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편집국장

[산경e뉴스] 감사원이 월성1호기 감사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수립 절차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한 추가 감사에 돌입했다. 2019년 6월 정갑윤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공익 감사청구를 수용해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절차가 적정했는지 감사하겠다는 것이다.

1년6개월 동안 손에 쥐고 있다가 이 시점에 감사를 하겠다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에너지정책통인 김성환 의원은 감사원이 산업부와 과기부를 대상으로 에너지전환정책 감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 "법원판결을 무시하는 선택적 감사"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감사원은 월성1호기 감사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수립 절차 적법성 여부를 따지고자 추가 감사에 돌입했다. 2019년 청구한 공익 감사청구를 수용해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절차가 적정했는지 감사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 취지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박근혜 정부 시절 다시 발표된 원자력진흥종합계획과 다르다는 것과 법정 하위계획인 8차기본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상위계획인 에기본을 나중에 변경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과연 에기본이 상위법일까.

감사원이 야당인 국민의힘과 같은 논리를 펴고 있어 흥미롭다.

본지는 지난 2018년 4월9일자 사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격을 대통령으로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통해 에기본 상위법 복귀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다.

지난 1997년 처음 시작된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2002년 마련된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대통령이 장을 맡아 명실공히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위상에 맞는 초안을 잡았다. 각 부처장관들이 각 부문별 장을 맡고 대통령이 최종 공포하는 그야말로 최상위 법이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에너지기본계획은 제청권자가 대통령에서 산업부 장관으로 격하됐다.

더 이상 상위법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산업부장관이 제청하는 관련법은 에너지기본계획 말고도 전력수급기본계획, 신재생기본계획 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들 관련법과 에기본이 같은 격으로 놓이게 된 것이다.

에너지기본계획은 단순한 전력, 가스, 원전 등 수요와 공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환경, 교통, 운송, 기후변화, 남북문제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그런데 현재의 에너지기본계획은 산업부 장관이 주재하고 워킹그룹의 장은 민간에서 충원된다. 즉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이 예전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당시 장관이 맡던 일을 대신 하는 것이다.

오늘날 에너지문제는 단순한 에너지 수요 공급문제 뿐만 아니라 에너지안보, 환경오염, 주변국가와의 연계를 통한 그리드망 확충, 안전 문제 등이 뒤따르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에너지기본법을 격하시킨 정권(자유한국당)의 연장이 지금의 야당인 국민의힘이다.

생뚱맞게 에기본을 하위법으로 격하시킨 국민의힘(자유한국당)이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은 3차 에기본 수정이 없는 상태에서 8차 전력수급계획만으로 정책을 강행했기에 상위법과 하위법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이상 에기본이 상위법이 아님에도 감사원은 또 그걸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김성환 의원은 “행정부의 최고 의결기구는 국무회의”라며 “문재인 정부는 원전 관련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17년 국무회의에서 에너지전환로드맵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국무회의의 결정과 해당 시기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정 계획을 순차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전혀 위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미 2015년 대법원은 수자원종합장기계획에 반한 하위계획이 나오자 이를 철회해달라는 청구에 대한 원고 패소를 판결한 바 있다”며 “상위계획은 하위계획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판결을 감사원이 모를리 없음이 분명한데도 위법성을 운운하며 감사를 진행하는데에는 특정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이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감사를 강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월성1호기는 안전성 문제로 수명연장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강행한 바 있다.

이쯤되면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는 세력이 어디인지는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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