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편집국장

[산경e뉴스] 전력과 전술은 원래 군사용어에서 비롯된 용어다. 이것이 경영과 결합하면서 경영전력, 전술로 불려지게 됐다. 

이만섭 편집국장
이만섭 편집국장

전략은 개인이나 조직이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고민한 내용이다. 전술은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구촌은 2050년까지 산업화 이전으로, 즉 지구온도 1.5도 낮추기에 들어갔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존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2020년 만료됨에 따라 이를 대체하는 신기후체제로 2015년 12월 12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됐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서 나온 전략이 2050 넷제로(net zero)다.  

넷제로란 순수 값을 뜻하는 형용사 ‘넷(net)’과 숫자 ‘0’을 가리키는 ‘제로’를 합친 말이다. 

배출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화석연료 등으로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청정에너지 투자 등으로 다시 흡수하도록 해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7월 대선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은 바 있다.

넷제로 전략에 따른 전술이 RE100이다. 

전체 탄소 소모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계 탄소제로 전술로 RE100 캠페인을 만든 것이다.  

기업 소비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도록 유도하는 민간 차원의 캠페인으로 2014년 9월 국제연합(UN) 기후정상회의에서 도입됐지만 2022년 현재는 기업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은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바이오가스, 그린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등 친환경 발전을 통해 생산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계획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자발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RE100은 캠페인 성격으로 시작했지만 기업성패의 키워드로 진화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세가 만들어졌고 2030년부터 적용된다.

RE100 조건에 맞지 맞는 제품은 높은 세율이 적용될 전망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4일 폐막한 에너지대전 탄소중립 컨퍼런스에서 지적된 우리나라 RE100 준비현황과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현재 삼성, SK 등 국내 대기업들은 외국에서 RE100제품을 출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비싸기도 하지만 기업이 이용할 세제 지원 등 도움을 줄 요인이 전무해 RE100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새정부는 RE100 외에 카본프리100(탄소제로 100%)이라는 반토막짜리 탄소중립 전술을 들고 나왔다. RE100이 재생에너지 100% 중심이라면 카본프리100은 화석연료를 일정 정도 유효하게 인정한 값이다.  

카본프리100은 전술이라기보다 전략에 가깝다. 넷제로와 가깝다.  

그럼에도 카본프리100을 RE100과 대등한 개념으로 전술화한 데에는 원전을 감안한 묘책이라고 보인다. 

RE100을 주전술로 하고 원전을 브릿지에너지로 2050년까지 병행하는 전술을 쓴다고 뭐라할 사람은 없다.

이걸 못하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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