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가 결정됐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아 군주의 무능함을 묻는다’는 의미로 교수신문이 800여명의 교수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혼용무도가 선택됐다.

돌이켜 보면 2015년 한해는 산업 에너지분야의 혼돈의 시간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유가 기조는 올해에도 가파른 하락세를 유지하면서 에너지믹스 정책에 실패를 가져온 한해였다. 원유가격 하락은 전기, 가스 등 에너지원간의 가격 심화가 두드러지면서 결국 에너지 시장에서의 상대적 격차를 보이며 에너지 정책의 실패를 가져온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혼돈은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원전 정책은 그대로 유지하되 유연탄 발전소의 대폭적인 감축이라는 발표와 함께 그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보면 다분히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REC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까지 시장에서 자진퇴진하고 말았다.

세계는 신기후체제 ‘파리선택’으로 탄소 제로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섬에 따라 전세계 186개국이 참여를 선언했다. 교토의정서 이후 가장 큰 변화였고 이제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놓고 6개월 간의 논의를 거쳐 최종결정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에너지정책의 부재라는 점이다. 신산업 육성 계획은 좋은 일이다.

에너지원별간 믹스 정책을 정확히 판단하고 이를 뒷받침할 세부 실행계획, 산업적 발전 전략이 나와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기후체제를 위한 대응전략이 절실하다. 산업중심의 우리나라는 산업체를 살리지 않고 신기후체제에 무조건 앞장선다면 결국 경제는 허약해질 수 밖에 없고 국가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에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죽어가는 현실에서 신기후체제 출범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탄소를 줄이는 일은 이제 먼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등 신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정책이 나와야한다. 산업체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10년, 20년의 투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원자력을 육성할 때 정부는 아낌없는 투자로 작금의 우리나라 원전 국력은 세계에서 톱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이제는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원자력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한다면 우리는 두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원전을 반대하기 보다는 안전을 먼저 지키고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면 국가경제에도 큰 도움을 가져올 것이다. 원전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분에 투자한다면 산업경쟁력은 높아질 것이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말로만 하는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혼돈의 정책을 한 곳으로 집중해 신기후체제 전환이라는 명분을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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