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 4년간 기술이전 과제 11%에 불과
대기업 R&D 과제 성공률은 34.6%로 최저
정부가 출자해온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간 정부 R&D 사업의 경제적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기존의 경직되고 관성화된 R&D 사업을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내용의 '시장중심의 자율적 개방적 산업R&D 혁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R&D 규모는 매년 증가해온 데 비해 경제적 효과가 저조하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R&D 규모는 2019년 3조 4000억원에서 2020년 4조 2000억원, 2021년 4조 9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투입된 10억원당 누적매출 발생액은 약 16억원으로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 간 공공연 수행과제 1200개 가운데 실제 기술이전 성과를 낸 과제는 134개(11%)에 불과했다. 논문, 특허 등 기술성 위주의 제도 운영으로 인해 실제 시장의 수요로부터 괴리됐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대기업이 참여한 R&D 과제의 효율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규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받은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6∼2018년) 대기업이 수행한 산업부 R&D 과제의 사업화 성공률은 34.6%에 그쳤다.
대기업 R&D 과제 10개 중 7개는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산업부 소관 R&D 주관기관별 사업화 성공률(단위: 개, %)/자료제공=이규민 의원실> |
사업화 성공률은 연구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매출액, 비용 절감, 제3자 기술 이전 등이 발생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사업화 성공률은 산업부 소관 R&D 과제를 수행한 여러 주관기관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2018년 주관기관별 R&D 사업화 성공률은 중소기업 54.3%, 중견기업 49.4%, 대학 47.1%, 연구소 38.6%로 모두 대기업보다 높았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8년 대기업의 R&D 사업화 성공률은 28.1%에 불과해 중견기업(54.2%)이나 중소기업(59.7%)보다 낮았고 전체 평균(53.2%)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의 R&D 사업화 성공률이 저조한 것과 대조적으로 사업화 가능성 평가에서는 대기업이 높은 등급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민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의 'R&D 과제 최종평가'에서 2018년 기준(2017∼2018년 종료된 과제) 대기업이 수행하는 R&D 과제의 90.0%가 '보통' 등급을 받았다.
최종평가 등급은 혁신성과, 보통, 성실수행, 불성실수행 등 4개 등급으로 나뉘며 보통 이상이어야 사업화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대기업은 2016년과 2017년 평가에서도 각각 88.9%, 95.0%가 보통 이상 등급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R&D 과제는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아 사업화에 성공하기가 중견·중소기업보다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사업화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도 실제 생산과 매출로 이어지는 성과가 저조한 것은 R&D 과제 수행의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산업부는 막대한 혈세가 낭비됐다는 비판을 면하도록 기획 단계에서 정확한 시장수요 등을 반영해 대기업 R&D의 사업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