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도 높은 에너지기술 자립의 길이 최우선 과제”

김성수 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전기공학과 학과장은 전력거래소, 전기연구원 등에서 연구활동을 한 인물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고 전력계통, 전력경제 등의 논문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4차 혁명시대 돌입을 앞두고 김 학과장을 만나, 우리나라 에너지기술 수준을 평가하고 미래 비전을 들어본다.

 

▲우선 우리나라 에너지기술 수준에 대해 평가를 해 주신다면.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반도체나 자동차와 같은 분야에 비교하면 우리나라 에너지기술의 수준은 그다지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 중에서 발전기나 전력기기와 같은 중전기기 분야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에 비해서도 뒤쳐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가스복합 발전기는 모두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육지와 제주도를 연결하는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송전시스템도 핵심기술을 외국에 대부분 의존하는 상황입니다.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변화가 예상되는 에너지기술분야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협약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이나 기술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세계적으로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 예를 들면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같은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배터리에 기반한 ESS의 확대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배터리의 수명이나 경제성과 관련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현재 기술 수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양수발전소를 포함하여 보다 폭넓은 다양한 에너지 저장시스템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과장님께서 평소 관심 있는 기술적인 파트는.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는 전력시장과 전력시스템의 경제적인 운영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발전설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전력시장제도나 전력시스템 운영기술에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기의 운전과 관련된 발전계획을 작성하는 것과 관련된 일에 오랫동안 관여했었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시장의 설계에도 참여했었습니다. 전력시장이라는 분야가 기술적인 면보다 정책 및 제도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이 부각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발전설비 및 송전계통의 설비를 유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검토가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설계해야지만 효율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보는 에너지산업, 에너지기술 등 전반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평가를 해 주신다면.
저의 관심분야가 전력시장이라서 그런지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에너지 산업 전반에 관심이 많습니다. 에너지와 관련된 연구개발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산업부에서 관심이 있는 분야에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너무 유행에 따라 연구주제가 바뀌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산업분야를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관리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러한 작업은 신기술과 같이 화려하게 포장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은 매우 미약하고 관련인력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연구의 기초가 되는 자료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기초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고 관리하는데 필요한 연구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기후변화체제 출범으로 학계, 연구계, 정부 등 각 분야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 상황인데요. 학계에서 보는 신기후체제에 대한 입장은.
파리협약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BAU 대비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산업계의 감축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감축률을 12%로 제한하기 때문에 타분야 특히, 전력부문의 감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력부분의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는 수요관리의 확대, 전원믹스의 개선, 신재생에너지, 탄소포집기술(CCS-Corbon Capture & Storage), 발전연료 전환 등을 논의되고 있으나 각 수단의 문제점도 존재합니다.

전원믹스 개선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원전확대를 거론하기도 하는데, 국민수용성과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전력수급계획을 통하여 2030년까지 현재의 10배가 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원자력발전은 실시간으로 출력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신재생과 원전의 비중이 동시에 증가하게 되면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도록 ESS와 같은 설비가 대규모로 추가되어야 하는데 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수반하게 됩니다. 수요관리 확대나 에너지신산업을 통하여 기후변화에 대비한다는 것도 전체 에너지시장에서 해당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만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2030년까지는 15년도 남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발전설비 수명은 30년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매우 긴 편입니다. 즉, 현재 존재하는 발전설비의 상당 부분이 2030년까지 유지되는 것이므로 현재설비를 어떻게 유지하고 앞으로 어떠한 기술을 도입하여 2030년에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장기적인 전략을 기초로 정책과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준비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여겨져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는데 어떤 변화를 예상하고 있는지요.
전통적인 산업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은 에너지산업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기술에 기초하여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 패턴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따른 변동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주파수조정용 ESS사업과 같이 정보통신 기술을 기초로 새로운 에너지산업 분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산업은 정보통신 기술과 달리 대체적으로 수십년의 긴 수명기간을 가진 인프라에 의존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하여 비교적 완만한 속도로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에너지신산업으로 논의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경제성의 부족 등으로 현실화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회각층의 여론이나 향후 국가 좌표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최근 우리나라에 정치적인 혼란이 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민주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에너지산업에 있어서도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정착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전력, 가스, 난방 등 대부분의 에너지산업이 공기업의 형태로 운영되는데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산업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고준위 원자력폐기물의 처리, 송전망 건설과 같은 인프라 건설과 관련된 민원의 증가, 가스발전의 적자 심화에 따른 사업퇴출 위기 등 많은 난제가 에너지산업에 누적되어 있습니다. 에너지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민주적인 토론을 통하여 사회적인 공감대를 구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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