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본지 주필

당국은 우유부단, 언론은 우왕좌왕, 국민은 노심초사, 월성1호기 여정의 끝이 가시밭길이다. 

월성1호기와 동일한 캐나다 젠틸리2호기는 4조원이 넘는 계속운전 비용이 들어간다고 평가된 반면 국내는 5640억원이 소요됐다. 

원전 운영허가를 연장할 경우 최신 안전기술기준이 적용되면 새로 짓는 것과 비슷한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같은 이유로 종주국 캐나다에선 2020년이면 22기 중 15기가 폐로될 전망이다. 10기중 7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수원은 자체적으로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고 원자로 압력관, 전산기 등을 교체하는데 5383억원에 후쿠시마 후속조치 257억원을 보태 5640억원을 들여 설비개선을 마쳤다. 계속운전을 위해 필요한 기획, 관리, 행정, 일부 터빈 교체 비용 등 수천억원이 계산서에서 빠진 건 아닐까. 계속운전의 경제성을 부각하기 위해 설비투자 외 직간접 비용이 숨겨진 건 아닐까.

더욱이 한 부지에 원전이 6기가 넘게 모여 있고, 반경 30 킬로미터 내 인구가 1만명을 밑도는 캐나다에 비해 100만명 수준인 국내는 원전 계속운전 시 종주국 이상으로 안전기준을 높여야할 것임은 명약관화. 

1983년 준공, 20킬로미터 내에 수천명이 거주하는 캐나다 포인트 르프로 또한 월성1호기와 쌍둥이. 건설 당시에는 캐나다에 기댔지만 현재는 국내 기술이 캐나다 수준을 넘어섰다. 이용률도 월성1호기가 10% 이상 높고, 설비개선 공사는 뒤늦게 시작했지만 먼저 마무리하며 포인트 르프로의 문제 해결방법을 국내 기술진이 건네주기도 했다. 현재 포인트 르프로는 2012년 이후 운전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계속운전의 해법은 주민과의 지속적인 교류에 있다. 계속운전을 위해선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소통을 지속해 원자력과 방사능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알리고 안전관리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월성1호기 계속운전과 상관없이 국민 공감이 절실히 필요하다. 포인트 르프로는 계속운전 후에도 주민과 소통을 계속해 오면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해 오고 있다. 물론 반대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지역정서는 계속운전을 점차 받아들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별다른 금전적 보상은 없지만 일자리가 생겼다는 점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에 대해서도 만족해하는 듯 보인다. 

한편 캐나다와 국내 계속운전 절차와 투명성을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공청회, 주민의견수렴, 최신안전기준, 자료공개, 작업자 피폭영향평가 그 어느 하나에도 합격점이 없다.

개정 원자력안전법 제103조 제1항은 계속운전 허가를 받으려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람하게 하거나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평가서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를 위해서는 원안위가 한수원으로 하여금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원전은 법률에 앞서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투명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안전성 논란이 확인되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수원과 원안위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서둘러 월성1호기 계속운전 결정을 몰아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한수원의 폐쇄적인 자료 비공개에 항의하고 원안위가 바로 서서 안전 관련 자료공개 또는 열람과 접근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원안위의 궁색한 변명은 뒤로 하고, 최신 안전기준을 투명하게 적용하고 캐나다의 경우를 참조해 경제성 분석을 다시 한 다음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할 것이다. 

계속운전으로 기울면 월성2호기와 같은 수준의 안전설비를 월성1호기에 갖춰야 한다. 비상냉각 열교환기를 1대 늘리고, 격납건물에 수문과 주증기격리밸브를 달아 사고 시 방사성물질의 외부 누출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그런 다음 원안위 심사를 다시 받아야할 것이다.

더 이상 찬핵, 반핵하며 시간 버리지 말고 安핵(안전한 핵)을 통해 우리 모두의 萬핵에 이르러야할 것이며, 하지만 민심이 따르지 않는다면 斷핵, 즉 폐로의 길을 밟는 것이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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