상 소식과 함께 추가 건설의 희망적인 소식에 향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의 보배로 취급되었다.

당시 취임 후 소고기 광우병 파동으로 연일 촛불시위에 이렇다 할 정책을 추진하지도 못하던 이명박 정부도 활색이 돌았다. 수출 발표 후 다음 달 정부 대책에서 2012년까지 10기를 수출하고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하겠다고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연구개발, 수출인프라 등에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수출을 위한 후속대책에 착수한다.

하지만 UAE 수출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추가적인 수출실적은 “0”이다. 지금도 희망적인 수출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희망적인 수출소식은 쏙 들어간 지금은 폐로를 황금시장으로 놓고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까지 계획하고 있는 상황인데, 거대한 환상적인 무지개를 논하기 전에 현실적인 팩트를 놓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원전을 수출할만한 마땅한 곳이 없거니와 수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지역 국제분쟁과 사용후핵연료와 폐기물 문제 등 원전이 처할 수 있는 특수상황을 대처하기 어려우면서 막무가내로 수출만 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미국이 수출할 때 최대한의 공급망을 제공하는 국제분업 형태의 수출이 검토될 수 있으나 이는 우리 스스로 선택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추진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막상 미국의 가장 큰 원전수출회사가 부도를 밥먹듯 하는 상황이라 자칫 이러한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사실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등 서방 원전수출회사들이 전부 부도나고 통폐합되어 현재 명맥만 근근히 유지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전이나 한수원 같은 국가 공기업이 수출에 발이 묶여 부도가 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향후 수출건도 없는 상황에서 원전 산업계를 유지하기 위한 원전건설만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전 100여기를 자국내 건설하며 세계 시장을 주도했던 미국의 경우처럼 세계 원전시장은 대부분 자국내의 건설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하였지만 자국내 건설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해외수출시장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대부분 부도, 통폐합 등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독일 Siemens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될 세계 시장전망을 미리 내다보고 원전건설을 포기하고 2001년 원자력사업부문을 이웃 국가인 프랑스의 프라마톰에 일찌감치 사업을 이관하였다.

프랑스는 Areva란 거대 수출기업을 출발시켰지만 Siemens는 신재생 등 세계시장에서 여전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Areva는 부도나서 국영회사인 EDF에 통폐합 구조조정을 당하면서 국제 원전시장에서 거의 보이질 않고 있다.

이제 국내 원전건설이 한계에 도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Siemens의 현명한 판단을 따를 것인가, Areva의 무모한 선택을 따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원전수출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추진이 가능하며, 내수시장이 한계에 도달하였을 경우 어느 나라든 한계와 어려움에 봉착한다는 세계시장의 경험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수시장에서 한계에 봉착한 우리 역시 원전산업의 출구전략을 적극 모색하여야 한다.

일단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한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기술기반을 유지하는 선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무모한 수출은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그 대표적인 논리가 중단된 신한울 3,4의 건설재개이다.

신한울 건설로 일단 수출을 위해 원전산업계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불과 2~3년 정도 연장되는 것이며 이후 또 추가로 건설하자고 할 것인가?

누구보다 원전산업계는 세계시장의 전망을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활로를 스스로 모색하여야 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우수한 원전기반 기술력을 낭비하거나 버리지 말고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른 연관 산업분야에도 유용하게 잘 활용하여야 한다.

국내 원전시장이 포화되고 세계 원전수출시장의 어두운 전망을 고려할 때 정부와 산업계가 당장 머리를 맞대고 원전산업계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데 합리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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