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자동차협회 사무국장 이민하

이민하 국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16' 보고서에 따르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전기차 누적판매량이 지난 2015년 말 126만대가 판매되었다.
전기차 판매량은 10년 전인 2005년 2000대에 불과했지만 성능이 개선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가파르게 판매가 늘기 시작해 지난 한해 동안 55만대가 판매됐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70% 급증한 수치다.
지난 2015년에 판매된 전기차 중 순수 전기차는 32만9000대, 전기로 주행하다 전력이 떨어지면 기존 엔진으로 주행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22만2000대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21만대가 팔려 11만대가 팔린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점이다. 특히 중국도 두자리 성장이 그치면서 전체 자동차 시장이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으로 전기차는 판매량이 전년대비 3배나 늘어났다.
반면에 한국의 지난해 전기차 신규 등록은 2810대에 불과했다. 누적 전기차 판매량도 4330대로 중국의 1% 수준에 그쳤다. 한국이 전기차를 확대해 나가자는 ‘전기차 이니셔티브(EVI)’에 참여한 16개 회원국 중 13위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전기자동차는 시장논리보다 사회전체의 공익을 환경, 에너지 정책이 견인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이런 점에서 한국 내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것은 보조금이나 세제혜택이 적다거나 충전시설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보다 사회 전체적인 합의, 즉 우리의 후손들에게 살만한 지구를 물려주고 미세먼지며 우리들의 환경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정책수단으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전 국민적인 합의 도출이 미흡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시장과 기술적 격차도 전기차 보급에 한계가 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친환경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현재까지 6000대에 판매에 불과한 전기차를 오는 2020년까지 25만대, 하이브리드차 124만대 보급 계획과 전기차 충전기 3000기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에만 8000대의 전기차 보급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 지급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1500여대만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어 올해 8000대 전기차 보급은 불투명하다.
올해 보급물량의 50%인 4000대를 배정받은 제주특별자치도는 더욱 심각해 전기차 보급 TF팀을 만들어 보급 활성화에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정작 실수요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번 충전으로 300~400km를 가는 모델이 나오는 마당에 수요자들에게 차값의 50%를 보조 해 줄 테니 올해에 전기차를 사라는 정책에 일반 소비자가 호응하기란 쉽지 않다. 차값이 한푼 두푼이 아니지 않은가?
국민들의 안목과 요구는 이미 글로벌한 기준에서 판단한다. 수요자가 원하는 전기자동차와 성능, 가격대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제한된 모델만 선정하여 국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려는 듯한 정책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 
당장에 이러한 기술적 격차가 해소되기 어렵고 10분내 지원되는 사후서비스망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아무리 고성능의 전기자동차를 들여온다 해도 사후 서비스가 보장되지 않는 생소한 차종을 구매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러한 시장과 기술격차가 국내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의 발목을 잡고 이는 국내 전기자동차 산업과 기술발전의 토대 마련도 못해보고 중국이나 선진국의 우수 전기자동차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공공부분의 단편적인 관점의 전기차 보급정책 만으로는 국내 전기차 보급에 한계를 가진다. 지금의 기술적 격차 속에서 소비자들에게 저성능의 전기차 구매를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이고 적극적인 정책과 시장요구를 수용하는 다양한 보급전략이 필요하다. 
전국민적인 전기자동차 보급과 이를 통한 우리들의 환경을 지키고 에너지 절감으로 뜨거워져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전 국민적인 행동의 당위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사회에 보편화된 교통제도에서 “전기차가 먼저다”라는 상징적인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전기차 전용번호판 도입”과 이를 통한 “버스전용차선 진입허용”,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공공 주차장 이용료 감면”을 통해 전기차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만드는 정책도 검토해야 할 단계이다. 
또한 지금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기차 보급에 매달리는 단순한 정책을 벗어나야 한다. 자가용 승용차 1대의 평균 주행거리는 1일 28~50km이다, 반면에 택시는 하루에 350-450km를 주행한다, 즉 1만대의 자가용승용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 보다 1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는 것이 환경보호와 에너지 저감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매년 노후화로 의무적인 차량교체가 이루어지는 수천대의 택시를 전기차로 바꾸는 게 더 적극적인 전기차 보급정책은 아닌가?
지금처럼 정부가 혼자서 전기차 보급의 짐을 지는 방식도 벗어나야 한다.
일례로 서울시 4대 문안이며 제주도와 같은 우리의 소중한 환경, 문화유산지역에 독특한 컨셉의 디자인카를 이용한 친환경 전기자동차 렌트카 사업자를 공모하고 사업자가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사업자를 공모한다면 지금이라도 몇천대의 전기차 보급이 되지 않겠는가.
아울러 전기자동차가 가장 필요한 시장과 사람들이 누구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전기자동차 보급촉진, 우리의 환경과 지구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대한민국 경제를 떠 받치고 있는 자동차 산업, 전자산업이 구조 조정 홍역을 겪고 있는 조선산업처럼 쇠락하기 전에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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