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포럼, 14일 '기후위기 시대, 대학의 역할' 주제로 서울대 간담회 주관
홍종호 교수 “기후변화 문제는 대한민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 강조
메르세드대, 신입생 환경 오리엔테이션 참여 기회 의무 제공
코넬대, 모든 학생들에게 ‘기후 문해력’ 강조...이해해야 졸업
스탠포드대, 캠퍼스 에너지 소비량 상당 부분 재생에너지로 충당
하버드대, 2000년부터 대학 온실가스 배출량 추적 공개...2050년 화석연료 탈피 목표

[산경e뉴스] “지금 보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울산 공업탑이 건설된 1962년부터 1991년까지 3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갈 때 조국 근대화가 일어난다는 인식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이후로 아 이게 다가 아니었구나 하는 인식이 시작됐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

지난 여름 폭우로 장서 10만권이 훼손돼 302억원의 피해를 입은 서울대가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조건에서 대학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공계 분야 국내 최고 대학으로서 지난 반세기동안 화석연료 중심의 대한민국 산업 근현대화를 이끌었지만 이로 인한 탄소배출 피해, 즉 기후온난화 직격탄을 서울대가 맞은 것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14일 서울대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대학의 역할'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14일 서울대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대학의 역할'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8월 폭우로 인한 침수로 중앙도서관 장서 10만권이 훼손돼 연구자료 등 1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가 복구 불가능해지는 등 기후재난으로 302억원에 달하는 유무형의 큰 피해를 입었다.

서울대 대학원총학생회, 서울대 환경동아리연합회의는 에너지전환포럼과 국내 최초로 대학 탄소중립 간담회를 14일 개최했다. 

주제는 ‘기후위기 시대 대학의 역할 : 탄소중립과 그 너머’였다. 

14일 오후 2시 30분 서울대 보건대학원(221동) 113호에서 개최한 이번 간담회는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조건에서 대학의 역할을 질문하고 유홍림 신임 총장 후보자 취임식이 내년 2월로 예정된 만큼 서울대의 현황을 짚는 등 탄소중립과 그 너머의 길을 함께 모색했다는 점에서 울림을 주었다. 

이날 탄소중립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들이 대학 운영에 반영되고 나아가 다른 대학들도 탄소중립 연구사례를 대학운영에 반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말했다.     

이날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 홍종호(에너지전환포럼 대표)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는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으로 닥쳐올 것”이라며 “기후위기 시대,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이 시기에 한국 사회가 너무 준비가 안 돼 컨센서스가 너무 없고 이념 논쟁으로 비화까지 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93%의 1차 에너지를 모두 수입하는 나라에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하나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한국전력이 30조 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누가 어느 공동체와 어느 집단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여러분이 이제 20대, 30대를 지나면서 한국 사회의 중추가 돼 가는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크게 4가지로 교육, 연구, 사회참여, 탄소중립대학 등 4가지인데 특히 수업에서 학생들이 굉장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내고 있지만 이게 하나도 실현이 안 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홍 교수는 학교에서 교양 과목을 통해, 특히 1학년생들에게 기후위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필요한데 최근 <기후위기와 인류>라는 학제 간 교수들 협업 과목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훈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원은 '탄소중립을 위한 국내외 대학의 노력, 사례와 과제' 라는 발표를 통해 외국 주요대학들의 탄소중립 실천 사례를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2007년 대학 총장들이 모여서 미국 총장 기후변화위원회를 구성했고 실천적인 측면에 중심을 둔 행동 프로그램을 마련, 각 대학들에게 이런 것들을 하도록 프로그램을 전달한다. 7가지 액션 중에 최소 2가지 이상 참여해야 한다. 또 미국과 영국은 지속가능한 캠퍼스 평가 지표를 만들고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이 밝힌 미국 주요 대학 탄소중립 실천사례는 다음과 같다. 

캘리포니아 메르세드(Merced) 대학교는 모든 신입생에게 입학과 동시에 지속가능성 관련 오리엔테이션에 참여 기회를 제공해 꼭 환경을 전공하지 않아도 입학한 모든 신입생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해는 8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코넬대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기후 문해력’에 주력한다. 

기후 문해력이란 자신이 환경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어떤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모든 학생들이 이제 기후 문해력을 이해하고 졸업할 수 있도록 약속을 했다. 

스탠포드 대학교는 캠퍼스 전체에 있는 에너지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학생들 대상 설문조사 및 진단을 하게 해 주고 학생들이 실천을 했을 때는 포인트를 주는 등 긍정적인 방식으로 학생 참여를 독려한다.

하버드 대학교는 2000년대부터 대학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속 추적하고 공개적으로 보고해오고 있다.

2016년에는 이미 그들이 2006년에 세웠던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달성했고 2018년에는 2026년 화석연료 중립, 2050년에는 화석연료 탈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기할 점은 2021년 9월 하버드 대학교가 대학 기금을 통한 화석연료 관련 산업 투자 중단을 선언했는데 미국 대학들 중에서는 49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큰 규모다. 

그런데 하버드 대학교의 기금으로 화석연료 관련 산업의 투자를 중단하도록 만든 게 바로 재학생과 동문들이었다. 

사실 10년 가까이 목소리를 내왔고 심지어 2016년에는 소송까지 했는데 학생들이 패소했으나 결국 2021년 9월 학교가 앞으로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투자의 의미는 학교 내에서의 탄소 중립을 넘어서 대학이 투자를 통해서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와 교육을 선도한다는 것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윤채림 서울대 환경동아리연합회의 의장이 '학생들의 관점에서 본 대학 탄소중립의 필요성 및 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윤채림 서울대 환경동아리연합회의 의장이 '학생들의 관점에서 본 대학 탄소중립의 필요성 및 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윤채림 서울대 환경동아리연합회의 의장은 '학생들의 관점에서 본 대학 탄소중립의 필요성 및 과제' 발표를 통해 “서울대 신입생이 될 때부터 상상했던 서울대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윤리적인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는 공간이라고 상상했는데 학내에서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좀 실망했다.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에 기대하는 것이 분명히 있고 우리가 그걸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저는 사실 환경 문제가 선택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가령 왜 내가 이면지로 인쇄할 권리가 없는지. 나는 펄트지가 아니라 갱지로 인쇄된 것을 씀으로써 스스로를 환경에 덜 위해를 주는 사람으로 만들고 친환경적인 실천을 하고 싶은데. 전기에 있어서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고 화석연료에서 나온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채식 선택을 하고 싶은데 육식 선택지 밖에 존재하지 않을 때 맞닥뜨려야 했던 좌절감. 왜 그런 선택권은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에서 시작해서 그런 선택지들을 더 많이 만들어 달라는 요구들을 학교에 해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를 바르게 버릴 권리와 책임, 그리고 이번 여름에 홍수로 인해 서울대에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 그런 재난을 만들지 않을 권리와 책임도 학생들에게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학생들이 우리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그 선택권들을 학교 내에 많이 보장을 해달라, 책임을 질 기회를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토론자로 참석한 신예경 중앙환경동아리 씨알 회장은 “현재 진행중인 총학생회 선거에도 9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선거 참여 패널로 활동하고 있는데 저희가 총학생회 각 선거운동본부에 제안하는 환경 관련 의제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이런 주제들로 토론도 이뤄지고 양측 선대본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갖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굉장히 많은 효능감을 느꼈고 또 많은 발전을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대 온실가스 에너지 관리 센터에서계속 인포그래픽을 발행하고 있고 모니터링까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목표 대비 평가, 성과 및 원인 분석이 조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환경동아리 학생들이 이 부분에 굉장히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참여를 해서 직접적인 전문성을 가지는 데는 좀 부족하더라도 실제 모니터링에 참여를 해서 지적을 한다거나 학생들은 계속 관심을 갖고 볼 의지가 있기 때문에 계속 참여한다면 이행 주체로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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