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역사적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국내에서는 원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보게 되었고 이후 발생된 원전비리, 부품위변조 사건에 대응하는 원자력 산업계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 사고에 선제적이지 못하고 방어적인 모습만을 보여 주었다. 

특히 원전구매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부품위변조, 비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실제로 현장에 직접적인 접목을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기보다는 정부차원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정치행위에 가까운 것으로 식자들에게 회자된 바 있다.
 
실제 위원회가 출범할 때의 화려한 모습과 비교하면 그 결과는 개선을 위한 뚜렷한 정책발표도 없고 많은 국민들이 기억할만한 구매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나온 결과적인 개선점이 거의 없다고 느껴진다. 

이 와중에도 원전비리 수사결과는 지속적으로 발표되었고 그동안 집적된 것이 조사를 통해 한꺼번에 밝혀지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원전비리 발본색원을 강조하는 가운데 새로운 정책으로 결정되어 2013년 추진된 원전부품의 해외기관 3자검증도 석연찮은 입찰과정, 낙찰된 기관의 전문성에 대한 의혹, 수행 참여자의 전문성에 대한 회의, 계약과정에서 발생되는 수많은 의혹들 등등 제반 추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국정감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는 근본적인 개선이 되지 않아서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정부노력의 실패는 투명성 확보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부터의 교훈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즉,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독립적인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의 안전은 꾸준하고 투명하게 감시되어야 확보될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국내 원전산업계의 문제점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원전산업의 주요 정책들이 폐쇄적인 구조로 대부분 결정되며 제3자의 독립적인 감시구조가 취약하여 제대로 된 감시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이다. 현재 정부조직법상 총리 산하로 편제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총리의 제청으로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문제는 총리가 원자력진흥위원장이라는 점 때문에 원자력진흥위원장에 의해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임명 제청되는 누가 보아도 독립적이지 못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위원회의 유일한 기술지원조직(TSO)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전문적인 판단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차후 정부조직법 개정시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산자부를 중심으로 원안위, 감사원, 기재부가 협조하여 원전비리 대책 추진을 주문했는데 이는 원전안전감시에 있어 진흥부서가 주도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가장 기본적인 안전감시 구조의 독립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상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둘째, 원자력안전 감시를 위한 전문인력의 부족이다. 국내 유일의 안전감시 기술조직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경우 30기 원전을 기준으로 현재 480명 규모인데 해외 대비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다. 그 사례로 보면, 100여기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NRC의 기술인력만 4000여명, 그리고 약 17기 원전(정지 포함)을 관리하는 독일의 경우 규제 전문인력이 2500명 수준, 그리고 프랑스의 경우 ASN을 중심으로 약 58기 원전을 관리하는 규제기술 인력이 2000명을 초과하는 것을 보더라도 국내 감시기술인력이 너무 부족한 구조다. 인구 밀집도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2000명 이상의 수준으로 증가하여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개편이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안정된 고용 형태이므로 독립성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구조로 일면 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규제지침을 수립하는 기능은 매우 취약하다. 최근 제시된 다중호기 PSA,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준, 효과적인 방재대책, 월성1호기 계속운전 평가 미흡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기술지원 조직의 기술인력 부족에 의한 것이므로 독립기술지원 조직의 기능을 활성화하면 원안위는 매우 소수인력으로도 효과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국민과 적극적인 소통에 임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안전지침과 기준을 수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자문기구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안전전문위원회의 역할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안전전문위원회는 위원회의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적인 자문역할을 수행하는데 현재의 인력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전문위원회에는 원자력공학 전문가 중심이어서 발전소의 평가를 위한 전문가를 주로 배치하고 있으나 실제 발전소 설계 및 연구개발 실무경험인력은 극소수이며 실무경험이 취약한 교수도 다수 구성되어 있고 특히, 원자력 분야에서 중요한 부분인 방재, 폐기물 분야의 전문가는 아예 한명도 없다. 

이를 고려하면 전문위원회 인력은 현재 규모대비 4배 이상 늘려야 할 것이며 전문위원회의 활동내용도 권고사항들이 보고서와 회의록, 검토결과와 함께 적극 공개되어야 한다. 현재 전문위원회는 무엇을 하는지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진 바도 없는 아주 폐쇄적인 조직이다. 따라서 이들은 제각기 분야에서 예를 들면 30년 이상의 분야별 전문적인 실무경험을 보유한 최고의 현장 전문가로 구성하여 투명하게 독립적인 위치에서 현장에 실제로 필요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원전의 안전감시를 위한 지역과 시민의 참여를 합리적으로 보장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는 국민과 안전공감대 형성의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이므로 제도적인 모색과 검토를 거쳐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수많은 그 동안의 사례로 볼 때 발전소 운영자에게 단순히 믿고 맡기는 시대는 종식되어야 한다.
 
다섯째, 독립적인 규제감시와 병행하여 누구든 원전의 안전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에게 가능한 모든 정보가 합리적으로 공개되어 공유되고 시민참여에 의한 또 다른 안전감시가 가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현재는 발전사업자의 영업비밀 보호를 명목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들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이 사고의 규모와 지속성 측면에서 원전의 안전은 어떠한 영업비밀 보다도 우선되는 국민의 양보할 수 없는 권리가 되는 가치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섯째, 원전사고는 피해규모의 광역성과 지속성을 고려하면 반드시 발생하면 안되는 사고이므로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을 대비하여 사고시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규모의 방재대책이 필요하다.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한반도 전역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므로 지역대책 수립과 동시에 전국적인 규모의 정밀한 방재대책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일곱째, 원전을 반대하는 그룹과 원전을 관리하는 그룹이 상호 무한 대립하는 구조로 인하여 실제적인 안전요소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완전 폐로가 결정된 독일의 경우 2022년까지 운전되는 몇 개 안되는 원전의 안전관리를 위해 후쿠시마 원전 후속대책을 종합 검토하여 적용했는데 마찬가지로 모든 면에서 상호 무한 대립만 평행하게 진행하고 안전이라는 실속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 그 피해는 결국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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