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연세대 교수.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 김진우 연세대 교수

우리나라의 전력소비는 2005~2014년간 연평균 4.1% 증가했으며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전력수요가 2035년까지 연평균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적극적인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를 15% 감축할 경우 연평균 증가율은 1.8%가 된다. 전력수요 전망치 논란을 거쳐 최근 국회에 보고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의하면 2029년까지 전력수요는 연평균 2.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정책과 관련, 필자는 지난번 제2차 국민공감토론회에서 논의된 ‘원전갈등, 시나리오를 놓고 논의하자’는데 공감하며 이러한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원전의 국민경제적 측면을 짚어 보고자 한다.

원전은 에너지 수급 및 가격 안정뿐 아니라 기후변화대응, 기술 및 산업발전, 국가경쟁력 등 다양한 측면의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전정책의 핵심적 목표를 보면 과거 고도성장기와 다소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원전개발 초기에는 전력의 안정공급(에너지안보 측면)과 경제성(전기요금 측면)에 보다 비중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전원구성에 있어 수급안정과 경제성은 여전히 주요한 의사결정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발전원별 단순 경제성뿐 아니라 국민경제 파급효과, 사회적 가치와 비용 등을 합리적 수준으로 균형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기준을 다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적 이슈인 기후변화대응이 국가의 에너지계획뿐 아니라 전원구성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원전 발전량을 유연탄으로 전량 대체할 경우 128.7백만톤, 가스로 대체할 경우 56.7백만톤의 온실가스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탄 및 가스발전(2:1 비율)으로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는 104.7백만톤 늘어난다. 이는 2014년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240백만톤의 43.6%에 이르며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15%에 해당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화력발전 의존도가 90%를 넘어섰고 2013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1990년 대비 10.6%나 늘어났다. 아베 정부가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는데는 에너지안보,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년말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기후변화협상 당사국총회(COP21)에서 ‘신기후체제(Post-2020)’ 협상이 마무리될 계획이며 각국은 11월 이전에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각국의 사정은 차이가 있지만 가능한 한 석탄화력의 비중을 줄이고 저탄소 발전원을 확대하는 것은 공통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11일 정부가 발표한 ‘Post-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계획안’에 의하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8억 5060만t으로 확정하고 BAU 대비 약 15~31%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4가지 목표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향후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선택하여 상반기 중 UN에 제출하게 되는데, 그 결과에 따라 미래 전원구성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은 건설과 운영을 통하여 직간접적으로 국민경제 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산업에 전후방 연관효과를 발생시킨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원전 1기당 수입대체 효과는 392백만달러(2010년 기준)로 원전 전체로 보면 2013년 약 80억 달러에 이른다.

전기요금 측면을 보면 원전 1기를 화석발전으로 대체할 경우(유연탄:LNG = 2:1, 이하 같음) 약 1%의 인상요인이 발생하며 원전 전체로는 약 20%에 이른다.

그에 따른 영향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데 우선 소비자물가는 원전 1기당 0.02%, 원전 전체로는 0.33% 상승요인이 발생한다.

산업생산은 2013년 기준으로 원전 1기 대체시 0.07%, 원전 전체 대체시 1.1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수출은 원전 1기 대체시 0.11%, 원전 전체 대체시 2.01% 감소되어 무역수지가 134억 달러 악화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원전의 종합적 경제효과는 GDP에 미치는 영향으로 집약될 수 있는데 원전 1기 대체시 GDP 0.04%p 감소효과가 발생하며 2013년 기준 전체 대체시 0.73%p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 다른 분석(KISTEP)에 의하면 2005년 원전운영의 생산증대 효과는 15조원, 전후방 연관효과는 19조원으로 당해년도 GDP 기여율이 2.4%로 분석되고 있다.

2009년 UAE 원전수주,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스마트원자로 수출 등 우리 원전기술의 해외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UAE 원전은 건설부문만 약 200억불이며 약 30조원의 산업파급 효과, 10년간 연인원 약 3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향후 운영지원 참여시 60년의 원전 수명기간 중 여러 가지 경제적 효과를 추가로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원전수출은 대상국과의 경제협력을 촉진시킨다.

UAE와는 양국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였고 유전 3곳의 개발계약과 함께 금융협력도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처럼 원전수출은 산업활동과 고용 등에 미치는 전후방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경제적 가치를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원전은 물리학, 화학, 기계, 전기, 전자 등 첨단기술의 집합체로서 국가 기술발전을 견인한다.

원전의 효율적 건설, 운영, 폐기뿐 아니라 제어, 안전 등을 위한 기초·응용과학과 기술개발을 촉진한다.

금년 들어 우리 원전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안들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우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2015.4.22)을 들 수 있다.

주요 내용은 사용후핵연료의 실험단계 건식 재처리 허용 및 제3국 재처리 가능, 20% 미만의 우라늄 저농축 가능성 허용, 원전수출 제한 및 인허가 조건 완화 등이다.

이는 미국의 소위 '골드스탠더드' 원칙과 우리의 자율성 강화 요구를 절충한 것이다.

향후 양국간 협의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그리고 원전수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2015.6.8.)에 신규원전 계획이 포함되었다.

2029년까지 150만kW급 2기를 추가 건설하고 기존의 석탄화력 4기 건설계획을 취소하기로 하였다.
한편,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2029년까지 설비비중 20%가 되도록 용량을 5배 늘리고 발전량은 4배로 늘린다.

월성 1호기 재가동 승인(2015.6.10)에 따라 2012년 11월 이후 정지되었던 해당 원전이 2년 6개월 만에 재가동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난 2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계속운전 허가를 받고 그간 계획예방정비를 수행해 왔다.

에너지위원회는 고리 1호기의 폐로를 권고하였다(2015.6.12). 한수원이 재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으므로 2017년 6월 폐로에 들어간다. 이는 노후원전에 대한 국민불안을 감안하고 안전에 최우선을 두는 원전정책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세계적 원전 노후화로 폐로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전해체 경험과 기술의 축적이 중요한 과제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우리 원전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 줄 가능성도 있다.

원전에 대한 이념적, 가치적 논의는 아무리 횟수를 거듭해도 합의된 결론에 이르기 어렵다. 매우 소모적이며 반복적인 논쟁에 불과하다는 점은 과거 경험이 잘 말해 주고 있다.

따라서 원전의 안전성 확보가 기본전제가 되어야 하겠지만 실현 가능한 대안을 놓고 적정 수준과 방향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발전원의 직접원가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국민경제적 편익 등 간접효과를 분석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향후 신기후체제 하에서 국가 경쟁력은 산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온실가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각 발전원은 나름의 운전특성과 장점을 갖고 있으며 기술능력 내에서 계통운영과 수급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원간 상호보완 발전을 위한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상호보완적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원전에 의한 발전단가 하락, CO2 감축 등 사회적 편익이 환류되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과 절차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것이 저탄소 에너지원의 육성을 위한 협력과 상생구조이며 국익을 우선하는 에너지인들의 진정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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