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을 다시 정상으로 올려놓은 일 뿌듯”

▲ 조석 한수원 사장이 지난 3년간의 경영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위기 한수원호 3년 만에 기재부 경평 B등급 수성

뼈를 깎는 구조조정-경영혁신으로 체질개선 성공

성장보다 안전 우선 경영방침 정립 “큰사고 없어” 

2013년 발생한 시험성적서 위조와 직원 청탁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국내 최고의 에너지공기업이자 한국 원자력계의 자존심으로 불리우던 한국수력원자력이 위기상황에 봉착했을 때 정부가 꺼내든 해결 카드는 조 석 전 산업자원부 차관이었다.

전임 사장들이 한전 혹은 한수원 출신으로 채워지다 보니 이러한 비리가 발생했다고 정부는 파악한 것이다.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결국 정부는 행정부 관료 출신이 조직을 혁신하고 학연, 인맥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조 석 전 차관은 에너지자원 분야를 총괄하는 2차관을 역임한 정통관료로 2011년 9.15대정전 당시 차관으로 전력당국을 진두지휘한 에너지업계 베테랑이었다.     

그해 9월 위기의 한수원호 사장으로 취임한 조 석 사장은 시험성적서 위조로 인한 케이블교체에만 1000억원을 투입했다. 

원전에 매년 같은 제품이 들어가지만 규정상 시험성적서를 납품할 때마다 돈을 들여 발부받아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푼돈이라도 아끼려는 꼼수에서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는 업계의 현실을 잘 알았지만 조 사장은 문제가 된 관련 케이블을 전량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조 사장은 바닥으로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최우선 과제를 두었다. 직원들과 소통을 자주하며 한수원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공교롭게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그해 국민들의 원자력을 대하는 시선은 싸늘했다. 그 상황에서 한수원 비리가 터졌으니 엎친 데 덮친 격. 

조 사장은 인사, 조직, 문화 3대 혁신을 기치로 고여 있는 내부 인사와 조직 적체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외부 수혈을 늘린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였다.      

이같은 조 사장의 노력은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B등급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지난 3년간 D이하 최하위에서 맴돌며 직원들은 상여금을 일체 받지 못했다. 최근 3년 사이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이번에 상여금을 받는 사실을 처음 알게 돼 자신의 급여가 더 많은 것에 고무됐다는 말도 들린다.  

조 사장의 오랜 행정경험과 지혜가 위기의 한수원 호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이라고 주변에서 평하는 이유다. 

2012년과 2013년 원전납품비리가 불거지면서 이른바 ‘원전 마피아’로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2013년 9월 조석 사장 취임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곧 조 사장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유임설이 들린다. 

일각에서는 한수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내년까지 완수하기 위해서는 조 사장과 같은 책임마인드 형 사장이 대통령 임기까지 같이 해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석 사장은 꽤 오래전부터 환경운동연합 유료회원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탈핵을 기치로 하는 환경단체다. 그럼에도 조 사장은 환경운동연합의 정신이 옳다고 본다. 원전은 자전거 바퀴와 같아서 세계 최고 수준의 운전 운영능력이 필요하지만 또 한바퀴는 환경운동연합이 내세우는 것처럼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 하는 정신이 필요한 것. 바로 이 점이 현재 한수원에게 가장 절실한 가치이자 기치인지도 모른다.  

에너지전문가인 조 사장은 원전 운영회사 사장이지만 신재생에너지를 원자력이 키워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작년 원전 가동률이 85%를 넘었고 창사 이래 최대 실적(매출 10조6000억원, 순이익 2조5000억원)을 올리는 등 한수원을 정상화시킨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에 조 사장은 취임 이후 인사, 조직, 문화 3개 부문의 혁신을 통해 조직 전체의 체질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답했다. 

성장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경영방침을 정립하고 퇴직자의 협력업체 취업 금지, 구매투명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는 것. 임직원 상호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 및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했던 점을 인정받은 듯 하다고 조 사장은 말했다. 

지난 4월 경주로 본사를 이전하며 한수원은 경주종합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한수원의 비전에 대해 질문하자 조 사장은 “경주에 협력기업 유치 및 컨벤션 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경주 지역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4월말 경주본사이전 기념식에서 ‘New & Clear 에너지실크로드’라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경주 시민들이 한수원의 성공적인 경주 정착을 위해 많은 성원을 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조 사장은 취임 이후 월 3회 이상 발전소 현장을 다니고 1만명 직원을 만나려고 이동한 거리만 6만2000km에 달했다고 한다. 

조 사장은 한수원 경영진은 발전소에 자주 다녀야 한다고 강조하고 전국 24개 원자력 발전소, 21기의 수력발전소, 16기의 양수발전소가 가동중인데 경주 본사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 실적을 분석하지만 수시로 각 발전소를 방문해 설비를 점검하고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수원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발전소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 경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 회사 직원들이 크고 작은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이 원전운영 면에서는 최고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안전관리, 시스템 등 원천기술 부문에서는 솔직히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해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는 질문을 했다. 

조 사장의 속내를 들어보고 싶어 한 질문인데 이에 대해 조 사장은 “한수원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안전성이다. 아무리 경제성이 좋다고 해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원전 운영에 있어서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수원의 안전에 대한 기술력은 세계 유수의 원전에 비해 손색이 없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원자력 발전소 시설에 대한 중대한 손상이나 인체에 대한 방사선 장해, 방사선 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누출되는 개념의 “사고”가 발생된 적은 없다. 국내 원전 사고의 대부분은 사고 등급으로 0~1 등급의 낮은 수준이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조 사장은 “원전의 고장 정지율도 최근 5년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한수원은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경주 본사에 발전운영종합상황실을 구축해 운영중이고 노후 설비에 대한 선제적 교체는 물론 직원에 대해 지속적인 안전, 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도 원전비리 사고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는 언론도 쉬쉬하며 국익차원에서 비리를 감추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원전 수출 때문이다. 

우리는 비리상황을 너무 리얼하게 전세계에 알렸다. 그 덕에 UAE 원전 이후 수출 제로 상태다. 특히 경쟁국인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의 견제가 심하다.

정부의 공기관 기능조정에서도 한수원이 직접 원전수출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었다. 조 사장에게 원전 해외수출 돌파구에 대해 물었다.       

“최근 국제 원전시장은 발전소 건설과 운영 뿐 아니라 폐로 단계까지를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발주가 대세다. 원전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단순히 원전을 건설하는 것 뿐 아니라 원전 운영 전략과 운영 기술, 수명을 다한 원전의 해체 능력까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수원은 2009년 UAE 원전 수주 이후, 올해 4월에 UAE 원전 운영 준비를 위한 인력 파견 계약을 체결했고 2017년 고리1호기 폐로 준비를 진행중이다. 한수원은 세계 수준의 원전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정부 및 유관기관과 함께 베트남, 이집트, 체코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원전 수출 마케팅을 진행중이다.”

조 사장은 고리1호기 페로와 관련, 폐로가 확정된 원전에 대해 전담 조직을 구성해 해체 로드맵을 수립하고 해체에 필요한 기술 확보를 진행중에 있다며 진행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의견 수렴을 위해 원전해체 워크숍 및 비즈니스 포럼 등을 개최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기후변화체제 출범과 함께 원자력의 가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고 아울러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한수원의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조 사장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2018년까지 총 6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신기후체제 하에서 탄소저감을 위한 조치일 뿐 아니라 신규 일자리 창출 및 관련 중소기업 지원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한수원은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사업, 태양광발전, 발전소 온배수 활용 등 10여가지의 다양한 아이템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웃으며 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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