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이 지난 한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연구성과발표회를 마치고 에너지전문지 기자들과 두시간 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인터뷰는 취임 1년 만에 갖는 공식 인터뷰라는 점에서, 또 에경연의 연구성과 발표회에 이은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인터뷰는 에경연 신정수 부원장, 김현제 연구기획본부장 등 연구원 보직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지난해 전임 원장의 급작스런 사임으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재직중 부임한 박 원장은 그래서인지 조심스런 행보를 했다.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정책 수립에 관여해온 박 원장은  원장 취임 이후 가급적 말을 아낀 편에 속한다. 그런 박 원장이 이날은 달랐다. 정립된 에경연 정책구도와 에너지신산업 등 정부의 주요정책에 대해서 소신을 강하게 피력하고 유머도 섞어 가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박 원장은 가스와 원자력이 브릿지에너지로서 여전히 유효한 에너지임을 강조하고 원자력의 경우 사회수용성을 높이는데 정책적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한해 에경연은 원자력, 에너지신산업, 석유-가스 3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연구해왔고 올해에도 이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천연가스와 관련, 가격과 수요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 즉 시장 개방에 대한 주제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에너지시장의 근본 문제인 왜곡된 에너지원별 가격 정책, 그중에서도 OECD 국가중 가장 저렴한 전기요금의 개편에 대한 속내도 조심스럽게 풀어놓았다. 정부가 에너지가격 시그널을 저가격에서 고에너지가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게재한 인터뷰 내용은 사전에 주고 받은 질의답변 내용이며 비공식적으로 오간 대화내용은 비보도함을 밝힌다.          

1.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필요성은 업계도 인지하고 있으나 다소 과열돼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데. 

에너지 신산업은 기본적으로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에너지 시스템과 산업구조의 변화를 통해서 중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다. 그리고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원 및 에너지 서비스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과 관련되므로 민간의 투자증대와 에너지 시장의 경쟁적 환경조성이 필수적 과제다.

다양한 사업자와 소비자 스스로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창출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물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결정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저유가 상황 하에서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서 환경비용 등 외부비용을 반영하는 합리적 에너지 가격체계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인데 이는 에너지 신산업 관련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이 에너지 요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에너지 신산업의 초기 시장창출에는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신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생적인 민간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경쟁적 에너지 시스템의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최근 에경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내 국제유가가 50달러로 회복할 것이란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국제유가에 대한 전망은.

향후 국제유가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겠지만 공급 측면의 요인들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저유가 영향으로 생산비용이 높은 원유로 분류되는 미국의 셰일오일 등 비OPEC의 원유생산이 어느 정도 감소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라는 점이다.

또한 이란에 대한 서방국의 원유수출 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이란이 어느 정도 공급을 증가시킬 것인가도 관심사다.

올해 미국 원유생산은 저유가와 자본투자 삭감으로 감소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전년보다 하루 60만 배럴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이란은 전년보다 하루 50만 배럴 내외를 추가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는 상반기 중에는 공급 과잉이 지속됨에 따라 약세를 보이겠지만 하반기에는 이란의 증산에도 불구하고 셰일오일 생산 감소와 석유수요의 계절적 증가로 수급 불균형이 현저히 완화되면서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상반기 중 유가는 배럴당 평균 30~35달러에 형성되고 하반기에는 배럴당 40~50달러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 지난해 한전의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반해 가스발전사들의 실적은 되레 악화돼 있다. 

지난 2011~14년 사이의 전력위기 동안 예비력이 부족하여 도매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가 매우 높게 형성되었다. 그 당시에는 도매시장의 판매자 중의 하나인 민간 가스발전회사들의 수익이 굉장히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도매시장의 유일 구매자인 한전의 수익성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런 상황에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말부터다. 신규 석탄, 원자력 발전설비가 새로운 공급력으로 더해지면서 경기불황 속에 전기수요의 증가폭이 크게 둔화되고 예비력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SMP도 100원/kWh 이하로 떨어지게 되었고 민간 가스발전회사의 실적은 크게 나빠지게 되었다. 주목할 것은 한전이나 민간 가스발전회사 모두 스스로 잘하고 못해서 적자 혹은 큰 흑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도매시장에서 결정된 요금이 소매요금으로 연동되지 않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도매시장 요금이 높은 시기에 한전은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 또한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력기본계획상의 설비구성이 기저전원(석탄, 원전) 위주로 짜여질 수 밖에 없었던 여건 때문에 전기수요가 낮은 시기에 첨두를 담당하는 가스발전의 가동율이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단기적으로는 전기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이 연동되는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해야 하겠고 장기적으로 정책전원인 원전, 석탄, 신재생을 제외하고는 사업자 스스로 책임 하에 가스발전 시장 진입을 결정하고 수익성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계획적인 요소를 배제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4. 최근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에너지신산업의 영향을 받으면서 크게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서는 반짝 활성화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 있는데.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경제성이 부족해 정부의 보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RPS(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정책이 2012년 도입되었고 2024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 SMP(계통한계가격) 이외에도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발전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만큼 REC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태양광 모듈 가격이 최근 7년간 70% 이상 하락하였기 때문에 태양광 REC도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할 때까지 지속적인 보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2024년경에는 REC 가격이 0으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향후 8년 이내에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되어 시장에서의 보급이 자생적으로 확산될 수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풍력은 스페인, 덴마크 등 많은 국가에서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으며 태양광도 중동이나 미국 일부지역에서 이미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한 상황이다.  

5. 우리나라 가스시장을 민간에 개방해야 될 때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스공사 외의 시장 참여자에 대해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는 데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현재 도매시장은 가스공사가 도입, 판매, 시설 등을 전담하던 과거의 상황에 맞추어 제도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보니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활동하는 데에 많은 제약이 있다.

무엇보다도 가스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수입된 가스가 남아도 싼 값에라도 판매할 수 없고 국내 가스시장도 기능 부전 상태여서 가격이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효율성이 적잖이 파생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이 시장 자유화 조치를 통해 역내 가스 거래 허브 조성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자유 경쟁 시장이 조성된 싱가포르나 내년부터 소매 자유화 등의 시장 개방 조치를 취할 일본, 상하이 가스거래소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뒤처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다만, 현재 가스공사가 보유한 장기계약은 천연가스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때로는 부득이하게 불리한 조건에서 체결된 경우도 있고 급격한 시장 개방으로 인하여 가스공사가 의무적으로 인수해야 하는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우선은 현재의 유리한 시장 여건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직수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작은 규제들부터 해결해 가면서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도매시장 개방 방안에 대한 논의를 긴 안목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6. 해외자원개발과 관련,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

기본적으로 자원개발의 목적은 비상시 에너지수급 안정화, 가격 헷징을 통한 경제 안정화, 자원개발산업 및 연관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있다. 따라서 향후 자원개발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공급과 가격 측면의 에너지안보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기업을 통해 해외자원개발을 주도해왔다. 공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가질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는 자원개발의 정책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사업발굴, 투자결정 등 성장전략은 해당 공기업이 책임지고 수행하는 거버넌스 조성이 필요하다.

7. 도시가스 요금 개선과 관련한 견해는. 

작년 도시가스 수요가 전년 대비 6% 이상 감소하고 다른 에너지원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도시가스산업이 최근에 많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도시가스 업계에서는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고 정부도 작년 말의 12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 도시가스산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잘 아시다시피 요금이 도시가스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도시가스 요금에서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이 원료비는 가스공사의 LNG 도입가격에 따라 결정되므로 도시가스 업계의 노력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과거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면서 쌓인 미수금을 가스공사가 해결하고 있는 것이 도시가스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은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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