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기술이다

 
이창한 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 회장.
이창한 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 회장.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와 함께 했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할수록 더욱 다양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썼다.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에너지는 자연을 이용한 불이었다. 마른 풀이나 나무와 같은 가연성 물질을 이용하여 인류는 불을 만들어 냈다. 불 덕분에 인간은 삶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냈으며 비로소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급격한 격차를 벌리며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벌로 영원한 고통을 받는 프로메테우스는 스스로의 운명을 고통으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인간의 자화상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조로아스터교가 불로써 신을 숭배하는 제례를 치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는지도 모른다. 불은 모든 국가에서 신으로 섬김을 받았다.

불은 불이지만 모든 불이 같은 불은 아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불은 붉은 색에서 하얀 색을 지나 푸른 색으로 빛난다. 보기에는 정열을 상징하는 붉은 색이 뜨겁고 냉정을 상징하는 푸른 색이 차가울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높은 온도의 불이 더 많은 종류의 금속을 녹일 수 있고 더 다양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인류는 늘 높은 온도의 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이런 기술을 가진 국가가 세계를 제패했다. 높은 온도의 불을 얻는 기술은 어느 나라든 국가 기밀로 취급되어 유출되지 않도록 신경 쓴다. 미래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각국이 개발경쟁중인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섭씨 1억도에 달하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이런 높은 열을 내는 데 얼마나 많은 고급 기술이 들어갈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지금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석탄과 석유, 그리고 가스다. 과거에 그저 불을 피워 잡아온 짐승의 고기를 구워 먹는 데는 근처에서 주워 온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고기를 구워주는 석탄, 석유, 가스의 채굴에는 엄청난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발전시킨 모든 기술들이 집약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하자원들을 이리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 못할 것이다. 지하자원을 불을 피우는 데만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만든 것은 에너지원의 일상생활로의 전환이다. ‘에너지는 물질’이라는 등식이 ‘에너지는 삶이다’라는 등식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에너지원에 각종 기술을 덧붙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것들이 알록달록 튀어 나온다.

루돌프 디젤이 디젤엔진을 만들던 시점에서 불과 몇 십 년 후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고 작은 알갱이가 엄청난 에너지를 내는 폭탄이 되어 허공에서 투하될 줄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더불어 원자력 발전이라고 불리는 기술이 나타나 전 세계에서 전기를 생산하게 될 줄도 몰랐을 것이다. 전기로 자동차가 달리리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물며 수소로 차가 달린다니, 농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그가 플라즈마 토치를 본다면 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 궁금하다. 늘 주위에 존재하는 햇빛이나 바람, 물 따위를 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약간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될 것이다. 무슨 당연한 말을 그리 진지하게 하냐고. 시큰둥한 표정일 것이다. 양지 바른 곳에서 졸다가 깬 것처럼.
  하지만 이것이 기술이다. 밀도가 낮은 것을 모아 밀도가 높은 것으로 만들고 미지근한 것들을 뜨거운 것으로 만들고 약한 것을 세찬 것으로 만드는 것이 인류가 여태껏 해 온 일이다. 자연에 넓게 퍼져 있는 것들을 잘 모아서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있는 줄 알아도 못 모으면 별 수 없다. 그래서 미래의 에너지는 자원에 있지 않고 기술에 있다. 자원은 얼마든지 있다. 부족한 것은 기술이다. 인류에게 에너지원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인류에게 없는 것은 물질이든 다른 에너지든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술이다. ‘에너지는 물질’이면서 ‘에너지는 기술’이다. 기술만 있으면 인류가 쓰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얼마든지 공급받을 수 있다. 지구라는 암석 덩어리에 얇게 붙어사는 인류에게 줄 그런 정도의 물질과 에너지를 착한 지구는 갖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금 펑펑 쓰고 있는 석탄이나 석유가 본래 지구라는 암석덩어리가 갖고 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구에 붙어사는 생물들이 죽으면서 남긴 유해들이므로 그 양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알뜰살뜰 써야 한다. 여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모의 기술과 재활용의 기술이다. 그렇게 본다면 에너지를 만들고 쓰고 내다 버리고 재활용해서 다시 쓰는 일까지 시종일관 기술 없이는 아무 것도 안 된다. 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지구를 뒤덮는 이산화탄소를 잡아 오는 것도 기술이다. 이래저래 기술만이 살 길이다. 대한민국은 자원빈국이다. 에너지 자원은 더욱 그렇다. 정말일까? 그렇지 않다. 기술만 있으면 다 해결될 문제다. 흙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라. 그러면 된다. 에너지는 기술이다.

필자소개
이창한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 회장,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겸임교수,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보,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사무총장, 전 산업자원부 기술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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