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부, 첫 원전 웨스팅하우스 결정 발표 3일만에 한국서 또다른 신규원전 추진
한수원, ZE PAK, PGE 3사, 퐁트누프 석탄화력 부지에 한국형 APR1400 원전 건설키로
31일 양국 정부 MOU, 3개 기업간 LOI 서울서 체결...미국과 원전 시장 전면전 시각도

[산경e뉴스] 지난 주말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는 28일 발표로 국내 원전 업계가 낙심할 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 민간기업과 새로운 원전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협약식을 3일만인 31일 오후 5시30분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개최했다. 

이날 한-폴 정부 양해각서(MOU) 체결식에는 이창양 산업부장관, 야체크 사신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이, 기업간 협력의향서(LOI) 체결식에는 황주호 한수원 사장, 피오트르 보즈니 ZE PAK 사장,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PGE 사장이 참석했다.

이날 양국은 폴란드 석탄화력발전 부지인 퐁트누프(Patnow)에 APR1400을 활용한 원전 개발계획 수립 및 지원을 약속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국-폴란드 정부 및 기업들이 3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원전협력을 위한 한-폴 간 MOU 체결 및 기업 LOI를 체결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주호 한수원 사장, 표트르 보즈니 ZE PAK 사장, 이창양 산업부 장관, 야체크 사신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 지그문트 솔로쉬 ZE PAK 회장,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PGE 사장)
한국-폴란드 정부 및 기업들이 3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원전협력을 위한 한-폴 간 MOU 체결 및 기업 LOI를 체결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주호 한수원 사장, 표트르 보즈니 ZE PAK 사장, 이창양 산업부 장관, 야체크 사신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 지그문트 솔로쉬 ZE PAK 회장,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PGE 사장)

폴란드 정부 발주 첫 원전 수주 실패에 대해 말이 없던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3일만에 대반전을 했다. 구구절절 변명하기 보다 새로운 사업 발표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이다.

미국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더이상 미국의 그늘에, 특히 지재권 문제가 걸려있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임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폴란드 원전 수주 2라운드에 들어간 상황에서 여전히 지재권 문제는 암초로 남아 있다.      

이번 한-폴 2라운드 협약 내용은 두가지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야체크 사신(Jacek Sasin)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폴란드 퐁트누프(Pątnów) 지역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양국 기업간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한 것과 한국 산업부-폴란드 국유재산부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폴란드 퐁트누프 석탄화력을 폐쇄하고 이 지역에 신규원전 4기를 짓겠다는 것이다.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6시 엠바고를 조건으로 발표한 이날 양국의 협약식은 드라마틱했다. 

시기적으로, 발표 내용으로 보아도 국가간 약속에 준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합의해놓고도 폴란드가 나중에 다른 결정을 한다면 양국 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에너지업계 일각에서는 폴란드 정부가 한국정부와 원전 건설 문제를 적극 협력하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로 결정한 것에 대한 미안함의 일환으로 이번 민간차원의 또다른 신규원전 프로젝트를 추가 발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의 한국 구애가 더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원전기술과 건설경험, 성실함, 에너지전환 정책 경험 등을 전수받고 싶어한다는 지적이다. 

한-폴 원전협력 개요. (자료=한수원 제공)
한-폴 원전협력 개요. (자료=한수원 제공)

에너지전환포럼은 폴란드의 이같은 구애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폴란드 총선용으로 원전을 이용하고 있으며 원전 MOU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31일 체결한 협력의향서(LOI)는 한수원, 폴란드 민간발전사 ZE PAK, 폴란드 국영 전력공사 PGE 등 양국 3개 기업 CEO가 체결했으며 3개사가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MOU는 산업부 장관과 폴란드 국유재산부 장관이 체결했으며 기업이 추진하는 퐁트누프 프로젝트 원전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체크 사신(Jacek Sasin)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은 “폴란드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폴란드 국유재산부는 ZE PAK과 PGE가 한수원과 협상을 시작했고 폴란드와 한국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소식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이번 프로젝트가 양국 비즈니스 협력을 강화할 계기가 되고 폴란드가 한국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체크 사신 부총리는 지난 28일 폴란드 정부 추진 원전사업자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결정됐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원전 노형 수출의 물꼬를 텄고 APR1400의 우수성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최종 계약이 성사될 경우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전 업계에 일감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원전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한국의 APR1400 원자로는 3+세대 노형으로 가장 진보된 안전설비 및 보안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ZE PAK이 한수원에 협력을 요청했다는 것은 세계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한국 원전산업의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그문트 솔로쉬(Zygmunt Solorz) ZE PAK 회장은 “ZE PAK의 목표는 폴란드인들에게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고 원자력이 그 에너지원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ZE PAK이 소유한 퐁트누프 부지는 신규원전 건설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오늘 원전 기술의 세계적 선두주자인 한수원과 폴란드 최대 전력회사인 PGE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Wojciech Dąbrowski) PGE 사장은 “폴란드는 미래에 석탄 기반의 재래식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대규모 원자력에 투자해야 하고 이러한 투자는 재생에너지원(RES)에 대한 투자와 함께 우리 에너지 안보의 기초가 될 것"이라며 원자력에 대한 투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발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화석 연료 시장의 제약을 고려할 때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수원, ZE PAK 및 PGE 3사는 빠른시간 내에 안정적이고 깨끗하며 저렴한 전기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예상되는 투자 비용과 운영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측은 원전에 대한 투자가 폴란드 기업들이 신기술을 기반으로 광범위한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력 공급 및 관련 기업들로부터의 세수 확보 측면에서도 폴란드를 위한 지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퐁트누프 원전 건설에 대한 폴란드와 한국 간 잠재적 협력은 폴란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국가 간의 상호 비즈니스 협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LOI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수원, ZE PAK 및 PGE 3사는 폴란드에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건설(이하 프로젝트)에 대해 협력방안을 평가(assessment)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폴란드 에너지 시스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폴란드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폴란드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하며 무엇보다 향후 60년간 폴란드 가정에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안정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3사간 협력은 '폴란드 에너지정책 2040 (PEP 2040)'에 포함된 기존 폴란드 정부주도의 원전계획을 보완(supplement)하기 위해 신규로 추진되는 것이다.

ZE PAK과 PGE는 한수원이 효과적인 한국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40년 동안 원전을 운영하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수원과 협력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세계 3위의 원전 운영사이며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 중 하나인 UAE 바라카 원전을 계획된 예산과 공기(On Time, On Budget)에 맞춰 완공했다. 

이 발전소는 1400MW 용량의 4개 호기로 구성되어 총 5600MW 용량이며 4기 모두 준공될 경우 UAE 전력 수요의 4분의 1 이상을 저렴하고 깨끗하며 안정적인 에너지로 공급할 것이다.

한수원, ZE PAK 및 PGE 3사는 한국의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건설에 대한 계획을 공동으로 마련할 것이다. 

특히, 3사는 퐁트누프 부지에 대한 지질공학, 내진, 환경조건 분석을 수행하고 상호간에 제안된 파이낸싱 모델에 따라 사전 작업–건설-운영 단계별 예산을 추산하며 동 프로젝트 이행시 미치는 영향을 정의(define)하고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이정표를 마련할 것이다. 

또한, 3사는 금년 말까지 상기 내용이 포함된 신규원전에 대한 기본계획을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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