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경제 도약 위해선 표준전략 잘 짜야”

R&D단계서부터 글로벌 표준분석보고 수행해야
한국표준협회 설립 최초 연매출 1000억원 돌파
교육부와 전국 대학에 표준교육 상설화 협의 중

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

“지난 1963년 7월13일 발행된 국내의 한 일간지에서는 2면 하단 귀퉁이에 우리나라의 국제표준화기구(ISO) 가입 소식을 이렇게 전합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이사회가 지난 6월20일자로 우리나라의 가입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는 것이 13일 상공부에서 알려졌다. 국제표준화기구는 회원 각국의 국가규격을 조정, 국제규격을 제정함으로써 세계적인 표준의 통일을 도모하는 국제기구다. 오늘날이라면 '빅 뉴스'로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ISO 가입과 관련해 띄어쓰기를 포함해 모두 140여자에 불과한 단신 기사로 처리한 것에 대해 지금 와 돌이켜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표준협회 백수현 회장은 우리나라가 국제표준기구에 가입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백 회장은 “당시 국내 주요 일간지의 발행 면수가 최대 8개면에 불과한데다 뉴스 기사 대부분이 정치와 사회 관련 뉴스이고 경제 뉴스에 대한 인식이 저조했던 1960년대의 언론 상황에 비춰보면 단신 기사로 처리한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ISO 가입을 비중 있게 판단한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는 있었다”고 말했다.

표준협회 설립 최초의 교수(동국대 석좌교수) 출신 회장인 백 회장은 “앞으로 표준협회는 실질적인 산업과 경제의 바로미터 기능을 할 수 있는 미래를 여는 표준 인사이트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글로벌 통상환경에서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新표준경제, 新표준경영, 新표준정책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 회장은 “올해 개최된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벨라루스 총회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은 혁신기술이나 제품의 적절한 국제표준 개발시점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위해 특별작업반을 구성키로 합의했다”며 “이는 국제표준의 개발시점이 신산업분야의 시장형성과 기업이나 국가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은 83개 회원국의 지속적인 요구를 대변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자립 경제와 조국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본격적인 경제 개발에 나서면서 우리나라가 ISO에 가입한 것은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표준이 국제무역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데다 1961년 공업규격화법의 공표로 도입된 한국공업규격(KS)조차 일제 식민 통치의 잔재로 일본공업규격(JIS)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ISO 가입을 계기로 표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었고 미래의 표준 강국으로 나아가는 첫 단추를 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표준협회는 올해 협회 설립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표준인증업무 외에 기업에 대한 표준설명, 특강 등 협회가 산업경제계에 지속적인 멘토링을 한 결과다.

백 회장은 “우리 국민의 열정과 도전정신, 그리고 정부와 기업의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표준에 대한 인식 확대에 힘입어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싸구려 제품' '품질 경쟁력이 약한 떨이 제품' 취급을 받았던 우리의 수출품 가운데 일부 제품들은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표준 역량과 글로벌 표준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표준협회는 올해 코트라를 필두로 대학,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중진공, 국방교육원 등과 MOU를 체결하며 상생기반을 마련했다. 그 어느해보다 활발했다는 것이 관가의 평이다. 그만큼 표준 관련 기반사업이 늘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

백 회장은 “조환익 한전 사장이 표준협회 강의를 듣고는 이런 표준강의를 대학 등에 집중적으로 개설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며 “향후 교육부와 협의해 전국의 대학에 표준교육을 상설화하는 문제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동국대 에이스사업, 제주대 에너지인력양성사업 등에 표준 교육을 가미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백 회장은 최근 발간한 ‘Next Standards2016’를 펼치며 “이 책이 일반인들도 표준이 어렵지 않는 일상의 표준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Next Standards2016’은 급변하는 국제 교역환경 변화와 정체상태에 있는 국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표준경제, 표준경영, 표준정책 세 분야의 인사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Next Standards2016’에는 전기자동차 충전표준, 스마트그리드 통신표준 충돌사례, 표준화 측면에서 모듈성 확보를 위한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 간의 비교, 사물인터넷 무선통신 기술표준화 방법론 등 경제분야는 물론 올해 개정된 ISO9001, ISO14001 개정 주요내용 설명 등 표준경영과 국가표준기본계획을 설명하는 표준정책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일반서점 판매중이다)    

백 회장은 한국이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산업경쟁력을 키우고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한 선진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표준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표준전략은 한국형 경제발전 모델에 따라 한국형 표준체계를 정립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

백 회장은 “글로벌 표준 트랜드를 분석하면 시장이 보이고 고객이 보인다”며 “R&D 기획단계에서부터 글로벌 표준분석보고서를 반드시 수행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산업육성책이 더 이상 R&D(Research and Development)에 그쳐서는 안되고 비즈니스를 결합한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로 상향되어야 한다는 것이 백 회장의 지론이다.   

실없는 애기일지는 모르나 연말 회식이 잦은 요즘 백 회장의 건배사가 이를 대변한다.

“비행기 날아라”가 그것.

“비-비전을 갖고 / 행-행동에 옮기면 / 기-기적이 일어난다”이다.

“우리나라처럼 응용기술 산업기술 측면이 강한 나라에선 표준동향 분석이 아주 중요하다”고 밝힌 백 회장은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걸맞게 표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나 기업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시장이 단일화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기술장벽(TBT) 협정에 따라 표준이 새로운 경영 전략과 시장 확대를 위한 무역 수단으로 기능이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백회장은 “표준협회 직원들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위기로 변모한 것이 올해 가장 큰 수확”이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한마디.

얼마전 백 회장은 중국표준협회를 방문, 한중FTA 발효로 양국간 체계가 다른 인증을 상호 인정하는 문제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하고 왔다고 밝혔다.

우리 인증(KS)을 중국정부가 인정하지 않아 자국의 인증(CCC)을 받도록 했던 까다로운 절차가 앞으로는 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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