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가격 폭락 먼지만 날리던 염전 태양광으로 돈이 날아다니는 섬 만들제”

220만 평방미터 염전 부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설 비금도 염전 전경. <사진=이만섭 기자>

비금주민협동조합, 6월26일 한수원, 호반산업과 협약 체결
14일 한전과 송전 계통문제 해결 “당장이라도 착공 가능”
염전부지위에 건설 “굳이 환경영향평가 1년 기다려야하나”
마을주민 “소금가격 하락 2억씩 손해 하루빨리 태양광해야”

“우리는 빨리 이 사업이 시작돼야 소금 불경기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제 한전과 송전 계통문제도 모두 해결했습니다. 바로 착공하면 내년부터 발전수익이 마을에 들어올텐데 1년 이상 착공을 기다려야 한다네요. 환경영향평가 때문이라네요. 우리는 사용하던 염전 부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피해도 없고, 주민들이 환경문제로 다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1년씩이나 환경영향평가를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섬의 모양이 큰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붙여진 비금도(飛禽島). 비금도(비금면)가 현재 뜨겁다.

한 여름이라서 뜨겁기도 하지만 한달전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민주도형 대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을 체결함으로써 마을 주민 전체가 기대심리로 뜨겁게 달아오른 탓이다.

누구는 비금도가 돈이 날아다니는 비금도(飛金島)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한다. 향후 20년 아니 그 이후까지도 말이다.

비금도 염전부지 약 220만 평방미터(70만평)에 건설될 태양광발전사업은 소금 폭락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비금도 염전사업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을 법하다.   

지난 6월26일 한국수력원자력은 따끈따끈한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비금도 염전은 현재 소금가격 폭락으로 파리만 날리고 있다. <사진=이만섭 기자>

주민주도형‘ 그린뉴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제목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불분명했다. 읽어 보니 “신안군 직접 참여형 태양광 발전사업 모델을 통한 개발이익 주민과 공유한다”였다.

2년 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다. 비로소 일이 되는구나 싶었다. 당장 달려가 현장을 보고 싶었다. 지역주민들을 만나 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는지, 말로만 듣던 대규모 염전은 왜 어렵게 된 것인지 가서 보고 싶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정책의 마중물은 태양광발전이 분명하다

.풍력발전, 지열발전 등 다른 재생에너지와 달리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참여하고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도 태양광 3kW 하나쯤은 달 수 있다.

대출로 설치하고 설치비는 여기서 나오는 전기를 팔아 갚으면 된다. 한 7~8년 후쯤 설치비를 모두 갚으면 그 다음부터는 공돈이 생긴다. 20년쯤. 이것이 무공해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의 장점이다. 단 태양광을 설치할 조그마한 내 땅이 필요한거지.  

정부가 재생에너지3020 정책을 발표한 2017년 12월 이후 1년 만에 태양광 발전은 기대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는 2.9GW를 신규 보급했다.

개인들이 설치한 것도 있지만 규모가 큰 것들은 대부분 한전에 전기를 되팔기 위한 것이다. 발전공기업들은 대규모 태양광발전사업에 큰 돈을 투입했다.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500MW 이상인 발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발전해야 하며 정부에서 인증서, 즉 REC를 받아야 한다.

비금도 비금면에 소재한 비금주민태양광발전소 사무실 입구 사진.
곽정민 비금주민태양광 대표이사가 사업진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이를 상쇄할 양의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만들라는 주문이다. 그런데 일반 화력발전소와 달리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주로 가동하는 한수원이 비금도에 200MW 대규모 태양광발전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울에서 비금도까지 가는데 꼬박 5시간이 걸렸다.

신안군 암태(도) 남강선착장까지는 서해안 고속도로 무안공항IC에서 진출입이 쉬웠다. 여기서 비금도까지 배로 40분 더 가야했다.

선착장 진입시 반드시 건너야 하는 다리가 천사대교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한 10.8km의 우리나라 4번째로 긴 교량이다. 지난해 4월 개통됐다.

이 다리 때문에 비금도 가기가 쉬워졌다고 한다.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목포에서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소요시간도 두배 이상 걸렸고 날씨에 따라 선박 운항이 멈추는 경우도 많았다고. 그러나 다리가 개통된 후 비금도는 가기 쉬운 섬이 됐다. 밤늦게까지 배가 다니니 얼마나 좋은가. 천사대교란 이름은 신안군에 섬이 1004개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안군은 버스도 천사버스, 택시도 천사택시, 다리도 천사대교였다.

비금도에 도착하니 비금주민태양광발전주식회사 곽정민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곽 대표는 비금신재생에너지협동조합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무실에는 조합 이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이세돌 아느냐고 물었다. 인공지능을 이긴 유일한 프로기사 이세돌을 모를 리 없잖은가.

비금도는 이세돌의 고향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세돌 기념관도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한달전인 6월 26일 한수원, 전라남도, 신안군, 호반산업, LS일렉트릭, 해동건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주민주도형 그린뉴딜 업무협약 및 비금주민태양광발전사업 주주협약을 체결했다.

비금태양광사업주민협동조합 임원들이 조합 사무실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이만섭 기자>

여기에 모인 조합 이사들이 그때 협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이었다.

곽 대표는 “200MW 신안 비금주민태양광발전사업은 비금주민협동조합이 가장 많은 40%, 한수원 29.9%, 호반산업 15.1%, LS일렉트릭 12%, 해동건설이 3%의 지분으로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주민주도형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한수원을 비롯한 협약 기관들은 신안지역 신재생에너지 공동개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경제환경 위기 동시 극복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조금 젊은 층에 속한 김인식 이사는 “신안 비금주민태양광발전사업은 소금가격 하락에 따라 염전부지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으로 시작한 국내 최초의 주민주도형 대규모 태양광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지난 70년간 염전사업으로 비금도가 살아왔다면 앞으로 70년은 태양광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비금태양광사업주민협동조합 홍종표 이사(가운데)가 비금도 염전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만섭 기자>

곽 대표는 “비금도 모든 주민들이 태양광사업을 반긴다”고 말했다. 물론 10여가구 정도가 염전에서 천일염 만드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며 염전 100%를 태양광발전 시설로 채우는 것에 반대하고 있지만 그들도 모두 조합원으로 영입해 일부 염전을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비금도 취재 전날인 14일 한전과 비금도 200MW 태양광발전 송전계통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히고 지금이라도 당장 착공할 수 있지만 아직 환경영향평가가 남아 있어 착공 시기는 1년후 쯤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금주민태양광발전사업은 사업비 3750억원을 투입해 내후년 준공 예정이다. 주민들은 하루빨리 착공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홍종표 조합 이사는 “염전에 투입한 돈만 2억이 넘는데 4~5년전부터 소급값이 폭락해 더 이상 염전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한 최종 결론이 태양광사업”이라며 ”단 하루라도 빨리 태양광사업이 시작돼야 우리도 먹고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염전 수리차, 비금도 선착장에서 배를 내리면 만나게 되는 조형물이다. 만주, 평안도 염전에서 일하던 인사들이 광복과 함께 비금도에 정착해 오늘의 염전을 일구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신안군 기록에 의하면 1946년 손봉훈, 박삼만씨 등이 주축이 돼 갯벌을 주민들 힘으로 둑을 쌓아 현재의 염전으로 개간했다고 한다. <글. 사진=이만섭 기자>

마을주민들이 기대를 하는 이유는 200MW 태양광발전사업이 시작되면 매년 발전수익 배당금으로 27억원 가량이 20년간 마을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염전에서 나오는 토지임대료까지 합치면 염전을 운영하지 않아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비금도 1780가구에게는 큰 자산일 수밖에 없다.

비금주민태양광발전사업을 통해 비금도(비금면) 염전주민에게는 20년간 지분 투자에 따른 안정적인 배당 수익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향후 신안군 비금면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설립될 신안군 주민조합에도 신안군 조례 개발이익공유화 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익이 공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안 비금도=이만섭 기자

비금도를 떠나 암태(도) 남강선착장으로 가는 길. 아쉬움을 뒤로 하며 멀어지는 비금도를 앵글에 담았다. 큰 새가 나는 모습이라 하여 붙여진 비금도(飛禽島)가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다시한번 호왕을 맞아 돈이 날아다니는 비금도(飛金島)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글.사진=이만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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