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중심 산업R&D 개편방안에 대기업 매칭부담 1/2 축소
대기업 참여 확대에 "중소기업 육성은 뒷전" 비판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산업R&D 혁신방안에 대해 대기업 밀어주기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시장중심의 산업R&D' 혁신방안에서 대,중견기업의 현금부담금을 1/2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신규 과제의 20% 이상을 대,중견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통합형 R&D로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중소 혁신기업을 육성해야 할 국가 R&D 사업에 대기업 참여 비중을 지나치게 높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R&D 심사과정에 참여해온 학계 관계자는 "수조원의 매출을 내는 대기업에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 R&D 정책과 맞지 않다"라며 "대기업 중심의 과제수행은 기업 혁신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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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가 발표한 '시장중심의 산업R&D'는 그간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가 경제성 면에서 낮다는 평가에서 비롯됐다. 논문, 특허 위주의 경직된 운영으로 인해 실제 시장수요와 괴리됐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R&D 규모는 2019년 3조 4000억원에서 2020년 4조 2000억원, 2021년 4조 9000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산업R&D에 투입된 10억원당 누적매출 발생액은 약 16억원으로 경제성이 낮게 평가되고 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 간 공공연 수행과제 1200개 가운데 실제 기술이전 성과를 낸 과제는 134개(11%)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는 산업R&D를 성과 및 시장중심으로 개편키로 했다. 'R&D 샌드박스'를 통해 연구의 자율성을 키우는 방안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참여기업의 상호출자(매칭부담) 비율을 대폭 줄였다는 데 있다. 정부는 사업별 과제별로 대·중견기업은 1/2, 중소기업은 최대 1/4까지 현금부담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8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영상회의실에서 산업R&D 전문가와 산학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비대면 온라인 간담회를 가졌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대기업에게까지 출자 비중을 줄인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기업 환경을 고려했다고는 하나 정부 R&D 사업에까지 대기업 참여 문턱을 낮추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과기부 산하 협회 한 관계자는 "대기업 중심의 R&D는 지역균형발전과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대기업이 결국 모든 결과물을 가져가는 구조에서 국가 R&D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중견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통합형 R&D를 신규 과제의 20% 이상 추진키로 한 것도 대기업에 특혜를 준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가 R&D 실적을 높이기에 급한 나머지 정작 중소기업 육성은 뒷전에 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대규모 R&D의 경우 산업의 연관효과를 고려해 대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통합형 R&D의 경우 대기업-중소기업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다. 하지만 대기업이 주관하는 컨소시엄 형태에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핵심 기술이 유출될 위험부담마저 갖는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기업 중심의 정부 R&D에 참여하는 데 따른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매출 기준으로 대,중견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중소기업에게 보다 다양한 R&D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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