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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한빛원전 1호기 출력급증 사건, 어떻게 봐야하나위험 키우는 원자력 안전규제 관료화가 문제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산경e뉴스신문사 | 승인 2019.06.10 09:17

순간 연쇄반응으로 폭발하는 핵폭탄과 달리 원전은 제어봉 등으로 핵반응 속도를 제어하며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므로 재가동 시 핵연료가 위치한 노심의 제어봉 작동여부를 시험한다.

최근 한빛원전 1호기 원자로 출력 급증 사건은 제어봉 작동시험 중 발생한 이상을 조치하기 위해 제어봉을 인출하는 과정에 제한치 5%를 초과하여 수분만에 18%까지 출력이 급증한 사고다.

보조급수펌프까지 비상작동했고 제어봉을 재삽입하여 안정화 시켰으나 파장이 적지 않다. 우려하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건과는 다르며, 순간 벌어졌지만 안전하게 조치됐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전사고는 초기 대응에 따라 대형사고로 확대될 수 있고, 큰 사고도 초기대응 여부에 따라 피해가 최소화되므로 고도의 기술적 판단과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원전 전문가들이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사업자와 규제조직의 취약한 ‘초기대응능력’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이유다.

원전 사업자는 운영기술지침서 상 정지요건에 해당하면 즉각 원자로를 정지해야 하며, 정지하지 않을 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원자력안전법 27조에 따라 사용정지를 강제할 수 있다.

하지만 시급을 다투는 아찔한 상황에 12시간이 지나 정지했고, 국민안전 수장들은 대체 언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조치를 내렸는지 밝혀진 내용도 없다. 사건 발생 후 정지조치 과정에 대한 궁금증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훌쩍 해외출장을 떠났다.

한수원 고위임원은 5% 출력제한치를 운전원이 몰랐다고 언론에 해명하였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운전자가 도로의 제한속도도 모르고 과속운전한 것과 같다. 게다가 면허가 없는 정비원이 운전대(제어봉조작반)를 잡았고, 미정지 상태에서 정비를 수행한데다 교통경찰(원안위)은 속도위반을 알고도 즉각 정지시키지 않은 총체적 난국을 연출했다.

규제 권한이 없는 기술원 조사팀이 출력제한 위반을 보고했지만, 원안위 관료는 즉각 정지시키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취약한 사무처 관료가 최종 판단하며, 독립전문가 의견은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사무처 관료에 의해 보도자료 한 장으로 처리되고 있다.

국민은 독립전문가의 조사내용을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듣고 싶지만 사무처가 이를 막는 형국이다. 사무처 관료에 의해 축약된 한 장짜리 보도자료는 책임자도 없고 신속한 초기대응에 방해요소만 될 뿐 아니라 신뢰를 구축하는 국민소통과도 역행하는 모습이다.

2015년 간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여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가장 큰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이 안전규제의 관료화 문제였다.

기술적 판단능력이 취약한 관료들이 책임 안 지려고 보고만 하고 조치만 기다리다 고도의 전문적이고 신속한 초기대응이 늦어져 사고확산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권한만 쥐고 책임은 안 지려는 행정관료들에게 언제까지 국민안전을 맡겨 놓을 것인가? 안전체계의 전면 개혁은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으나 정권이 바뀌어도 변화된 것이 없다. 개혁대상인 사무처 관료에게 개혁을 맡겨 놓았기 때문이다.

원안위가 자체적으로 안되면 외부에 의해서라도 전면 수술하여 책임규제 전문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지자체에 규제권한 이양을 고려하고 국민소통에 의한 기준개발과 규제감독자 역할에 충실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원자력계는 한빛 1호기 출력급증 사건을 통하여 원안위 전면개혁은 시급한 일이며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교훈을 뼈져리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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