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육성정책, 지속적이고 과감하게 해야 성공한다

 

반토막 예산은 산업 죽이고 안하겠다는 의지로 봐야

핵심기술, 시스템 개발에 대·중소기업 역할 따로 있다

신산업육성 원전처럼, 예산과 정책이 수반돼야 성공

ESS 등 원천기술 확보로 해외 수출국으로 성장해야

“정부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의지가 있는가라는 반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책의지가 ‘있느냐’가 아니라 ‘있어야’합니다.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수정도 필요하지만 추진만 해 놓고 실행단계에서 정책 예산을 반토막으로 깎아버린 것은 정책의지가 없는 것이지요. 예로써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그렇습니다”

이기식 한국ESS산업진흥회 회장은 단국대학교에서 제자 육성을 위해 오랫동안 전기계에 몸담아온 인물이다. 그는 올해 영구년을 맞아 해외 출장가는 일이 생겼다. 지난 4월 한달 동안 미국을 다녀오면서 오랜만에 미국이라는 나라의 에너지정책,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새삼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미국 아리조나 팜스 지역을 지나면서 대단위의 풍력단지를 보게 됐다. 광활한 지역에 우뚝선 풍력발전기를 보면서 대단한 위용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때도 산위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를 보면서 미국의 신재생에너지정책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고찰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인들은 그들이 단순한 전력생산 측면에서 보다는 산업적 발전을 위한 투자였다는 점에서 더욱 솔깃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즉 투자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과 경험을 터득하면서 풍력발전기를 해외로 수출하는 정책시스템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지금 무얼하고 있는가 라는 새삼스러움을 갖게 했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한국의 신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첫 번째로 정부 예산을 늘리고 이것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실증단계가 되면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사업으로 전략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고 있다”고 충고했다.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산업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신산업 모두가 탄소배출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이들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분명한데 예산부족으로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을 늘려야 합니다. 그것도 제대로 늘려야만 산업이 육성되고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시적인 지원은 하나마나한 장난에 불과하지요. 에너지신산업 육성은 정부 당국의 정책의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이 회장은 과거를 회고했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나라에 갈 때 해설을 맡은 조경철 박사가 한 말이 너무도 생생하다고 했다.

“우주선이 달나라를 가는 데 우리나라는 무엇을 했습니까? 세게 여러 나라들이 배터리며 핵심기술과 시스템을 구축해 우주선을 만들어 달나라에 보내는 데 한국은 정작 아무것도 한 게 없지 않나요? 안되면 인삼가루라도 갈라서 우주인들의 식량으로 대용할 수 있도록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라도 참여해야죠!!”

작금의 에너지신산업이 육성되면서 우리나라가 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이 회장은 단호하게 말한다. 한국인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그래서 에너지저장장치 산업이야 말로 중소기업이 잘할 수 있고 앞으로의 미래에너지를 개척하는 데 ESS가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ESS 사업이 성공하려면 시스템이 아니라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합니다. 시스템은 대기업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핵심기술은 누가해야 하느냐가 문제인데 ESS분야는 중소기업들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이 5~1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ESS 등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투자는 정부가 정책의지를 갖고 10년~20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원자력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을 통해 지금의 원전 수출국으로 성장한 것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예산투입과 정책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느 정권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 운명적으로 산업을 육성할 때 수출국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산업화의 지름길이 아나라는 지적이다. 핵심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기술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당장의 내수 시장 확보가 보다는 미래의 해외진출이라는 기반을 다져나가는 일이 될 것이라는 충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한전의 대용량 중심의 시스템 보급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핵심부품 개발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그렇기에 정책과 맞물려 중소기업,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 회장은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가감없는 성토를 보냈다. 에너지원 중 가장 비싼 것이 전기라는 것이다. 석유, 가스, 석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데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턱없이 싼 가격 때문에 가격왜곡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편리한 만큼 가격도 비싸야 하는 데 오히려 거꾸로 정책이 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에너지가격을 제대로 현실화하는 것이 신산업을 육성하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전기값을 제대로 받아서 신산업에 투자하면 국가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일이 될 것 이라는 해석이다.

“ESS 산업을 육성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이 살아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산업화 측면에서 ESS는 독립형 그리드로 육성돼야 합니다. 그리고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수출도 이뤄질 것입니다.”

이 회장은 ESS 등 신산업이 성공하려면 한전의 전력계통과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력계통 연계는 전력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계통연계에 대한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원자력의 경우 다양하고 풍부한 기술적 경험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설수 있었고 지금은 원전 수출국으로 성장한 것”이라며 “반면에 우리나라 풍력의 경우 기술이 없다 보니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주 풍력발전기가 멈추는 일이 발생한다”고 충고했다.

무엇보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핵심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핵심기술과 시스템 모두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시스템사업은 누구나 쉽게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핵심기술은 미래 시장 점유를 위해 투자가 필요한 롱템 개념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ESS 시장이 성장하려면 배터리 설계 등 기준을 제대로 설정해야 기술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발주되는 물량을 보면 너무 경직된 사양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경제성이 뛰어난 제품 사양으로 선택돼야 하는 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일정 기준에 맞춰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기준에 있어서도 플렉시블하게 운영돼야 다양한 기술 접목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견해다.

그는 전기설비와 통신설비의 융합시대가 개막된 만큼, 전기와 통신의 보완적관계가 잘 이뤄져야한다고 지적했다.

“ICT융복합 시대는 에너지신산업에서 출발할 것입니다. 때문에 ESS와 신재생의 결합, 독립형 그리드 사업 등은 향후 에너지시장에서의 큰 변화로 다가올 것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정책의 지속성이 절대적으로 수반돼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기식 회장은 “정책은 기업의 희망입니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ESS 등 성장동력의 밑거름이 될 신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몫은 정책당국입니다. 이러한 토양을 가꾸고 일구어 성장시키는 일은 중소기업이 할 것입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중소기업은 핵심기술개발에 진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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