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이건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이건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마음의 고향이 부모님이라면 정서적 고향은 농촌일 것이다. 기실 이 거대한 도시를 키운 것도 알고 보면 농촌이었다. 자기 몸 돌보지 않고 자식 잘 되게 하려는 한마음으로 한평생 일하다 보니 어느덧 자식들은 다 장성하여 가정을 꾸려 나가고, 정작 쇠잔해진 부부만 덩그러니 남은 집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리네 부모님처럼, 그렇게 우리 농촌도 한평생 도시를 키우다 늙어버린 것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미 늙고 쇠잔해진 부모님을 다시 젊은 날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효심이 지극한들, 능력이 뛰어난들 시간을 거슬러 부모님께 지나간 청춘을 다시 돌려드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농촌을 젊고 역동적으로 되돌릴 수는 있지 않을까?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조금만 더 뜻과 지혜를 모으면 젊은이들이 발걸음이 분주하고, 어린아이들 웃음소리가 골목길에 퍼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농촌에서 젊은이들이 떠나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기고, 마침내 농촌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농촌에서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보건의료, 복지,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그 결정적 요인은 경제에 있다.

요체는 경제인 것이다. 농촌에서도 젊은이들이 아이들 키우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면 굳이 죽자사자 도시로만 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 문제만 해결되면 농촌이 도시보다 보람 있고 행복하게 살기에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농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물론 농촌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어느 하나로 해결될 수 없음은 분명하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영농형 태양광’을 선택하겠다.

영농형 태양광은 자신이 경작하는 논밭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여 농사와 전기생산을 병행하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기초를?콘크리트?구조물이?아닌?스크류?파이프로?대체하기에 농지훼손이 없고, 기둥 간격을 조정하여 이앙기 트랙터 등 농기계 작업에도 불편이 없다. 설치 전과 수확량에도 큰 차이가 없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소속 기업인 ㈜파루가 일본 나라현 텐리시에서 논에 실증사업을 진행한 결과를 보면, 360평(50KW급) 태양광을 설치했을 때 수확량이 14포대(442.3kg) 이었다고 한다.

이는 설치 전 수확량인 15포대(457.7kg)의 96.7% 해당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태양광 설치 전과 설치 후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이다. 2017년?농식품부?산하?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과 단국대가 진행한 영농형 태양광 연구에서 설치 전에 비해 봄?감자(남작)는?16%,?가을배추는?7%, 벼 생산량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영농형 태양광으로 농사와 전기생산을 병행하면 농업 수확량의 감소는 16% ~  3.2%에 불과하지만, 월 150만원 이상(700평. 100KW급 태양광의 경우)의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민들이 700평에 쌀농사를 지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아무리 높게 쳐도 3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인건비 자재비 등을 빼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월별로 안정적인 소득이 생긴다면 농가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농촌경제의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영농형 태양광을 하게 되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게 되어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되고, 식량주권도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절대농지도 엄청나게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일본처럼 농작물의 감수율이 20% 이상이면 태양광사업에 대한 제재를 받게 제도를 설계하면 된다. 꼼꼼하게 살펴 제도설계를 잘하면 농가 소득증대, 젊은이들의 귀농 귀촌 증가 및 정착율 제고, 농촌 인구 증가, 농촌 경제 성장,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농경지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농촌지역부터 심각한 인구절벽에 떨어져 붕괴될 수 밖에 없고 휴경지의 급증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아무 대안없이 식량안보, 식량주권 걱정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부가 보다 전향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농촌 살리기에 나섰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길을 영농형 태양광에서 찾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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