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잇단 반발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

정부가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결정이 산업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신산업 확대,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 등 이행방안을 제시했지만 산업계는 ‘과도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6월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 대비 37%’로 최종 결정했다. 기존에 발표한 제3안 25.7% 감축을 채택하되, 우리의 위상과 선도적 역할을 감안해 국제시장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을 11.3%포인트(P)를 추가해 37%로 결정했다. 확정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BAU 8억5060만톤보다 37% 준 5억3587만톤이다.

BAU란온실가스 감축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을 경우 미래에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전망치다. 37%감축은 당초 정부가 제시한 4가지 시나리오였던 14.7%~31.3%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한편으로는 이번 결정이 숫자만 6.7%(37%→31.3%)가량 커졌을 뿐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2020년 감축목표에서 후퇴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안대로라면 2020년 신기후체제(포스트2020) 이후 10년 동안 712만t만 줄이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시나리오 3안이었던 25.7%을 기본으로 정했다. 여기에다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IMM)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11.3% 가량 구입해 37%까지 만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산업경쟁력 악영향을 고려해 달라는 산업계 ‘현실적인 목표설정’ 요구보다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대응 리더십 유지를 선택했다. 지난 11일 공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 ▲14.7%(1안) ▲19.2%(2안) ▲25.7%(3안) ▲31.3%(4안) 가운데 3안을 선택했다. 여기에 별도로 국제시장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목표(11.3%)를 부여해 최종적으로 감축목표를 37%로 높였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라는 국제적 책임과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등 그동안 쌓아온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 등을 고려하고, 에너지 신산업과 제조업 혁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11일 발표한 감축 시나리오보다 목표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우리나라가 제조업 위주 성장 경제구조임을 감안해 많은 양 온실가스 감축이 어렵고, 국내 산업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은 후순위로 밀렸다.

2030년 감축목표를 37%로 결정하면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기존에 발표한 2020년 BAU 대비 30% 감축목표에서 후퇴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리마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0)에서 국제사회는 감축목표 후퇴금지 원칙에 합의했다.

정부는 공론화 결과 각계 입장과 국제사회 우려 등을 적정 수용할 수 있는 별도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GCF사무국 유치 등 그간 쌓아온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기존 감축목표인 2020년까지 BAU 대비 30% 감축(5억4300만톤 배출)보다 강화된 37% 감축안을 건의했다.

국내적으로는 기존 정부 시나리오 3안인 25.7%를 채택하되, 국제사회 위상과 선도적 역할을 감안해 국제시장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분을 추가한 것이다. 녹색위는 현 정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국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제조업 혁신 계기 마련을 위해 감축목표 상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 발표 직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야심찬 목표를 잡아 기후변화 리더십을 보여 달라”는 요구가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온실가스 감축과정을 우리나라 에너지 신산업 창출 계기로 더 적극 활용하고,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 역할을 해온 점 등을 감안해 당초 제시한 4개안보다 감축목표를 상향조정했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의욕적 감축목표 제출로 정부 ‘저탄소 경제’ 지향을 국제사회에 천명하되 우리나라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산업 육성 등 지원책을 다각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 반발

정부는 감축목표를 높였지만 산업계 피해는 최소화하고 외부 감축량을 활용하는 등 이행방안도 제시했다. 이번 감축목표를 계기로 창의적이고 획기적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 육성해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부문 감축률은 시나리오 2안 수준인 12%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 등 관련 법·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제조업 위주 성장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대폭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어렵다는 산업계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다.

에너지신산업 시장지원과 ‘에너지 신산업 육성 특별법(가칭)’ 제정 등을 추진하고, 규제보다는 시장과 기술을 통해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개선하고 규제를 정비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과정에서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보완조치도 마련한다.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IMM)을 활용한 해외감축을 감축수단으로 활용해 추가 감축잠재량을 확보한다.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과 수송·건물 등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을 지원해 저탄소 사회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 감축목표 발표에 산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계 단체는 논평을 내고 정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현실성 없다고 비판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완전히 무시하고 국제사회 이목과 지난 정부 실책을 벗어나지 못한 실현 불가능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라며 “과도한 정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우리 경제 저성장 기조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확정된 2030년 감축목표와 기후변화 적응대책, 산정 방법론 등의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기여방안(INDC)을 6월30일 UN기후변화협약사무국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유엔 당사국들이 10월 1일까지 제출한 INDC를 종합 분석한 보고서를 올 11월 1일까지 발간하고 이를 바탕으로 12월 파리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문을 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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