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e뉴스] 윤석열 정부의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부실 대응 때문에 국내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수출 타격에 이어 내연차 연비규제 과징금 4.8조원과 온실가스 배출규제 과징금을 포함해 수조원대의 과징금을 내게 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IRA 법안 공개를 1주일 뒤 인지했고 이후 주미대사관의 상세보고를 접하고도 미국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한을 활용하지 못하고 수정안 발의와 상원 통과 때까지 10여일간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통상참사’를 일으켰다.

IRA은 배터리 광물과 부품이 북미산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북미에서 최종조립되지 않는 전기자동차에 대해 그동안 지급되었던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보조금)를 지급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세액공제 배제로 인한 전기차 수출 타격이 우려된다고 지적이 대부분이었으나 내연차 수출에도 큰 타격이 전망된다.

미국은 1975년부터 소형 자동차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평균연비제도(CAFE)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연비가 기업평균연비보다 작을 경우 단위 연비(mile/gal)당 150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내연차 자체로는 연비가 기준보다 높아 과징금 대상이지만 환산 연비가 좋은 전기차가 기업평균연비를 상쇄했기 때문에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IRA 시행으로 전기차 판매가가 1천만원 정도 높아져 9월 한 달 동안 30% 판매 감소를 보이고 있어 내년부터는 평균연비를 상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35만대 이외에 미국 현지에서도 48만대를 생산해 북미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판매하는 자동차는 대부분 내연차인데 국내 생산분의 과징금과 단순 비교하면 2조9556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생산과 현지 생산 전체로 보면 과징금이 2년간 4조7946억원에 달한다.

자동차업체가 내야 하는 평균연비 과징금만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에 따른 과징금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청정대기법(CAA)에 따라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1대당 37,500달러(5400만원)의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온실가스 과징금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정부는 7월27일 IRA 초안이 공개된 지 1주일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기존 법안(BBB)를 모체로 해서 IRA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주미대사관의 전문 1보를 접하고도 무시했던 것이다. 현지 한국 기업들은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는데 정부는 손놓고 있었다.

8월 3일과 4일 미국 펠로시 하원의장이 방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여론이 안좋아져서 전화 통화를 했지만 IRA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주미대사관의 전문 2호가 산업부, 외교부, 대통령실에 전달되었는데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한건지, 보고했지만 무시했는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기회를 놓쳤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IRA 법안이 상원에 상정도 되지 않았는데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산업부는 “하원의장에게 공식 우려를 제기하려면 통상규범 위반 분석과 정무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1주일 동안 국제법 분석과 정무적 판단을 안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실체다. 국익이 훼손되는데 눈치가 왠말인가.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도 그렇게 손놓고 있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주미대사관의 동향보고를 토대로 제대로 대응을 했다면 우리의 입장을 수정안에 반영할 수도 있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는 낱낱히 드러났다. 정부는 이런 실수를 다시 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시한번 되풀이된다면 윤석열 정부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정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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