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ISO총회 계기로 표준강국 안착”

전력업계 산학연 대부인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이 한참 바쁘다. 오는 9월 국내서 처음 열리는 국제 표준 국제대회인 ISO총회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표준규정을 모방해 물건을 만들던 우리나라가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표준을 선도하는 중심국가로 성장했다. 동국대 석좌교수이기도 한 백수현 회장은 ISO 총회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표준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먼저 오는 9월 서울에서 ISO총회가 열립니다. 많이 바쁘실텐데 준비는 잘되고 있습니까. 

국제표준화기구(ISO)는 각 국가의 표준 제정 단체들의 대표들로 이루어진 국제적인 표준화 기구입니다. 1947년 설립되었으며 스위스 제네바에 사무국을 두고 있습니다. 

ISO에는 16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총 3438개의 위원회에서 약 2만여 종의 국제표준을 제정하였습니다. 이 국제표준들은 산업과 기술은 물론, 우리 사회 시스템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ISO총회는 ISO의 최고 의결기구로 각 국의 국제표준화 대표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과 관계를 공유하고 교류를 통해 표준의 유용성을 높이며 국제 표준화 정책의 흐름을 이끄는 논의의 장입니다. 지난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개최되었고 올해는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2015 ISO서울 총회는 오는 9월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롯데호텔에서 개최됩니다. ‘산업이 참여하는 보다 좋은 표준, 보다 좋은 세상’을 주제로 160여개국에서 온 1000여명의 표준화 대표들이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입니다.

ISO는 모든 전기통신분야에 적용하는 표준을 조정하는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모든 전기, 전자 기술과 관련된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발간하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와 함께 세계 3대 표준화기구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부산에서 ITU총회 개최 이후 두 번째 국제 표준화기구 총회를 개최하게 됩니다. 

오는 2018년에는 IEC총회도 국내에서 개최할 예정으로 세계 3대 표준화기구 총회를 국내에서 모두 개최하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국제표준화 분야에서 위상을 더욱 높여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2, 표준 관련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우리나라는 1962년 공업표준화법을 제정하여 국가적인 표준화활동을 사실상 시작했습니다.

표준강국인 유럽이나 미국, 일본보다 늦게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출발했지만 이제는 정보통신강국으로 글로벌 표준 강국의 반열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127조 2항에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고 명시했으며 국가표준기본법에 의해 그 활동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초기에는 일본과 미국의 표준을 준용하여 한국산업표준(KS)을 제정, 국내기업의 품질경영활동을 장려했으나 이후 세계적 표준화단계를 거쳐 국제표준화기구에 우리나라 표준이 세계표준이 되도록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현재 2만535종의 한국산업표준(KS)를 제정했습니다. 이제는 짧은 시간에 표준강국으로 도약한 노하우를 아시아 국가 및 중남미 국가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ISCP(The International Coorporate Programm for Standards Infrastructure)활동을 통해 중남미 국가의 표준화 부문 전문가를 초청, 우리나라의 표준화정책과 표준화 운용방법 등에 대한 기법을 전파함으로써 표준을 통한 국가간 교류증진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간사가 21명으로 세계 10위, 국제전기위원회(IEC) 국제간사가 4명으로 세계8위의 간사국으로 활동 중입니다. 

국제표준화기구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4일부터 15일까지 일본에서 열린 IEC(국제전기위원회) 총회에서는 최고 의사결정위원회 전부문에서 임원직으로 선출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저는 적합성정책평가위원회 이사로, 삼성디스플레이 김학선 부사장은 시장전략위원회 이사로 이미 활동 중이었으며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최갑홍 회장은 총회상임이사회 이사로, 이정준 LS산전 연구단장은 표준관리이사회 이사로 신규 선출됐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7대 표준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미래의 국제표준기구에 진출할 젊은 인재를 체계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국제표준기구의 임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기업이나 국민에게 있어서 표준은 어떤 관계일까요.

표준을 쉽게 말하면 ‘국민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지키기로 합의한 약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표준은 기업에게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도구이고 국민에게는 생활의 편의를 증진하는 도구입니다.

기업에게 표준은 상당히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떤 시장의 표준을 선도하게 될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가장 유명한 표준전쟁은 바로 소니의 베타방식과 마쓰시다의 VHS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타방식을 고집한 소니는 마쓰시다의 VHS가 표준이 되면서 비디오 시장을 내주었지요. 이동통신의 강자 모토롤라도 유럽방식(GSM)이 사실상 표준(de facto)으로 채택되면서 노키아에 선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최근에는 LTE통신 기술, IoT(사물인터넷) 관련 기술 표준 등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치열한 전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표준을 장악하면서 한순간에 시장을 역전시킨 경우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러한 표준전쟁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됩니다. 앞서가는 자들이 기득권을 반영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고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무기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진국가나 기업이 표준화 정책을 중요시하는 것입니다. 

또한 표준과 기술기준이 통합되는 추세에 따라 표준의 국제화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ISO, IEC, ITU(국제전기통신연합) 등 국제기구에서 인정한 공적표준(public standards)에 우리 표준을 얼마나 많이 반영하느냐가 국가 경쟁력 확보의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반영된 표준은 일종의 무역장벽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국제표준은 글로벌마켓에 적용되는 일종의 ‘게임의 룰’입니다.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룰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고 더 확실히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룰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죠. 

또한 소비자에게 표준은 실생활에 편리하게 상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도구입니다. 생산자나 판매자의 이익을 지키는 도구가 아닙니다. 표준은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의 핸드폰 충전기로 다양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것처럼 ‘호환성’을 높여줍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의 충전기, 전구의 소켓 등 우리 생활 속의 다양한 요소 들이 표준의 대상입니다. 

둘째는 주유소 주유건(gun)처럼 복잡화된 것을 ‘단순 통일화’시켜줍니다. 미숙련공도 손쉽게 기계를 작동하여 생산성을 배가시킬 수 있지요.

셋째는 ‘최저품질’을 담보합니다. 적어도 이 정도 품질은 되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기업은 제시된 최저품질을 맞추기 위해 품질 향상 노력을 하지요.

마지막으로 비상구 그림 등 픽토그램(pictogram)처럼 ‘정보 제공’ 역할을 하며 소비자 편의를 제공합니다. 이렇듯 표준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공기’처럼 때로는 어둠을 밝히는 ‘등대’ 처럼 우리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4. 최근 기업이나 산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국제 표준 동향이 있을까요?

ISO가 제정한 국제표준 중 가장 많이 알려진 ISO9001(품질경영시스템)과 ISO14001(환경경영시스템)이 올해 대폭 개정됩니다. 

관련 인증을 준비하는 기업에서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합니다. ISO9001과 ISO140001은 경영시스템에 대한 인증입니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면서 품질관리 또는 환경관리를 위해 필요한 일정한 기준을 갖추었음을 인증해 줍니다. 

ISO9001은 지난 1987년 최초 제정된 이래 한 차례의 대폭개정과 두 차례의 소폭개정을 거쳤습니다. 이번 4차 개정은 대폭개정에 해당됩니다. ISO14001은 지난 1996년 최초 제정된 이래 한 차례의 소폭개정 이후 이번이 2차 개정으로 역시 대폭 개정됩니다. 

이번 개정에는 제품을 ‘products and services’로 표기하고 모든 제품의 범주를 서비스는 물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으로 확장하는 내용을 포함, 경영시스템에서 기획 단계를 강조하는 것, 경영시스템 수립 전 조직의 정황 파악을 강조하는 것,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명확히 파악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합니다. 특히 리스크 기반의 접근으로 사전에 리스크를 예방하는 예방적 시스템 운영을 요구하고 있으며 서비스 산업에도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습니다. 

5. 기업 경영자들이 신경 쓸 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경영자들을 위해 재충전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바로 제주에서 개최되는 ‘KSA 하계 CEO포럼’입니다. 

1988년 첫 하계CEO포럼 개최 이후 올해로 벌써 61회째를 맞고 있습니다. 품질과 표준을 근간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타 기관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휴식과 재충전은 물론, 깊이 있는 통찰의 기회까지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미래를 위한 혁신’입니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에 기반해 열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혁신이란 지금까지 전혀 없던 새로운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에서 좋은 것을 취하여 더 나은 것을 찾아내 새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포럼에서는 특별히 제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직접 경험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제주는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바꾸기 위해 풍력발전을 기반으로 한 ‘탄소 없는 섬 제주(Carbon Free Island Jeju) 2030' 비전 실현을 위해 힘차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비전이 실현된다면 바람으로 가는 자동차도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지난 6월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여한 박근혜 대통령은 “ICT(정보통신기술)를 문화와 관광에 접목하고 전기차와 스마트그리드를 사업화해서 세계 최고의 스마트 관광섬이자 에너지 자립섬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추자도 에너지 자립섬’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람으로 가는 자동차의 꿈을 이뤄줄 첫 걸음을 내딛은 셈입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에서 전기자동차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 제주에서 우리 산업이 가야할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특히, 향후 우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스마트 자동차 분야의 전문가들과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6. 다양한 사업 중 올해 협회 운영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올해는 크게 세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먼저, 표준 품질 전문기관으로서 KSA의 정체성과 위상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진화하는 표준 및 품질을 통해 산업을 선도함은 물론, 표준-품질 국제행사를 개최하여 글로벌 위상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두번째, 성장의 다변화를 추구하고자 합니다. 각 정부 부처에서 표준-품질 전문기관을 필요로 하는 경우 적극 지원하여 범부처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인더스트리 4.0,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 ISO55000,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육성할 것입니다.

또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라 지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지역경쟁력 강화 사업을 발굴할 것입니다. 전국 주요지역에 위치한 KSA 지역본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합니다. 

세번째, 지속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업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임직원의 역량을 제고할 것입니다.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활동 등도 함께 전개하여 내실있는 성장을 실현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윤리와 청렴도도 강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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