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올해 전력수요 대공황 이래 최대 5% 감소 전망
소진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산업연구본부장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올해 전세계 전력수요는 대공황 이래 최대폭인 5%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전체 발전량 2.6% 하락 불구 재생E-가스발전 3%-4% 증가
미국이 국제 LNG 시장 수급 조절하는 스윙공급자 역할론
재생E 코로나19 영향 가장 적어…유일하게 1% 성장 전망

“돈 줄 테니 석유 가져가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 인도분 선물가격이 배럴당 마이너스(-) $37.6로 하락!”

이 뉴스들은 지난 4월 20일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 국제 석유시장에 전례없는 일이 일어났으며, 코로나19의 확산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정유 4사 손실 4조 넘어!” 이 또한 지난 5월 11일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에너지시장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향후 세계 에너지시장이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이며 우리나라 에너지시장은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지 자못 궁금한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한 세계 각국의 여러 제한조치는 사회활동을 크게 제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다.

IMF(2020)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이 장기화될 경우 마이너스 6%의 경제성장률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사회 활동은 에너지의 소비를 수반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수요 또한 단기적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에너지 수요가 전년 대비 6%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에너지원별로 수요에 대한 영향과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석유

단기적인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부문은 세계 석유시장이다.

IEA가 5월에 발표한 석유시장보고서(Oil Market Report)에 따르면 지난 4월 세계 석유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약 25% 정도에 해당하는 2520만b/d 감소했으며 5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2150만b/d 정도 낮은 수준이다.

6월에는 주요국 정부들이 제한조치를 일부 해제함에 따라 석유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추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 대비 1300만b/d 정도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주요 석유 전문기관들의 전망들을 종합해 볼 때 올 하반기까지 고려한 2020년 연평균 석유수요는 전년 대비 800만b/d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IA, IEA, OPEC은 각각 813만b/d, 870만b/d, 907만b/d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세계 석유공급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4월의 세계 석유생산량은 1억60만b/d로 전월 대비 45만b/d 증가했다.

비OPEC의 공급량이 감소했지만 OPEC의 공급량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증가한 결과다.

5월에는 OPEC이 4월에 합의했던 970만b/d 감산안을 이행하기 시작했으며 저유가로 인해 미국, 캐나다 등 비OPEC 산유국의 생산량이 감소해 전월 대비 1181만b/d이라는 전례없는 생산량 감소를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5월 생산량은 8881만b/d에 불과했으며 최근 9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요와 공급측의 변화는 국제 유가에도 시시각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 기준으로 1월 평균 국제 유가는 $64/b 수준이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1분기 석유수요가 전년 대비 43.5만b/d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IEA 사무총장의 언급으로 인해 2월 26일에 국제 유가는 $52.28/b로 하락했다.

3월 9일에는 러시아의 반대로 OPEC의 감산안에 대한 합의가 불발되면서 유가가 $32.87/b로 급락했으며 4월 13일에는 감산안이 합의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준이 수요 감소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는 시장의 인식으로 인해 $22.31/b로 더욱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돼 4월 22일에는 $13.52/b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5월 들어서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 종료와 경제활동 정상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유가는 반등했으며 6월 26일 기준 $42.02/b로 상승하여 올해 최고가격인 1월 6일의 $69.65/b에 비해 약 6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석유수요의 감소와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세계 에너지부문의 투자 또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IEA는 World Energy Investment 2020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 에너지부문 투자가 전년대비 20%에 해당하는 4000억 달러 감소하고 석유가스부문은 32%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셰일업계는 투자자 신뢰상실과 자본조달의 제약으로 투자규모가 50% 가량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다수의 NOC들도 자금경색을 겪고 있어 석유시장 투자가 올해 감소 수준을 유지한다면 2025년 원유공급이 약 9백만b/d 감소하여 석유 수급에 압박이 예상된다.

천연가스

수송용 연료의 수요가 급감한 석유부문보다는 덜하지만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하여 호황을 누려왔던 천연가스 부문에도 코로나19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이전인 1월에 북반구의 유례없는 온난한 기후 효과로 세계 천연가스 수요는 다소 감소를 했으며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까지 더해 1분기 세계 천연가스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3% 이상 감소한 것으로 IEA는 추정하고 있다.

LNG 수요의 회복으로 현물가격이 상승하면 가동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이 국제 LNG 시장의 수급을 조절하는 스윙공급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미국 셰일가스 채굴 전경.

IEA가 지난 6월에 발간한 Gas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제한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되더라도 경제가 즉시 반등하지 않는다면 올해 연간 수요는 전년 대비 4%에 해당하는 150bcm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감소는 금융위기로 인해 지난 2009년에 경험했던 전년 대비 2% 감소의 두 배에 달하며 천연가스가 본격적으로 개발된 이래 가장 큰 감소로 기록될 것이다.

부문별로는 모든 부문에서 감소하며 특히 발전부문의 천연가스 수요가 가장 많이 감소할 전망이다.

낮아진 천연가스 현물가격에 힘입어 저장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천연가스의 공급은 수요가 감소한 만큼 조정이 되지는 않았다.
  
최근 저유가 상황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건설중인 일부 LNG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되고 신규 LNG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FID)이 연기될 전망이다.

IHS에 의하면 지난 2월 기준으로 계획중인 LNG 프로젝트 규모가 388백만톤 수준이었으나 이중 다수의 추진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카타르 등 NOC들은 전략적 가치를 고려하여 지연되더라도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인 반면, IOC들은 현금흐름과 재정 상태를 고려하여 투자 우선순위 등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요 부진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현물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미국 헨리허브의 1분기 평균가격은 $1.9/MMBtu로 전년 동기 대비 33% 하락하여 1999년 이래 최저 가격을 기록했다.

5월에는 $1.75/MMBtu까지 하락했다.

최근 동북아 LNG 현물가격도 $2/MMBtu 이하로 하락했다. 수요 침체와 현물가격이 역대 최저인 상황에서 미국 구매자들은 일부 LNG 물량의 인수를 포기했으며 LNG 프로젝트 가동률도 5월 이후 65%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국 LNG 프로젝트는 카고의 취소가 가능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LNG 수요의 회복으로 현물가격이 상승하면 가동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따라 미국이 국제 LNG 시장의 수급을 조절하는 스윙공급자(swing supplier)의 역할과 유사한 패턴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력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제한조치는 세계 전력수요 또한 크게 감소하는데 기여를 했다.

올해 1분기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정부문의 전력수요는 증가했지만 상업과 산업부문의 수요가 그 이상 감소한 결과다.

전력수요의 감소와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전력 믹스에서 저탄소 에너지원의 비중은 높아졌다.

지난 1분기 세계 전체 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 하락했지만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의 발전량은 각각 3%와 4% 증가했다.

재생에너지는 지난해 태양광과 풍력의 설비용량 증가와 더불어 한계비용이 낮은 이점으로 인해 증가했고 천연가스는 낮은 연료비의 영향이 컸다.

반면 원자력이나 석탄 화력의 발전량은 감소했다.

IEA는 올해 세계 전력수요가 전년 대비 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전망이 실현된다면 대공황 이래 최대의 감소폭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석탄

석탄은 수요가 크게 감소할 전망이지만 단기적으로 전망의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부문이기도 하다.

IEA는 지난 1분기 석탄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8%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석탄의 2/3를 소비하는 석탄 화력의 가동률이 감소하여 발전용 석탄의 수요가 크게 감소했으며 제철 등 산업부문의 생산량 감소 또한 산업용 석탄 수요의 감소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연간 석탄 수요 역시 전년 대비 8%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력 수요의 회복 여하에 따라 석탄의 수요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석탄의 소비가 발전부문에 집중되어 있고 발전부문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큰 에너지원이 석탄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중국과 전력소비 3위인 인도의 경우 석탄 화력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는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에너지원이다.

지난 1분기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했는데 수송부문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감소했으나 앞서 지적했던 발전부문에서 재생에너지 수요의 증가분이 이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이나 에탄올 등 수송부문의 재생에너지는 각각 경유나 휘발유에 일정 비율을 희석해서 공급하고 있는데 수송용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여 그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올해 연간 재생에너지 수요는 전년 대비 약 1% 정도 증가할 것으로 IEA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이전에 기대했던 증가율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이미 계획된 프로젝트의 건설 중단이나 경매 일정 연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BNEF는 올해 태양광 보급 전망을 기존 121~152GW에서 108~143GW로 낮추고 시장의 역성장도 가능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재생에너지 제조업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태양광 산업은 지난해부터 공급과잉으로 인해 기업의 21%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구조조정을 겪어왔으며 코로나19의 여파로 한계 기업의 퇴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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