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기술사)

세월호는 설비의 안전, 안전관리, 사고대책에 있어 거의 무방비한 사건으로 각종 의혹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진행 중인 아쉬운 사건이다. 2011년 3월 원전 역사상 가장 큰 후쿠시마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웃국가인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대처하는 모습은 커다란 인명사고만 없을 뿐 사고가능성에서 잠재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발전소에 임시저장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보관실태는 가장 취약한 것으로 누차 지적되어 왔으나 개선을 위한 별반 움직임이 전혀 없다. 특히 임시저장시설의 경우 지난 사용후핵연료공론화 기간 동안 조성경위원의 질의에 안전기술원에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제시하였으나 테러에 대비해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은 포함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40년 저장하고 있는 고리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는 사실상 중간저장 규모로의 저장을 위한 안전개념이 반영되어야 하지만 초기 설계에서 대비가 되지 않았다. 미사일 방어개념이 반영된 격납용기의 경우 벽두께가 120cm인 반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의 벽두께는 불과 40cm인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이 곳에 40년 동안 그것도 조밀랙까지 설치하여 임계도와 냉각문제만 해결하고 가득 저장하고 있는데 한 개의 임시저장조에 보관 중인 핵연료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시 4기의 원자로에 있던 핵연료와 맞먹는 양이라면 어떻게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작년 6월 19일  고리1호기 퇴역식에서 국가안보차원의 안전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하였는데, 바로 사용후핵연료임시저장조문제에 이를 적용하여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당국은 따라서 의지는 있지만 행동은 안전불감증에 의해 관성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되질 않기 바란다.

지난 2013년 원전부품위변조 대책으로 원전구매제도개선위원회, 원전품질 해외3자검증 추진하였지만 제도개선 방향은 적절하나 품질문제에 대해 홍보성, 형식적인 추진으로 현장에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발전소 핵연료장전기간동안 수천명의 정비작업이 진행되지만 막상 한수원 품질 직원 4명이 투입되고 있으며, 외주화된 품질검사 수행, 건설품질, 공인검사업무가 모두 한수원 발주로 독립성 상실되어 현장에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원전 은폐문제가 계속 나타나는데, 한빛 3호기 증기발생기 망치발견, 격납용기 콘크리트 공극문제, 격납용기 철판문제, 등등 꾸준히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이러한 은폐문제는 얼마나 있는지는 내부고발에 의하지 않고는 규명이 불가한 상황이다. 최근 망치발견으로 교체된 증기발생기의 경우 두산중공업에서 영광지역에 사과문을 발표하였는데 망치가 발견된 것은 사과하였지만 어떻게 들어간 것인지는 모른다고 하는 상황은 진정한 사과가 아닐뿐더러 문제해결과 거리가 먼 태도라서 걱정이 앞설 따름이다.

이에 대해 먼산만 바라보고 있는 원안위는 최근 확보한 사법경찰권을 이런데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누굴 위해 권한을 확보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현장 영광주민은 거의 트라우마 수준의 우려와 걱정으로 한숨짓고 있는데 망치가 들어간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이럴 때 사법경찰권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양산단층 활성화에 대비 0.3g 내진강화라는 탁상공론에 치중, 막상 현장중심의 지진강화 대책은 미흡한데, 안전을 위한 투자를 최소화 하려는 사업자 논리가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지난 2013년부터 1년반 동안 시행된 한빛원전안전성검증단 수행결과에 수록되어 있는데, 현장의 대부분의 문제는 이처럼 방치된 상황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안전문화와 깊숙히 관련되어 있어서 감시를 강화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원전사고 당시 일본 칸 나오토 총리는 “관료화된 공무원에 의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오히려 악화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라고 누차 증언한 바 있다. 작년 7월 말 원안위는 한빛원전 격납용기 콘크리이트 공극문제에 대해 보도자료 발표하였는데, 보도자료에는 “사업자가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하여 원안위는 검토 중에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 내용은 여러 가지를 시사하는데, 원안위가 사업자 대변인인가? 국민이 막상 듣고 싶은 제3자로서 안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원안위 사무처 공무원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인데 사무처가 왜 발표해야 하나?

조사 당사자인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들의 조사결과를 책임기술자가 직접 발표하는 것이 아니고 사무처에 보고자료로 제출하고 사무처가 국민에게 보도자료로 발표하는 절차로 관료화 되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은 해당 문제에 대해 제3자적 전문가의 안전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없게 된다.

이 한 가지 사례로 보아도 국민은 전문가의 의견과 조치내용을 듣고 싶은 것이지 공무원의 보고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님을 원안위는 알아야 한다. 촌급을 다투는 비상시의 경우에는 세월호 사건처럼 보고만 하고 조치는 못하고 우왕좌왕 하다 끝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원안위 사무처에 의한 관료화로 권한만 쥐고 막상 책임은 지지 않는 특징이 있는데, 월성 1호기 계속운전 부실승인 문제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막상 고시나 절차, 법은 엉성하게 만들어 놓고 안전을 위한 최신기술기준의 적용 등 기술적인 최선을 다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다.

특히 원안위 공무원의 실무경험과 현장경험 부족의 상황에서 전문가가 현장 조사결과를 국민에게 바로 알리지 않고 공무원이 보고받아 정리해서 발표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통이라도 제대로 하는가? 현장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대체 절벽과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난 3월 안전정보규제회의에서 소통으로 안전기준을 잡겠다고 패널토론까지 했으나 참석자는 전부 원안위 직원과 위원, 한수원 임원들로 패널 구성, 듣겠다는 사람들이 마이크 잡고 말하는 꼴로 형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의지는 좋지만 결과는 예측이 곤란한 안타까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 사업에 치중한 원자력 산업계는 원전은 안전하다는 신화에 빠져있는데, 현장의 안전문제는 관심없고 계속운전과 국내 건설이 한계에 봉착하자 수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 같이 이분들은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폐기물, 그리고 안전 문제는 너무나도 가벼운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6000억원 이상 투입된 파이로와 고속로의 허황된 논리와 문제점에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한미국제공동연구 경수로가 아닌 MOX 연료 사용하여 실험결과를 사용할 수도 없으며 경수로 지을 곳도 없는데 고속로의 추진은 어떤 근거로 추진한다는 것인가?

안전은 최고의 경제적 가치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원자력산업계가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반성과 회개에서 비롯하는 회개적 안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흥과 탈핵의 극단적인 대립구도 속에 원자력 안전문제는 실종되었고 현재 추진하는 모든 안전정책은 현장변화가 없으므로 형식적으로 추진한다고 보면 정확하다.

최근 원안위가 발표한 월성원전 주변 역학조사 발표를 보더라도 경수로 대비 10배 이상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양을 줄이는 등 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 보다 조사만 하다 끝낼 의도로 보인다.

이처럼 국가 안보차원의 안전을 주문한 대통령 의지에도 현실적인 고민을 않는 원자력 안전은 기술 중심 대국민 소통과 신뢰에 기반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현장중심의 안전정책수립이 핵심인데 현재는 비전문가인 관료가 주도하여 사고시 우왕좌왕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유사시 원자력 세월호의 재발이 우려된다.

진입과 퇴선 명령 등 현장 상황에 적절한 대응과 구조활동도 없이 책임회피성 보고만 하고 있었던 세월호 사고는 관료화된 문제의 정형이다.

현재 현장중심의 원자력 안전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로 규제기술은 관료화된 공무원의 갑을 종속변수로 전락하여 관료중심사회만 지향하는 원자력 안전, 그리고 안전신화 속에 사업화만 몰두하는 원자력계의 무책임한 자세는 세월호 사건을 무색하게 하는 우려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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