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강그룹회장/본지 편집위원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자립을 실현하는 일이다. 정부도 지난 해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미래청사진을 밝힌바 있고 이에 대응해 6대 신산업을 육성키로 했다.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후속 세부 계획들이 추진되고 있음에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몇 년전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추진될 때도 장밋빛 희망을 갖고 대기업은 물론 에너지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하지만 현실은 사업화가 이뤄지느냐 하는 것인데 현재의 상황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왜 이런 결과물을 낳을 수 밖에 없었는 지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에너지 저장시대를 열고자 피나는 전투를 하고 있다. 밧데리에 전기를 담았다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는 고안은 이제 에너지 시대의 대세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한 전기 생산이라는 것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실현되는 날이 온 것이다.

스마트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직시해야 한다. 스마트그리드가 실증사업에서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잠시 답보 상태에 빠진 이유를 찾아야 한다. 제주실증단지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보였음에도 스마트그리드가 로드맵을 완성하지 못한 것은 하나의 아이템에서 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증단계에서 사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만 있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만이 잘하는 것도 아니다. 사업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누구라도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만이 잘하는 분야고 있고 중소기업이 해야 할 몫이 따로 있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현재 ESS 분야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참여를 하고 있다. 정부도 신산업 육성을 천명하면서 ESS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실제 지난 해 9월 한전이 주파수용 대용량 ESS 사업을 발주하면서 시장 활로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한전은 주파수 전용 ESS 사업을 조기에 완공하고자 올해부터는 투자 규모를 집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ESS 분야는 시장 확대 차원에서 볼 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전력산업 분야는 물론 빌딩, 공장, 가정용까지 그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전기를 저장하는 개념에서 ESS 사업을 바라보는 것은 앞서 말한 스마트그리드가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기를 저장하는 개념이 아니라 전기를 필요시 적정할 때 사용하는 것이 ESS 사업의 본질인 것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데 막대한 연료가 투입돼 비싼 전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할 때 전기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규모 정전사태를 몇 년전 겪은 바 있고 전세계적으로도 전력사태는 여전히 빈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기를 사용하는 피크 때와 전기부하가 많은 시간때에 분산전원 역할을 ESS가 차지할 것이다. 대형건물에 비상용발전기를 설치토록 의무화되어 있는 데 이를 ESS 전환한다면 전력비상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가정용 ESS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용량에서 가정용까지 확대되고 시장이 형성된다면 새로운 먹거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본다.

ESS 시장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관심 분야가 ESS 분야다. ESS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한전이 추진하는 주파수용 ESS는 물론이고 에너지자립섬, 분산형 비상발전기 확대, 가정용 보급까지 시장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ESS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정책에만 의지하는 것은 안 될 것이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보여주었듯이 실증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스마트그리드가 실패한 원인도 표준화 때문인데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표준화가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ESS도 밧데리 표준화가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초기 단계에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사업 참여자가 스스로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ESS가 성공하려면 최우선적으로 밧데리 가격을 낮추는 일이고 이를 위한 기술개발은 물론 다양한 밧데리 적용이 필수적이다. 밧데리 표준화를 위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ESS가 성공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전기를 직접 현장에서 적용하고 설계하는 입장에서 볼 때 앞으로 ESS가 성공하려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필연적 과제다.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ESS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장 적용이 순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전이 전국 62개 도서 지역에 에너지자립섬을 구축하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에너지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재생과 ESS 등의 융복합이 제대로 추진돼야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ESS 사업은 걸음마에서 본궤도로 진입하는 상황이다. 앞서 말한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이에 대처하는 것은 ESS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사업을 위한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면 이를 산업화로 전환하는 일은 실무자들의 몫인 셈이다. 대기업만이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해야 할 숙제가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작금의 ESS시장을 두고 대기업이 다 해야 하는 사업처럼 얘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기술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신산업이 추진되는 이유인 것이다.

특히 ESS 통한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당장의 전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미래 신산업 창출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고 이에 상응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미래 에너지기술 선점 측면에서 기술개발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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