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산업 활성화는 전력시장 소매경쟁부터 갖춰라

   
   

지난 4월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신산업 육성과 관련하여 관계 부처 합동으로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및 핵심 기술개발 전략’의 이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에너지 신사업이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수요관리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형 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표 사업으로는 전기차, 친환경에너지타운, 제로에너지빌딩,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에너지 자립섬, 수요자원 거래시장, 태양광 대여, 발전소 온배수열 활용사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정부 계획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기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규제 중심의 수동적인 기후변화 대응에서 벗어나, 기후변화 위기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작년부터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주요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2017년에는 민간 중심의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년에 정부 5,670억원, 공공기관 4,640억원, 민간 8,020억원 등 총 1조 8,3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17년까지 총 4조 6천억원 시장을 창출하고, 일자리 14,000개를 만들어 경제 활력을 제고시킨다는 것이다. 

작년 9월 에너지 신산업 대토론회에서는 대통령이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풀고,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여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에너지 신산업의 성격과 비젼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이행 계획도 작년 에너지 신산업 대토론회에서 대통령이 즉석에서 제안한 ‘시장으로, 미래로, 세계로’라는 정책 방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즉, 초기 시장 단계에 있는 에너지 신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부가 먼저 정책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핵심기술 개발, 금융 지원, 해외 진출 등 산업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에너지 신사업의 대표 사업 대부분이 국내 전력시장과 연계되어 있지만 전력시장에 대한 구조 조정이나 개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의 전력시장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정부가 바라는 대로 민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이 정부가 가격과 수익을 직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민간 기업이 불확실성이 큰 사업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의 속성상 불확실성에 대한 댓가를 충분히 기대할 수 없다면 어느 누구도 선뜻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전력시장의 구조 조정이나 개편이 필요할 것인가? 한 마디로 소매경쟁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은 도매부문에서 발전사업자간 제한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소매부문은 전혀 경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단일 구매자인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신사업의 대부분이 전력시장과 연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소매부문과 관련이 높다.

따라서 에너지 신사업의 기반이 되는 소매부문에서 새로운 참여자의 확대와 이들 간의 경쟁 없이 에너지 신사업을 민간 중심의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로 조성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전력시장에서 경쟁 도입의 정도에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수의 국가들이 도매부문과 소매부문 모두에서 경쟁을 이미 도입하였고, 상당기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OECD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일부 혹은 모든 소비자에게 공급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매경쟁을 이미 도입하였다. 최근 일본 정부도 2016년부터 소매시장을 완전 자율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시범사업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시장구조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주도의 에너지 신사업은 항상 한계가 부딪치고 결국 예산의 낭비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이번 정부의 에너지 신사업 활성화 이행 계획도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신사업의 토양이 되는 전력시장의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최소한 우리 전력시장에서 소매경쟁

도입은 에너지 신사업 활성화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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