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편집위원)

이정윤(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편집위원)
이정윤(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편집위원)

[산경e뉴스] 2019년 12월 월성1호기에 대한 원안위의 최종 영구정지 승인 이후 2020년 10월에는 감사원의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야당과 일부 원자력계가 제기한 경제성평가를 근거로 한 영구정지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를 두고 문제 삼으면서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듯하여 걱정된다.

이 대목에서 원전산업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가지게 된다.

신한울3,4호기를 건설하자는 일부 주장은 전력설비 보강차원으로 원전이 추가로 필요한 것이 아니고 현재 구축된 원전산업 생태계를 조금 더 연장하여 원전건설 수출을 위한 기회를 잡아보자는 의도이다.

원전건설은 대략 호기당 5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건설 산업이다. 2개호기씩 건설이 추진되므로 한 프로젝트가 대략 10조원에 달한다. 대략 3년간 투입되는 엔지니어링 및 기자재 공급, 6년 정도 소요되는 건설기간으로 총 7년 전후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부분 제작 관련사들은 1차 공급사의 하청으로 3년 이내 기간동안 참여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건설이 지속되지 않으면 일감이 끊어지므로 생태계유지를 위해 또 신규로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2009년 UAE 원전 수출이후 현재까지 원전수출이 단 한건도 성사되지 않았으며 UAE에서 10조원이 적자났다는 외신 보도에도 UAE 원전수출에 따른 대차대조표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원전수출은 근본적인 해결방법과 거리가 멀다. 주요국 원전건설사들이 일확천금의 해외수출에 의존하다 대부분 생존하지 못하고 도산하는 사례를 우리가 반복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원자력 안전을 위협하는 은폐는 그 강도만큼 비례하여 부패한다는 것이 2012년부터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품질문서 위변조, 원전비리 사건의 교훈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안전성의 잣대인 투명성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

원자력안전법 103조의 2항에 정보공개가 의무화 되어 있지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제외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이를 근거로 정보공개는 국회의원들까지도 제한한다. 이 조항은 원전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공개되면 원전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폐쇄성을 담보한 원전수출은 국내 가동원전의 투명성을 저해하여 안전에 오히려 역행하는 요소이다. 더욱이 국내 원전의 안전문제까지 숨겨가며 수출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국민안전을 저해하면서까지 수출하여야 할 당위성은 어디에도 없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원전수출인가?

최근 한빛 5호기 원자로헤드 관통관 용접에 대하여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품질검사 내용을 토대로 116차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승인했지만 이후 작업자의 양심고백으로 승인되지 않은 재료로 용접한 것이 드러났다.

녹화기록은 상태가 부실하였고, 작업 감독도 품질검사도 누가 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이러한 사고(?)는 지난 2013년 한빛 2호기 증기발생기 수실 부실용접사건에서 승인되지 않은 용접봉을 사용하고 은폐했다가 제보로 밝혀지는 상황이 그대로 반복된 것이다.

2013년 재발방지대책으로 모든 주요 작업은 녹화하고 작업감독자에 의해 반입재료는 일일이 기록, 대조, 확인하는 것으로 주민들에게 보고되었지만 무용지물화된 것이 지금 확인되었을 뿐이다.

이쯤이면 이러한 부실용접 하나만으로 볼 때 상습적인 은폐가 얼마인지 지금까지 공급한 주요기기가 심히 우려된다.

마이삭 태풍에 속수무책이었던 고리원전, 격납용기 콘크리트 공극문제, 증기발생기 망치사건, 드라이버 사건, 전국원전 앵커볼트 관리문제, 지금까지 1/3도 투자하지 않은 후쿠시마 후속대책, 월성1호기 지하 오염확산 등 현장 안전문제는 감시를 무력화하는 뿌리깊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며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무력화된 현장감시체계를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여 기본인 안전부터 바로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하지만 원자력계는 엉뚱한 곳에 투자하고 실제 현장 안전을 위한 투자는 그동안 외면한게 사실이다. 그냥 놔뒀다 100년 뒤 해체해도 되는 해체산업을 육성한다고 조단위 연구비 투입을 계획하고, 수출 안되는 원전수출 그리고 설치할 곳 없는 SMR, SMART, 고속로, 파이로프로세싱, 그리고 핵연료 없는 핵잠수함, 현실성 없는 핵융합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한 원자력 산업생태계 보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속가능한 사업이 아니며 국민 세금인 국가연구비에 안주하려는 일부 연구조직의 결과없는 치밀한 유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신한울 3,4 건설비용으로 에너지효율분야에 투자하여 원전산업계 구조전환 비용으로 사용된다면 에너지효율도 높아지고 이를 통해 원전산업계가 지속가능한 사업에 의해 생태계가 유지되는 동시에 경쟁력 있고 성공적인 산업 구조전환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원자력산업계는 향후 벌어지는 세계 에너지시장을 정확히 내다보고 이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사업을 합리적으로 모색하고 정부와 적극적인 협력을 구해야한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는 안전은 안전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산업계가 안전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동시에 가져야하는 이유다.

2009년 이후 수출한다며 방만하게 벌려놓은 원자력산업계의 구조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원자력산업계의 기본을 현장 안전중심으로 바로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2020년 월성1호기로 발생된 모진 후유증을 잘 극복하고 원전 산업계의 맏형인 한수원과 산업부의 리더쉽을 어느 때보다 기대하는 이유이다.

2021년 신년에는 원자력의 기본인 가동원전의 안전을 확보하고 나아가 원전산업계의 성공적인 구조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원자력 산업생태계 완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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