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안전한 것”

▲ 국내 원전 기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팬텀이 부딪혀도 원자로 외벽이 아무 문제 없도록 설계 됐고 원자로 냉각기에 다양한 변수가 와도 원자로 냉각에 이상이 없도록 설계됐다. 사진은 최초 적용사례인 신고리 3,4호기 핵심인 원자로 철근 공사 현장.

국내 개발한 세계 최고 기술로 신고리5,6호기 건설

미국 쓰리마일 사고 후 충분히 안전 대처방안 반영 

일본 후쿠시마 사고 우린 괜찮다 강조해도 안 믿어 

반핵-환경단체 이해시킬 안전 정책 전환 마련 시급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난 현재 신기후체제가 2015년 12월 파리협정으로 출범하면서 세계 원자력발전시장은 다시 재도약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회장 조석 한수원 사장)가 최근에 펴낸 ‘2016 세계 원자력발전의 현황과 동향’에 따르면 2016년 1월 현재 전세계에 운전중인 원자로는 2014년 대비 3기(발전설비용량 664만kW)가 증가한 총 434기(발전설비용량 3억9886만kW)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99기로 세계 최다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프랑스(58기), 일본(43기), 중국(30기), 러시아(30기), 한국(24기)순이다. 

2015년 세계에서 상업운전이 개시된 원전은 3개국 10기, 새로 착공된 원전은 3개국 8기이며 계획중인 원전은 2개국 3기, 폐쇄된 원전은 영국, 독일, 일본 등 3개국 7기다.

현재 전세계에서 건설중인 원자로는 총 17개국 74기(발전설비용량 7825만kW)로 지난 2015년에 새로 건설에 들어간 원전은 중국이 6기, UAE와 파키스탄이 각 1기씩 총 8기로 924만7천kW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2016년 한국사회에서 원자력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지난 6월 허가를 받고 지역주민들에 대한 보상작업도 최근 시작됐다. 본격적인 건설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단체와 부산시민 일부가 원전반대를 외치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해당 지역구 여당 의원은 신고리 5,6호기가 울주군 일대에 밀집해 있다며 20대 국회첫 상임위에서 야당의원 못지 않은 선심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과연 신고리 5,6호기는 문제가 있는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얻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원전을 대하는 태도와 국민들의 수용성 문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라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원전 문제에 대한 가장 합리적 대안은 바로 안전에 대한 합의다.

우리사회에서 유독 원전 문제에 있어서 찬반 괴리의 벽을 심하게 겪는 이유도 바로 안전에 대한 대국민적 합의와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원전 전문가인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원전의 과학적 성과는 매우 뛰어난 것이지만 자칫 안전문제에 대한 관리감독이 게을러질 경우 예기치 못한 사고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서교수도 환경단체나 반핵단체에서 말하는 것처럼 원전이 불안전하거나 위험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확률론적으로는 원전 사고 발생가능성이 자동차 사고 가능성보다 작다며 다만 사고의 파급효과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원전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1979년 미국에서 발생한 쓰리마일 섬 원전사고와 1986년 소련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전폭발 사고다. 두 사고 모두 대형으로 번질뻔 했지만 미국은 아주 미약하게 소련은 상당한 피해를 주면서 결론이 났다. 

지금도 가동중인 쓰리마일 원전은 당시 2발전소 사고 이후 국내 원전의 반면교사가 됐다. 

자동밸브에 문제가 발생하면 후속 조치는 어떠해야 하는지, 열 교환기 물중단이 중단되면 후속 조치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 가장 문제가 되는 원자로 온도를 제어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후속 원전 설계에 반영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가동하는 미국은 쓰리마일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 시점 이후부터 신고리, 신월성 등 국내 기술에 의한 OPR- APR 자체 원전기술을 적용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의 원전을 설계해 건설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반면 체르노빌 원전은 원자로에 전혀 문제가 없었음에도 단지 사람의 실수로 제어를 하지 못해 원자로가 폭발한 사례에 비춰보면 원전 문제가 무엇 때문에 비롯되고 있는지는 명약관화해진다.

바로 우라늄 핵분열이 발생하는 원자로의 방사선 방재와 고온에도 폭발하지 않도록 냉각에 유의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이미 150년 전에 확립한 원전의 안전 문제가 바로 옆나라 그것도 원전강국 기술강국이라는 일본에서 발생했으니 국내 여론이 들끓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내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 설계 개념 자체가 달라 일본 사고와 같은 규모의 쓰나미가 덮쳐도 원자로 냉각기가 멈추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도 일부 환경론자들이나 반핵단체 관계자들은 이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원전 설계자가 아무리 강조해도 '이프(IF)' 만약 진짜로 냉각기가 멈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논리로 원전 시행사인 한수원이나 정부를 당혹하게 만든다. 대화가 이뤄질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동안 원전 시행사의 무사안일과 원전론자들의 오만에도 문제가 있다.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대국민 소통에 게을렀던 것이 사실이고 미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와 같이 철저한 검증과 대국민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원전 안전 시민단체인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는 이에 대해 “원전은 지속되어야 할 중요한 에너지원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잠시 중단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정윤 대표는 “지난 30년 동안 국내 원전업계는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며 국내 최고라는 엘리트 의식과 원전에 관해서만큼은 우리가 하는데로 따라오면 된다는 자만감에 빠져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추락한 원전에 대한 신뢰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안전매뉴얼이나 안전관리 시스템 상으로는 고쳐나갈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만 지속적인 원전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정동희 원전정책국장은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국민들도 정부의 고심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원전업계는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여러 조치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원자력업계를 진화론에 비유하며 지난 30년 동안 원전업계와 일반국민의 소통 수준은 미흡했지만 그렇다고 환경단체나 반핵단체가 말하는 것처럼 어느 한순간에 모든 것을 오픈하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한 안보적 상황이나 에너지 계통상 섬에 해당하는 국내의 현실을 감안할 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이제 어느 정도 그러한 상황에 접어든 시점이기에 반핵단체나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해 바람직한 원전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론을 폈다.

원전 설계 엔지니어링 업계는 작금의 상황을 놓고 위기론을 운운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대 공대에 개설한 원자력핵공학과 위상여부다.   

1970~90년대 서울대 공대 최고의 학부였던 원자핵공학과는 현재 공대 내에서 중하위 수준의 과로 전락한지 오래다. 국내 원전 엔지니어링 업계의 현좌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전원자력대학원대학교 양재영 교수의 한마디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수원 비리 사고 이후 정부가 국민들 눈치를 보는지는 몰라도 원전기술 개발에 소홀히 하고 연구자금도 없애는 형국”이라며 “차세대 원전을 개발해오던 원전설계 엔지니어링 업계는 개점휴업상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최근 3~4년간 이러한 휴지기에 들어간 사이 미국, 프랑스, 심지어 후발국인 중국마저도 국내 원전 기술을 압도하는 신기술을 국제원전학회에 보고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실상 이번에 허가받은 신고리 5,6호기는 그런 측면에서 10년전만 해도 당시 최고의 기술수준이었던 APR1400의 실질적 완성품이라 볼 수 있다.  

내진성능이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대비 5.6배 향상(0.2g(규모 6.5) → 0.3g(규모 7.0)됐고 중대사고 대처능력도 노심손상빈도 약 3배 감소, 격납건물손상빈도 10배 감소, 격납건물 수소 완화설비 대폭 보강된 신기술을 예정보다 5년여가 늦게 구현할 기회를 부여받았다.

한수원 조 석 사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신고리 5,6호기는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과 국내외 선행원전의 경험을 반영하여 발전소 정전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축전지용량을 증대하고 각 호기마다 대체교류 전원디젤발전기를 설치하였으며 대형항공기 충돌에 대처하여 원자로건물 및 보조건물의 외벽 두께를 키우는 등 선행원전 대비 안전성이 대폭 증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전은 현대 과학의 총아라 불린다. 안전을 최우선하는 가운데 인적 실수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의 문제에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아직 한국은 더 성장해야 한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

남북이 통일되고 중국, 러시아, 몽골, 유럽으로 이어지는 대륙과 에너지계통이 연결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원전은 여전히 유효한 브릿지 에너지라는 점에 많은 학자들은 동의하고 있다.

무작정 원전이 위험하다는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보다 안전한 원전을 운영할 수 있는지, 국가이익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성숙한 국민의식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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