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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과 에너지전환 정책양이원영(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산경e뉴스신문사 | 승인 2019.06.24 07:30

“전기요금 할인은 전기소비 증가정책…전기소비구조 혁신 효율증대에 역행”

지난해 누진제 완화 소요 비용 3587억원
취약계층 폭염대책과 요금정책은 분리해야

에어컨 36만 가구에 보급할 수 있는 비용
피크요금제, 계시별 요금제, 지역별 요금제 검토할 때

에너지전환포럼은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한 ‘5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그 중 제 4과제는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수요관리와 에너지효율정책 강화’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 요금으로 전력 소비 증가가 지속되고 있고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정책 개발과 이행이 답보 상태에 있다.

OECD 주요국은 2000년 이후 에너지 소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은 여전히 평균 2.7%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한국의 1인당 전기사용량 증가세도 2010년 이후 연평균 1.5%로 OECD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에너지소비량을 보면 한국은 1인당 5.73toe로 OECD 국가 평균 4.10toe 대비 40% 가량 많다. 에너지효율을 측정하는 에너지 원단위는 OECD 35개국 중 33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수요 감축을 유도하고 에너지 효율 정책을 강화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재생에너지가 감당해야 할 에너지 생산 부담을 줄이는 것은 전환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첫째, 사회적 비용과 에너지전환 비용이 반영된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 감축을 이루어야 한다. 전기요금 현실화에 동반되는 사회적 갈등 예방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가도록 한다.

둘째, 에너지 감축 목표가 명시된 ‘국가에너지효율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이의 연도별 실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효율화 정책 이행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한다.
에너지 공급 목표와 동일하게 에너지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의 달성도를 평가하여 정책 이행을 관리하도록 한다.

셋째, 최종에너지 소비량의 62%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에서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 최저효율제, 에너지효율 향상 의무화제도 등 에너지효율 의무화 규제는 물론, 실질적 세제 혜택 등 재정 지원도 강화하도록 한다.

넷째, 건축물 에너지효율 정책을 다양화하고 실행력을 높이도록 한다. 그린뉴딜 정책 일환으로 주택 단열/효율화 사업 추진, 신축 건물에 대한 에너지 인증제 도입 (2020년 공공부문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화), 2025년 민간건물 제로에너지건축물 건설 의무화 등을 추진하도록 한다.

에너지전환의 첫 단계는 효율을 통한 수요관리, 소비절감이고 가격정책은 가장 효율적이며 효용성 있는 정책이다.

이번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은 이런 에너지전환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안으로 비록 주택용 전기소비가 전체 전력소비의 14% 이하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전기요금 인하는 최대전력소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원전과 석탄발전 가동을 더 늘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의견을 산업부에 제출한다.

1.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은 전반적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내용으로 수요관리를 기본으로 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역행하는 조치이며 폭염의 원인인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조치이다.

전기요금을 낮춘다는 것은 전기를 더 많이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고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70~80%인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더 많은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겠다는 정책 결정이다.

이것은 더 많은 핵폐기물, 더 많은 미세먼지, 더 빠른 기후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은 에너지 과소비와 석탄발전소 확대 등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되는 에너지수급정책의 결과이다. 전기요금 인하는 전기소비를 늘어나게 하고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2018년 주택용 누진제가 완화되면서 2018년 주택용 전기소비 전년 대비 증가율은 6.3%로 전

체 전기소비 증가율 3.6%보다 약 두 배 가량 높아졌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대책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하면 기후변화는 더 가속화되는 악영향을 끼치므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현 정부는 초기에 에너지전환정책을 결정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라고 선언했다.

시장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이 소비구조 혁신과 에너지효율 향상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인데 이를 포기하면 에너지효율 향상은 요원하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에서 꾸준히 오르던 전기요금이 현 정부 들어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으며 둔화되던 전기소비 증가율이 이번 정부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전력수급구조에서는 이들 발전원으로 인한 사회환경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현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단순히 에너지 믹스의 변화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국의 에너지수급 상황에서 에너지전환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미래의 에너지믹스 변화를 제시한다고 해서 에너지전환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정책변화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뒤늦게라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효율 전략을 짜겠다’고 하면서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에 비해 에너지원단위가 높아 에너지 효율이 낮고 1인당 에너지소비, 전기소비가 GDP 대비 높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이와 같은 선언은 에너지수급현황에서 최우선 과제로 올바른 정책방향이다.

그런데, 이번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은 이러한 선언이 무색하게 하는 안이다.

누진제개편으로 당장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시장과 시민들이 혼란을 겪게 된다. 한국사회로서는 크나큰 손실이다.

2. 폭염에 취약한 계층의 냉방권을 보장하는 조치는 전기요금 할인이 아닌 맞춤형 에너지복지 서비스 제공이 적절하다.

이번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은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의 불공정함을 개선하는 등 전기요금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한다는 과제와 작년 폭염을 겪으면서 필요성이 제기된 ‘냉방권’ 확보 대책이 섞여서 나온 안이다.

작년 폭염에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 불만이 높아진 이유가 전기요금이 비싸서인지, 누진제가 주택용에만 부과된 불공정함 때문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와 비슷한 용도로 전기를 쓰는 상업용 건물의 전기요금에 누진제 적용이 되지 않는다. 전기소비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소비는 낭비요인이 많은데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민들의 냉방권 확보는 전기요금 인하로 해결하기에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어렵다.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에너지빈곤층은 에어컨조차도 없는 가구들이 많다. 이들에게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냉방권이 확보되지 않는다.

고급 가전제품이 에너지효율이 높고 오래된 가전제품이 전기소비가 더 많으며 직장 등 외부 활동이 많은 이들이 주택에서 전력소비량이 낮은 점 등 전기소비의 많고 적음으로 소득수준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전기요금 인하와 에너지복지정책이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하는 것과 맞춤형 에너지복지 서비스 제공은 구분해서 디자인하고 집행해야 한다.
2018년 한시적 누진제 완화 조치로 소요된 비용이 3587억원이다. 1백만원짜리 에어컨을 약 36만 가구에 보급할 수 있는 비용이다.

폭염에 취약한 계층은 단열이 잘 안되는 집에 겨울에는 추위를 여름에는 더위를 견뎌하는 이들이다. 가구당 단열 개선 비용 1천만원이면 약 3만6천 가구를 지원할 수 있다.

여름 한 번 깎아준 전기요금으로 차라리 에어컨을 지급하고 건물 단열공사를 하면 관련 기업들 매출이라도 오르고 해당 가구에 지속적인 효과라도 생긴다.

3. 개편안으로 가구당 받는 혜택은 별로 크지 않으나 이를 부담하는 한국전력공사에게는 큰 비용이며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누진제 개편안인 1안으로 가구당 얻게 되는 이익은 여름철 한 달에 6천원에서 1만6천원 정도다.

2018년 가구당 월평균 가계 지출액 통계에 따르면 공공교통비가 34만8천원, 통신비 13만4천원인데 전기요금은 4만1천원 수준이다. 이번 할인으로 가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사회적인 부담은 커지는 꼴이다.

전기요금 인하로 발생한 3587억원의 비용, 한전에서 부담하든 정부에서 부담하든 결국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약 3천6백억원의 비용을 들여 가구당 1만원 안팎의 전기요금 깎아주는 정책 결정은 개별 가구의 혜택은 미미한데 국가적으로는 낭비인 정책 효용성이 낮은 정책이다.

4. 원가반영도 못하는 주택용 전기요금, 이번 개편안으로 전기요금 인하하면 전기사용 증가에 따른 부담은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에 부담이 되어 돌아온다.

전기요금을 할인하면 전기소비가 많은 가구에 혜택이 많다. 원전과 석탄발전 발전량이 70~80%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전기수급 구조에서는 더 많은 전기소비는 지구환경과 현 한국사회와 미래세대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행동이다.

전기는 누구에게나 제공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공공재는 아니다. 전기는 많이 쓸수록 지구환경과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한정적인 소비재이다.

전기를 많이 쓰면 그만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원전과 석탄발전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미세먼지, 방사성물질, 핵폐기물이 발생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데에 들어가는 연료비용에 더해서 단가에 포함되지 않은 이런 사회환경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어 전기소비를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로 발전원을 전환하는데 투자해야 한다.

전기요금에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여 상향 조정한다면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는 추가 13% 전기요금 인상으로 가능하다.

그 정도의 부담이라면 전기요금을 올려서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 온실가스 감축 대응, 핵폐기물 처리비용 및 에너지복지 맞춤 지원을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나은 결정이다.

그런데 이번에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으로 제시된 전기요금 단가로는 주택용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로 공급되어 사회환경비용 반영은커녕 원가반영도 못하는 상황이다.

전기소비자가 전기소비에 따른 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전기사용 증가에 따른 부담은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에 부담이 되어 돌아온다.

5. 우리나라의 전력수급구조 상에서 전기요금을 낮추자는 주장은 원전과 석탄발전을 늘리자는 주장으로 에너지전환정책에 적합한 전기요금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

에너지전환정책의 첫 단추는 에너지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사회환경적인 비용을 요금에 반영해 효율을 높이고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향후 재생에너지100% 사회가 된다면 연료비가 들지 않는 전기생산으로 안전하고 깨끗하고, 값싸고 풍부하게 전기를 소비할 수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늘리는 현재의 전기소비는 전기요금 정상화로 줄여야 한다.

에너지전환 선진국인 덴마크와 독일의 전기요금 구성을 보면 전기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9~23%로 낮지만 부담금과 세금을 50~70%까지 부과하면서 높은 전기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에 소요되는 재원으로 활용하고 전기소비를 억제하며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전기요금 구성은 물론이고 용도별 전기요금 원가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으니 제대로 비용을 내고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정부가 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 일관성을 지켜야 관련 시장과 산업도 변화하고 국민의 지지도 끌어낼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한국사회가 전기요금 체계를 들여다보고 에너지전환정책에 적합하게 정상화하는 기회로 삼자.

용도별 전기요금 원가와 구성을 공개해서 사회적인 토론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전기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정책을 검토하고 전기생산 원가가 반영될 수 있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며 원자력전기와 석탄전기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사회환경비용의 적정한 반영 수준을 논의하고 최대전력소비를 낮출 수 있는 ‘피크요금제’나 ‘계시별 요금제’ 도입과 나아가서 지역별 형평성을 고려할 수 있는 ‘지역별 요금제’를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현 우리나라의 전력수급구조 상에서 전기요금을 낮추자는 주장은 원전과 석탄발전을 늘리자는 주장이다.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와 미래를 위해 투명하고 진정성 있는 에너지요금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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