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치체계 표준 신경쓸 때죠”

1962년 설립, 5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표준 품질 분야 대표기관 한국표준협회가 달라지고 있다. 서울 본부를 비롯, 전국 12개 지역본부에 상근 직원만 300여명이 넘는 작지 않은 조직이 효율성과 경영기법으로 재무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협회 창립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동국대 석좌교수인 백수현 회장이 취임하며 협회가 전문성과 사회적 헌신을 강조하는 국민의 표준협회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 지난 1년 성과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코트라, 한전 등 산업-경제-에너지-농수산업계 등 다양한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협회의 활동반경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는 백수현 회장을 만나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기적으로 정신문화나 사회적가치 표준 필요
표준-품질 새로운 분야로 확대 “성장 다변화” 
 

Q. 한국표준협회장으로 2014년 9월 오신지 1년이 지났습니다. 대학교수 신분에서 정부산하 기관장으로 활동하며 느낀 소감이 있다면.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많은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유관기관에 인사도 다니고, 업무 보고도 받고, 품질경영대상과 CEO 조찬회 등 대내외 행사도 여러 곳 다녔죠. 그동안 주로 전기 분야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이제는 식품, 제약, 가구, 유통, 호텔, 건설 등 산업 전반에 걸친 분들과 만날 수 있어 새로운 경험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 학자가 아닌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더 큰 사명감을 느낍니다.

Q. 부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둔 부분과 업무는 무엇입니까.
=먼저, 표준 품질 전문기관으로서 KSA의 정체성과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진화하는 표준 및 품질을 통해 산업을 리딩함은 물론 표준 품질 국제행사를 개최하여 글로벌 위상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두번째, 성장의 다변화를 추구했습니다. 각 정부 부처에서 표준 품질 전문기관을 필요로 하는 경우 적극 지원하여 범부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인더스트리 4.0,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 ISO55000,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육성하고자 합니다. 또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라 지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지역경쟁력 강화 사업을 발굴할 것입니다. 전국 주요지역에 위치한 KSA 지역본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합니다.
세번째, 지속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업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임직원의 역량을 제고할 것입니다.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활동 등도 함께 전개하여 내실 있는 성장을 실현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윤리와 청렴도도 강화할 것입니다.

Q. 표준협회는 산업표준화와 품질경영에 관한 조사, 연구, KS, ISO인증 등 국가산업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그 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발전전략을 듣고 싶습니다.
=기존에 표준협회가 잘하고 있는 부분, 즉 표준과 품질을 새로운 분야로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먼저, 올해 가장 큰 화두인 ‘안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처의 신설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의 안전문화에 대한 갈망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우리 협회에서는 안전환경혁신센터를 신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안전 뿐 아니라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전반에서 안전의 틀을 혁신하는 ‘안전의 표준’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안전 분야와 함께 자산관리 분야도 주력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엔지니어링 에셋 메니지먼트(EAM)’의 개념을 보급해 나갈 것입니다. EAM은 산업생산시설 및 사회기반시설의 자산상태의 진단을 통해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최적화하는 종합 자산관리활동입니다. 자산의 설계부터 취득, 운영, 정비와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대해 투자수익률의 관점에서 운영절차와 의사결정을 체계화하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지난 2014년 2월에는 설비관리 국제표준인 ISO55000이 공식제정, 국내 산업자산관리분야에 높은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협회는 ISO55000을 적극 도입해 산업관리분야에 새로운 표준을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8월에는 학계와 협력하여 자산관리학회를 발족했습니다.

한편,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 것만큼 기존 사업을 탄탄하게 운영하는 것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사업은 협회의 매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으로 항상 신경 쓰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부흥도 결국은 인재양성으로 귀결됩니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국가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를 살려낸다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기본적인 이념입니다.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협회의 역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협회는 기존의 표준, 품질 분야는 물론 HR교육을 더욱 강화하여 창조경제의 핵심이 되는 우수 인재 육성에 더욱 힘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트렌드를 분석하고 R&D투자를 통해 신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협회 안전환경혁신센터 신설, 안전 분야 관심
ISO55000 적극 도입해 자산관리 분야도 주력

Q. 국내외 인증제도 현황과 과제, 발전방향에 대해 한 말씀.
현재 표준이나 인증은 산업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신문화나 사회적 가치체계의 표준도 필요합니다. 예컨대, 복지지출도 전통 효(孝)문화를 살리면 훨씬 해결이 쉬울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경로사상과 효문화가 보이지 않는 우리만의 저력입니다.

산업표준 뿐 아니라 ‘사회적 규범의 표준화’에도 나설 생각입니다. 표준과 인증을 통해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물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 가치체계를 먼저 만들어내야 물질문명의 발전이 배가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고민이 우리가 4만달러, 5만달러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즉 산업, 물질표준보다 이런 가치표준이 서 있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신가치도 하나의 표준으로 정립되고 이를 바탕으로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야 합니다. 앞으로 표준과 인증은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Q. 표준협회가 최근 실시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서도 한 말씀.
=협회는 지난해부터 KSA행복나눔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협회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설립된 KSA행복나눔회는 소액의 기부약정을 통해 매월 급여에서 일부를 모아 기금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사회취약계층 및 다문화가정 후원 등 소외계층을 돌보는데 쓰입니다. 취약계층 및 다문화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한 진로설정 캠프 등도 계획하고 있는데 1사 1촌을 맺고 있는 여물리와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2014년 11월에 개최된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한국농어촌공사 주관 '제1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협회와 함께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위해 뜻 깊은 활동을 새롭게 전개한 것입니다.

이 외에도 지식서비스 전문기관의 특성을 살려 청소년의 취업 지원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Q. 회장님의 철학과 앞으로의 운영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먼저 우리 협회가 산업계를 리드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우고 직원들이 보다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가 교육하고 전파하는 ‘품질경영’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산업계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고객지향의 경영방식으로 전환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여 고객 만족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세번째는 화합과 신뢰를 통해 노사가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상품과 서비스의 질은 결국 그 상품을 만드는 사람, 서비스를 전달하는 사람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직원이 우리 회사에 만족하지 않고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우리 고객에게 우리 회사를 신뢰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고객에게 신뢰받기 위해 먼저 우리 직원들이 보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쌓여 1년이 되고 10년이 되듯이 현재 우리 협회 임직원의 노력이 협회를 100년 기업으로 키워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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