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개방으로 에너지시장 효율성 제고, 실질적 경쟁체제 전환해야”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 박명덕 연구위원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장 워크샾을 열고 에너지, 환경, 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추진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의 일환으로 사회간접자본과 농림·수산, 문화·예술 분야 등의 87개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 조정에 이은 두 번째 구조조정으로  불필요한 기능은 덜어내고 꼭 필요한 기능은 보완하여 공공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 이번 기능조정 방안의 기본방향이다.

이번 기능조정의 핵심은 에너지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각각의 기능조정은 ‘에너지산업의 효율성 제고’라는 큰 명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산업은 기간산업 및 거대장치산업으로 공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른 독과점 체제의 산업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이 항상 큰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금번 기능조정 방안은 크게 정부 자체의 노력에 의한 에너지공기업 효율성 제고 방안과 민간개방 및 경쟁도입 등  시장개방에 의한 효율성 제고 방안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자체 노력에 의한 기능조정안을 살펴보면 먼저 기관 통·폐합 및 비교우위 기관으로 업무를 일원화하여 유사·중복 기능 업무를 조정하고 비핵심업무를 축소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각 기관이 보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여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기초전력연구원의 폐지 및 기능이관, 한전 KDN 전신주 관리 업무 철수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사·중복 기능 및 비핵심업무로 인해 발생되는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석탄공사 대한 구조조정 역시 공공기관 효율성제고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해될 수 있다. 석유·가스·광물자원 3사는 해외에서 91개의 탐사 및 개발·생산사업을 운영중이나 무리한 투자확대와 자원가격의 급락으로 부채비율이 급증하며 부실이 증가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5년 기준으로 석유공사는 453%, 가스공사는 321%, 그리고 광물자원공사는 무려 6,905%로 07년과 비교했을 때 확연하게 높아진 수치이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핵심자산만 남기고 정리하기로 하였으며 공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기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광물비축과 방산업무를 다른 공공기관에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석유광사와 광물자원공사는 조직축소 및 인력감축, 신규채용 중단을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 및 경영정상활 자구노력을 시행한다. 석탄공사 역시 석탄산업 규모 축소에 따라 지속적으로 영업적자가 누적되었으며 인력감축 및 신규채용 중단을 통해 단계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시장 개방에 의한 에너지산업 효율성 제고 방안은 경쟁에 의한 소비자 편익 증대, 원가 및 비용 절감, 민간부문 에너지기업 경쟁력강화가 주요 목표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한전이 독점적으로 수행중인 전력 판매부분과 가스공사가 독점으로 도입·공급해온 천연가스 도매시장에 민간개방 및 경쟁체제 도입, 발전정비시장, 원전 상세설계 업무의 민간참여 확대, 발전자회사를 비롯한 8개 에너지공공기관의 상장 추진 등은 모두 독과점체제의 에너지산업을 시장체제로 전환하여 시장기능 확대를 통해 사회적 편익을 증진시키고 민간에너지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에너지산업 효율성 제고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꾸준히 지적되어온 에너지산업의 독과점적 구조에서 파생되는 비효율, 부적누실, 해외자원개발의 무리한 투자 추진 및 실패 등을 고려할 때 기본적으로는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조정방안의 기본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만 하반기에 수립될 추진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민간개방을 통한 에너지산업의 효율성제고는  전력시장, 가스시장, 발전정비시장 모두 실질적인 경쟁 체제 수립이 핵심적인 요소일 것이다. 금번 구조조정 방안에서 대표적인 민간개방 부분이라고 한다면 전력시장 판매부문에 대한 민간 개방일 것인데 단계적 민간개방을 통해 효율성 제고 및 사회적 편익을 증대가 목표인 전력시장 판매개방의 성공조건 역시 실질적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전력판매 개방을 논의할 때 일본의 사례가 주로 등장하는 것은 국내 전력산업 상황과 흡사한 형태였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전력산업은 오랜 기간 한전과 같이 수직적으로 통합된 10개의 지역독점기업에 의해 전력시장이 지역별로 운영되어 왔으나 2000년 대규모 수용가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판매개방을 실시하여 마침내 2016년 4월 최종소매부분까지 개방되었다. 2000년도에 개방된 전력시장은 전체 전력량의 약 26%를 차지하는 부분이었으며 이는 점차 확대되어 2011년에는 전체 전력량의 약 62%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시장개방에 따라 등장한 신전력사업자들의 전력판매비중은 8% 정도에 불과하고 92%는 지역독점의 대형 전력회사들이 판매하고 있어 실질적인 경쟁 체제에 도달하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전력사업자의 저조한 전력판매점유율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특히 지역독점의 대형 전력회사들이 송·배전망을 소유하고 있어 송배전 접속요금과 송배전망 연계 정보의 독점을 이용해 상대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큰 요인일 것이다. 이는 전력판매시장 전면개방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전력시장시스템 설계 없이는 실질적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후 안정적 전력공급, 전기요금 억제, 시장개방을 통한 신산업 기회 확대라는 목표를 가지고 전력시스템개혁을 단계적으로 추진중이며 2016년 소매시장의 전면개방 후 2020년 송배전망의 법적 분리를 통한 중립성 및 독립성을 향상 시킬 계획 중에 있어 전력판매부분에 대한 실질적 경쟁도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선중이다.

국내 전력시장 개방 역시 단기적 성과에 매달려 안정적 전력시장시스템 설계라는 장기적 과제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국내 전력시장은 실질적 경쟁도입이 실현되기에 앞서 해결되어야할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소매부문의 경쟁도입은 직간접적으로 도매시장에서의 전력구매와 연관되어 있는데 한전은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도매시장에서 형성되는 한계가격보다 적은 금액으로 정산하고 있다. 만약 민간전력판매회사가 도매시장에서 한계가격을 적용받는다면 전력판매시장에 진입하는데 매우 높은 장벽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요금제 또한 원가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민간의 진입은 요원할 수 밖에 없으며 요금제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생산원가도 공개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발전원가, 송배전이용료 등 전기를 생산하고 운반하는 비용이 적절하게 수요자에게 배분되어 회수되지 못하고 부채로 남는다면 전력판매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민간기업은 아무도 없게 될 것이고 결국 공기업만이 살아남는 형국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력판매시장의 기본 플렛폼인 송·배전이 여전히 판매와 결합되어 있다면 중립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매와 송·배전의 분리도 깊이있게 논의 되어야할 문제일 것이다.

민간개방에 따른 시장경쟁체제도입은 금번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에너지시장 효율성 제고에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며 실질적 경쟁도입을 위해 각종 규제에 대한 완화 및 철폐와 불합리한 현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충분한 논의를 성숙된 정책 및 로드맵 수립에 매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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