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본지 주필)

서균렬 교수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1990년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절반 수준에서 2010년 2배 이상으로 급상승했다. 

온실기체 배출량은 세계 12위, 연평균 증가율은 4.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이후 2010년까지 약 2배 증가했다. 한반도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선 수요자 입장에서 본 에너지 효율 제고, 절약과 공급자 측면에서 보는 탈 화석연료 노력이 병행해야 한다.

원자력과 신재생은 에너지란 점에서는 같지만 법제도뿐 아니라 개발과 이용 등이 사뭇 달라 접점을 찾기 어렵다. 

신재생이란 좁게는 태양이나 풍력 등을 일컫지만 넓게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모든 에너지원으로 볼 수도 있다. 새롭고 깨끗하고 오래갈 수 있다면 원자력도 이 범주에 속할 수 있다. 

미래 기술개발을 전제로 무진장한 연료의 토륨원전과 핵융합로가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화석연료 절감을 위해 대두된 두 가지 대안을 논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원자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책이 국가별로 사뭇 달리 펼쳐지고 있지만 국내현실을 돌이켜 볼 때 지속적 이용이 불가피하다. 

자원이 전무한 국내에서 원자력은 전력수요를 충족하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이며, 온실기체 감축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원전은 석탄이나 가스에 비해 정산단가가 절반도 안 되고, 연료비 비중이 적어 가격변동이 작다.

최근 한국이 요르단으로부터 160억원 규모 부지평가 용역을 수주하고, 네델란드와 250억 원 규모 연구로 개선사업을 체결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다시금 원자로 수출길이 뚫렸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한국 상용원전 수출전선의 날씨는 여전히 흐리거나 비가오고 있다. 자칫하면 장마에 접어들 수도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해외원전 운영상황을 살펴보면 판이하게 갈라져 있다. 

원전가동 31개국 중 반원전 여론이 강한 국가는 가동원전의 단계적 폐쇄정책으로 선회하였고 미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중국 등은 기존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원전을 확대하려는 나라는 폴란드 등 6개국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공회전하며 국민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국내현실은 선택할 수 있는 에너지 대안이 없다. 

미국의 가스 같은 기적도 없다. 

호주의 황야 같은 희망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불가피하게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에너지원 간 최적의 묘안을 모색해야 한다. 

바로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과 신재생의 보완적 역할로 연립방정식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이 둘을 적절하게 배합해 녹색성장과 창조경제에 기여하고 국제기후변화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며 국내 에너지 공급안정을 선도하고 청결하고 안전하게 백두대간을 보전하여 한반도의 에너지 자립을 주도해야 한다. 

따라서 지속가능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과 신재생의 개발과 이용과 보급에 국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원전의 연료는 우라늄이다. 

석탄이나 석유처럼 땅 속에 묻혀있는 이 광물은 특징이 있다.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훨씬 적은 양으로 훨씬 더 많은 열을 낸다. 

또 산소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고 중성자만 있으면 반응이 지속된다. 

산더미만 한 석탄과 수영장만 한 석유가 필요한 반면 우라늄은 손톱 하나면 발전이 가능하다. 물론 이를 위해선 기술공존과 국민공감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평균 1 킬로와트를 쓰며 100년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우라늄은 고작 4 그램이다. 

무게는 골프 공, 크기는 포도 알 하나만 하고, 여기서 나오는 재는 330 밀리리터 작은 깡통 하나에 담을 수 있다. 

게다가 여기엔 플루토늄 불쏘시개와 우라늄 땔감이 들어있어 태울 수 있는 아궁이, 즉 고속원자로가 언젠가 나오면 재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결국엔 쓰고 난 연료를 어딘가 외딴 곳에 안전하게 보관해야하지만.

원전사고나 사회갈등 비용까지 산정할 순 없지만 국내원전 단가는 100 W 전구 10개를 1시간 동안 켜는 데 40원이니 매우 싸다. 

물론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100원 수준이다. 

우리의 경이로운 원전이 일궈낸 풍요에 대해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에게 한시도 없어선 안 될 전기가 여기서 나온다. 

전기는 이제 산소만큼이나 우리에게 절대적 존재이다. 

미래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원자력 또한 단점을 가졌다. 

발전 중 나오는 방사선은 우리에게 매우 위험한 빛이다. 

물론 부단한 노력으로 안전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긴 했지만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이어지는 한 원전에 대한 두려움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두려워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 않아서도 안 될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탈핵 운동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한반도 미래세대 녹색성장 지속가능 발전원으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춤했지만 원자력은 세계 발전량의 10분의 1, 국내 발전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우리로서는 국민 공감대 형성과 국가 경쟁력 향상을 바탕으로 안전강화와 수출전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아야 할 시점에 와있다.

라인강을 가로지르는 독일 본의 케네디 대교에는 태양광판이 수를 놓고 있다. 

거대한 바람개비 또한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화석연료를 줄이고 신재생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것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생산의 급증에 따라 전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태양이 내리쬐는 평지와 강풍이 불어대는 북해를 가진 유럽의 축복이다.

그런데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전기료가 오르는 게 큰 문제다. 

녹색전환의 성공을 위해선 소비자의 부담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신재생 신규 송전망 구축도 과제다.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전기를 흘려보내기 위해선 막대한 건설비용과 함께 경관훼손 등의 문제가 얽혀 있다.

녹색전환이 성공할 경우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창조경제를 이뤄내는 국제 모범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원자력과 신재생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태양광판과 풍력발전을 병설해 녹색사회 구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호혜적 전략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설비는 비상전원으로 쓸 수도 있다.

원자력과 신재생은 공공의 선(善)을 위한 합집합이 되어야 한다. 

녹색의 한반도,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오늘을 지속하고 내일을 약속하려면 원자력의 변신과 신재생의 진화가 최선 없는 차선이자 차선 없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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