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응변식 정책에서 탈피, 효율성과 예측성있는 정책이 우선 고려돼야”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공급 과잉이 상당히 크게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수급상황과 달러화 강세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예멘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저유가 장기화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비OPEC 산유국들의 공급둔화가 나타나고 있고, 석유수요도 다시금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합니다.”

따라서 석유시장은 과잉이고 게다가 OPEC이 역대 최대수준의 원유를 시장에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유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다면 유가는 보다 거센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에너지 시장은 과거의 중앙관리형에서 시장분산형으로 이미 변화되었기 때문에 개별 에너지원에 대한 수급대책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과거 유가 급등이나 고유가의 시기에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가계 부담 때문에 정부의 수급 및 가격 대책이 필요했지만 유가 하락이나 저유가의 시기는 정부의 대책이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유가하락은 화석연료 소비 증가로 이어져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절약 목표에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Post-2020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송 부문의 연료 소비는 올 들어 7.6%가 증가하였고, 산업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석유가 2.5% 증가하고 배출이 낮은 가스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르스 사태나 경기 둔화로 인해 총 에너지 수요나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둔화되면서 현상적으로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는 듯이 보이지만, 이것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라기보다는 저성장으로 인한 에너지 사용 증가의 둔화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합니다.”

박 원장은 현재의 에너지정책에 있어 유가 하락이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저해하지 않는지, 고유가를 전제로 한 기존의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저유가의 상황에 맞는지, 경기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정부 정책을 수정·조정하는 조치가 취해져야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양산으로 석유안보, 가스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유안보, 가스시장 변화에 대처해야한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는 저유가로 소홀해질 수 있는 석유안보를 견고이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셰일가스 수출을 계기로 원유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친환경 자동차의 경쟁력 제고 대책, 비축유 구매시점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미국의 비전통가스 생산 증가가 전 세계 가스시장에 가져 온 변화는 우리에게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된다고 해석했다. LNG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불과 10년 사이에 현재 건설 중인 LNG 프로젝트만으로도 연 생산량이 4500만톤에 달하는 수출국으로 탈바꿈하면서 또 하나의 안정적인 도입선을 확보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수급안정성에 기여하게 됐다는 것.

미국 LNG 계약은 목적지 조항을 없애고 약정 물량 미인수 시의 지불의무 금액도 낮은 수준이며 이처럼 유연한 계약은 장기계약에 묶이지 않은 LNG 물량을 늘려서 우리나라와 같은 수입국에서 볼 때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분간 우리나라는 가스 수요가 정체되면서 이러한 호기를 살리는 데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다시 가스 수요가 늘거나 만료되는 계약을 대체해야 할 때에 대비해서 미국의 셰일가스 붐이 가져온 LNG 시장의 변화를 활용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선은 일본, 중국 등 수입국과의 국제적 연계 강화를 통해 각국의 대응 상황을 항상 파악하고 공동으로 노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을 필요가 있고 아울러 유연화된 국제 LNG 시장에서 가스공사와 직수입사업자들이 더 나은 기회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도록 국내 가스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력예비율 22% 적정 수준으로 봐야 한다

박 원장은 최근 정부가 7차 전력수급을 통해 전력예비율을 22%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 적정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설비예비율 수준을 보면 2011년에 4.1%로까지 낮아져 전력수급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였으나, 이후 정부의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 시행과 절전홍보 효과, 그리고 신규 발전설비 진입 등으로 설비예비율 수준은 2014년 16.3%로 대폭 개선됐지요. 2014년 이후 개선된 설비예비율 수준은 공급지장확률(LOLP)를 만족하는 적정 설비예비율 범위에 포함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현재 예비율 수준은 적정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는 “다만 정부가 최근 발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최종 목표연도(2029년) 기준 설비예비율 수준을 22%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이와 관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과도한 설비예비율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며 “이는 LOLP를 고려한 적정 예비율 수준(15%)을 유지하여 단기 전력수급 안정성을 유지하고, 수요예측 오차 및 발·송전설비 건설지연 등 다양한 수급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7%의 추가적인 예비율을 확보함으로써 중·장기 전력수급 안정성도 동시에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2035년 에너지 수요의 13%·전력수요의 15%를 절감하는 정책목표를 수립하면서, 6대 중점과제 중 첫 번째로 수요관리 중심으로의 에너지정책 전환을 제시한바 있습니다. 그리고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통해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고, ICT 인프라를 활용하여 에너지 수요관리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만큼 수요관리의 중요성을 우리 사회가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에너지신산업은 새로운 전력수요관리 시스템이다

박 원장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ICT 융복합 기술의 수용성을 높여나가야 하며 실내온도 제한이나 절전규제와 같은 일시적이고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임기응변식 대응이 주를 이루었다”며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건물공장의 에너지소비를 모니터링·제어해 소비를 최적화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나 남아도는 전력을 저장하였다가 필요할 때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ICT 융복합 기술을 활용할 경우 수요관리의 효율성과 예측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창출방안’을 통해 EMS·ESS 통합 서비스, 전기차, 태양광 대여사업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스마트그리드를 기반으로 한 신규시장 창출을 추진중이다.

박 원장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 ICT 기술을 활용한 전력수요관리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트2020과 관련해 박 원장은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전력요금에 직접적으로 바로 반영되고 소비자가 이에 반응해 전력의 소비 수준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설정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현재와 같이 전력요금을 정부가 통제할 필요가 있다면 온실가스 감축비용의 등락이 심한 시기를 설정해 감축비용의 등락이 적절한 시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전력요금 조정 빈도를 조절하거나 전력요금 조정 시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전력요금 비용변동항목과 분리하여 별도로 표기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감축비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기본적으로 post-2020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부문의 저탄소화 달성이 핵심이고 따라서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소비자가 직접 인지하기 위해서는 2020년 이후에는 전력요금에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직접 반영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력부문의 저탄소화를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크게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그리드 도입이 선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분산형전원은 집단에너지, 자가용발전기, 신재생에너지 등을 포함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전원이 주종을 이룰 것”이라며 “분산형전원 보급 확대를 저해하는 여러 가지 법제도 장벽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나, 지난해 추진된 규제혁신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새로운 시장창출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앞으로 분산형전원 보급 확대는 단지 신재생전원의 보급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국가전략의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피력했다.

박 원장은 취임과 함께 전력시장 민영화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 데 이아 관련 “민간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는 시장구조가 만들어지면 에너지신산업은 자연스레 활발해질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행 주택용 단일요금 체제를 개편해 스마트그리드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위한 차등 요금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령의 정비를 통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송용 스마트그리드 등의 확산에 중요한 전력재판매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해체 시장 참여에 적극 대응해야

박 원장은 원전 해체시장에 대한 진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고리1호기가 우리나라 최초로 해체수순에 들어가게 되면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역사상 처음으로 원전 폐로가 이뤄지게 되는 데 미국은 이미 15기의 원전해체를 통해 기술적 선점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해체 시장 참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세계적으로 30년 이상 운영 중인 원전이 전체의 58%에 달하고 있어 우리 정부도 현재 관련 원전기술 확보를 적극 추진하고 실증 및 국내 해체경험 발판삼아 본격적인 산업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육성정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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