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

▲ 백수현 표준협회장이 한국기술센터 하늘공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ISO 9001 개정판 발간으로 국제인증 대변혁 예고

지난해 ISO 가입 53년만에 ISO 총회 성공적 개최

표준협회 회장 맡으며 변혁의 중심에서 조직 관리

사람에게도 때가 있고 군자도 때를 기다린다고 했다.

농현(聾賢) 백수현 동국대 석좌교수. 현직은 한국표준협회 회장이다. 전공은 전기공학이다. 

동국대에서 40년이 다되도록 후학 양성에 매진해온 그가 한국표준협회 회장으로 공직에 나선지 2년이 흘렀다. 표준협회장 2년 동안 백 회장은 말 그대로 때를 만난 사람이 되었다.
강단에서 강의만 하는 교수였다면 오늘의 농현은 없을지 모른다. 

농현에게는 필연적인 시대적 과제가 맡겨졌고 너무도 즐겁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 그가 속한 조직은 당연히 농현의 에너지를 받아 달라진다.    

농현은 현재 최고의 행정가로 극찬 받는 한전 조환익 사장과 절친이다. 한전 조사장이 밀양송전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당시 백수현 교수에게 민간협의체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한 일화는 잘 열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아무튼 농현은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한전 조사장과 해결해낸다. 

농현의 성품을 잘 아는 한전 조사장이 갈파한 것이다. 

정부와 환경단체간 갈등의 골이 깊었던 밀양송전탑 문제는 농현의 지혜로 지역민들의 합리적 해결로 마무리된다.   

지금도 농현은 한전 조사장과 자주 연락을 하고 서로 자문을 구하는 사이다. 

대학 교수이지만 농현의 최근 20년 간 행보를 보면 꽤 사회지향적임을 알 수 있다. 

아호가 된 농현은 사실은 불교종립대학인 동국대에서 30여년간 교수생활을 하며 수계를 받을 때 습득한 법명이다.

백수현 교수는 동국대에서 37년간 봉직한 후 2014년 정년퇴직을 하며 자비 4000만원을 후배교수들의 연구진작을 위해 출연했다. 그후 농현공학상을 제정, 매년 교수1인을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농현은 표준협회장 취임 이전인 2013년 봄 국내최초로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CAB(적합성정책위) 이사로 선임됐다. 이점이 백 교수를 표준협회장으로 가도록 만든 동인이 된다. 

정부는 당시 표준협회장 후임을 정하지 못한 상태였고 때마침 관피아 문제가 불거져 산업부 차관급을 표준협회장으로 내려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청와대의 분위기는 강경했다. 

산업부 출신은 안된다는 것. 청와대 비선에서 백수현 동국대 교수를 거명했고 조심스럽게 여름을 보낸 후 9월 인사검증을 마친 그를 표준협회장으로 낙점하게 된다.        

민간기구가 된 표준협회는 농현 부임 이후 거대한 격변을 소화해야 했다. 

지난해 ISO 9001 인증이 7년 만에 개정된 것을 기점으로 국제인증 시장에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 

그동안 국제인증 시장은 한국인정지원센터(KAB) 등록 기관과 외국계 인증기관 등 120개가 넘는 난립상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ISO 9001의 2015년 개정판 발간을 계기로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기관의 인증을 요구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농현은 국내 대표적 인증기관인 표준협회가 신뢰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제적 수준의 ISO 9001:2015 인증심사를 하고 안전, 자산관리, 에너지 등의 신규 인증부문에서도 고품격 인증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현은 “ISO 9001:2015의 개정 배경은 ISO 인증이 기업 활동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며 “인증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ISO 9001 2015년판 개정내용이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리스크 매니지먼트 계획을 수립, 실행한다면 지속 가능한 경영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이 개정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경영에 접목한다면 경영능력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농현은 재차 강조했다.

전기공학과 교수에서 표준 전도사가 된 농현에게 현재의 급변하는 표준 개정의 움직임은 수고가 아니라 삶의 활력이 되고 있다.  

농현은 ISO 9001 2015년판 인증으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의 어려움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인증기관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개정판이 요구하는 항목을 인증기업의 품질경영 시스템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인증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표준협회는 인증기관의 선두 주자로서 독보적인 고객 서비스 제고, ISO 9000 및 14000인증의 품질 향상은 물론, 신규인증 적극적 개발 및 보급에 힘써 왔다.

그 결과 지난해 사회적 자산과 산업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엔지니어링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춘 ISO 55000 인증을 아시아권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자산에는 도로, 공항 등 사회기반자산과 기업의 생산활동에 사용되는 공장, 설비 등 산업자산이 있으며 자산관리란 설계에서 취득, 운영, 정비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체계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협회의 역량을 집중해 '안전'을 핵심 사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농현은 "성수대교 붕괴, 불산 누출사고 등 대형 참사가 계속되는 원인은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부실해 생긴 일"이라며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관리'가 화두로 떠오른 사회분위기를 반영, 올해는 사업연속성(BCP)과 관련한 사회 안전-비즈니스 연속성 경영시스템(ISO 22301) 인증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범국가적으로 안전문화운동 중앙추진협의회가 발족했고 10월에는 ISO 45001(안전보건경영 시스템)이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표준협회는 ISO 45001을 대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농현은 스스로를 변화의 중심에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지난해 협회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부채도 청산했다. 

지난해 9월에는 표준협회가 1962년 ISO 가입 이후 53년 만에 국내서 처음으로 ‘2015 국제표준화기구(ISO) 총회’를 개최했다. 세계 160여개국, 80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국제 표준을 논의했다. 국내 표준산업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현은 표준협회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현은 표준협회장 부임 이후 직원들에게 항상 깨어있으라고 강조한다. 

직원들이 역량개발을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진다는 것.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코리아호의 위상에 걸맞는 국제표준을 선도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고 이를 위해선 표준협회가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농현의 지론이다. 

지난해 연말 농현은 협회 본부장들을 자택이 있는 인천 중구의 오래된 중국집으로 불렀다. 

중국 출장중 자신의 사비로 직접 사온 마호타이 등 중국전통주를 나누며 표준협회의 위상과 역할을 안주삼아 마셨다. 

최소한 20년 이상 표준협회에서 근무해온 본부장들로서는 이러한 농현의 서민적이면서 인간적인 모습에서 삶의 에너지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술회했던 것이 기억난다. 

농현은 분명 학자다. 

그러나 학자 이전에 어른이 없는 현 우리시대에 귀감이 될 인물이다.

인천의 명문 제물포고를 졸업한 농현은 그때 삶의 좌우명을 얻었다고 한다. 

제물포고 교훈이 그것이다.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

3년후 고희를 맞는 농현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실천한 삶의 방정식이 우리에게 주는 답이다. 
농현은 내년 협회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동국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동국대 일각에서는 문학-사학-철학 중심 대학이던 동국대가 의대-약학대를 중심으로 한 의생명공학대를 육성하기 위해선 농현 같은 이가 총장으로 오기를 바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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