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시장 국가간 연계 예상…
국내제도를 국제기준에 맞춰야 신기후체제 선제적 대응”

박주헌 원장.

Q.유가 하락에 대한 전망과 이에 따른 에너지원별 수급대책이 궁금합니다.
☞국제유가가 연초부터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과잉 상황이 앞으로도 점차 해소되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고유가 시기가 단기간에 도래하지는 않겠지만, 지금보다는 높은 국제유가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6년 하반기 유가가 국제 원유시장의 초과공급 현상이 완화되면서 평균 $45/b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벌어진 브렉시트가 상승국면에 접어든 국제유가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는 보다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사항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수급상황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에너지수요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따라서 과거에 우려했던 수급차질보다는 보다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수급에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경기침체에 따라 지나친 수요 위축이 에너지산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미리 대비하는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Q.저유가로 가스복합, 집단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집니다. 반면 석탄화력은 탄소세 및 미세먼지 등으로 부작용이 부각되는 형국입니다. 앞으로 에너지원별 변화추이는 어떨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전력수요의 성장둔화가 예상보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한편, 저유가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가스복합이나 집단에너지 업계가 경영악화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전력도매가격(SMP)과 가동율이 동시에 하락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저유가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가 될 것입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대책 등 전력수급계획 차원에서 대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에 더해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용량요금제도, 전력도매시장 운영규칙 의 개정 등을 검토하여 이들 업계의 지속성장과 함께 발전부문에서 에너지원별 믹스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Q.탄소배출권 문제가 에너지믹스 정책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포스트2020과 관련, 연구원에서 예상하는 시장에서의 문제점이나 대응방향 등을 듣고 싶습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가 가진 외부성에 가격을 부과하여 경제주체의  행태를 변경시킴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 온실가스의 80% 이상을 배출하는 에너지 부문의 행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가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선제적으로 전국단위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였고,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고려하는 다른 국가에 중요한 모범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아직 2년도 되지 않은 시범사업 단계로서 여전히 불확실한 요소가 남아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배출권거래제 주무관청이 환경부에서 기획재정부로 변경되고, 산업부, 국토부, 환경부, 농림부가 부문별로 관장하는 체제로 변경되었습니다. 또한 Post-202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이 수립되면, 이에 따라 또 다른 제도 변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하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은 꾸준히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 연구원이 판단하기에 단기적으로 우선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전력 도매시장에서의 배출권 구입비용 정산방식입니다. 탄소비용은 경제학적으로 변동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현재 정산제도 하에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후 정산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장기적인 문제는 간접배출의 규제 대상 포함 여부입니다. 간접배출을 포함시킨 이유는 소비자가 소매전력가격이 고정된 상태에서 전력 소비를 줄일 이유가 없기 때문인데, 이는 중국을 제외하고 다른 나라 배출권거래제에는 없는 독특한 요소입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단일 탄소시장의 출현 가능성은 낮지만 어떤 형태로든 배출권시장의 국가 간 연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국내제도를 국제기준에 미리 일치시켜 놓는 것이 신기후체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Q.6차와 달리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정부는 화력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8차수급계획은 예정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학 측면에서 8차 수급계획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전력수급계획은 전력수급의 안정, 환경성, 온실가스 감축, 경제성, 주민수용성 등 다기준-다차원의 다양한 목표를 추구합니다. 6, 7차 전력수급계획은  2011년의 공급설비 부족에 의한 순환단전의 피해를 반영하였습니다. 전력수요 증가세 유지와 적정예비율에 불확실성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다수의 신규 발전소 건설을 계획에 반영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전력수요 증가세는 예상을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10년간 국내 전력소비는 매년 약 5%씩 증가한 반면, 지난 4년 동안에는 연평균 1.5%만이 증가했을 뿐입니다. 경기부진, 요금인상, 전력수요와 경제성장의 비동조화(decoupling) 현상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저성장,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 전기소비의 고효율화 기조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신재생발전의 확대 정책과 지원 역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력분야에 있어서 설비 건설 등 공급력 확충을 위한 준비기간이 적어도 10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는 과다설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시점으로 판단됩니다. 과거의 수급계획이 공급설비 확충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8차 수급계획은 수요예측 결과를 정밀하게 재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기 계획된 공급력을 조절해가는 계획 수정이 주요 골자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Q.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계획이 확정됐습니다. 원전 안전 패러다임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것입니다. 이미 지난주 공청회에서 시민들의 반대로 기본계획 설명회가 무산된 바 있는데요, 원장님은 향후 원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고 5년이 지났습니다. 세계적으로 원전반대 여론은 강화되었습니다만, 원전은 여전히 유효한 발전원입니다. 최근 우리 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31개 원전 운영국 중 원전의 점진적 폐지 내지 보류를 결정한 국가는 4개국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 27개국은 후쿠시마 사태 이전의 원전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절대다수의 나라들이 기존의 원전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분석결과 에너지자원의 부존 상황, 전력수요의 증가 추세, 인접국가와의 전력 수출입 가능 여부, 전기 가격 수준 등 에너지수급 여건에 따라 국가별로 원전정책이 다르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진부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에너지의 대외여건은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에너지소비 세계 8위, 96%의 에너지 해외의존도,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 고립된 전력계통 등 처한 현실이 엄혹합니다. 여기에 우리는 2015년 INDC에서 BAU 기준의 온실가스 배출량 37%를 2030년까지 감축하겠다고 전세계에 공표한 바 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할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의 이용확대를 꼽지만 우리의 상황은 이조차도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또한 원전 운영국 중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원전을 고려하지 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2012년 원전제로 상태의 일본이 2020년까지의 감축의무 포기선언을 한 것과 2015년 INDC에서 2030년의 원전비중을 20∼22%로 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원전의 안정성은 기술진보에 따라서 대폭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부존 현황이나 대내외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적정수준의 원전비중 유지 정책은 당분간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산경e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