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조절 2억톤 증대…수조원 경제적 가치앞으론 한수원 댐 연간 10억톤 담수 확보

충분한 용수를 담아놓고도 발전용댐으로만 지정돼 홍수 가뭄을 위한 다목적댐으로 활용되지 못했던 춘천댐이 앞으로는 다목적댐 역할을 하게 된다. 춘천댐에는 한수원 한강수력본부가 있다.

한수원 발전량 80%인 23,116MW는 원자력
나머지 19.6% 5,306MW 수력발전으로 얻어

지난 6월11일은 한국수력원자력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안겨준 날이다.

발전용댐 다목적활용 선포식이 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 운영이 주업종이던 한수원이 비로소 수력 분야도 국가에너지산업에 기여할 토대를 만든 것이다. 사명에 걸맞는 조직을 완성한 셈이다. 

한수원은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 괴산댐 등 6개 발전댐을 운영하고 있다. 충분한 저수용량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수자원공사의 다목적댐 운영규칙 때문에 발전용으로만 한정돼 홍수, 가뭄 등 위기상황에서 그 기능을 펼치지 못했다. 이게 모두 과거 잘못된 정부재산 관리규정 때문이었다.

이것을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바꿨다. 2년전 취임 당시 정 사장은 한강수력본부의 댐 활용 문제점을 듣고 수자원공사와 이 문제를 풀어가라고 지시했고 당시 한강수력본부 운영실장이던 정헌철 현 한강수력본부 본부장은 2년 동안 수자원공사 및 총리실까지 찾아다니며 잘못된 관리규정을 바꾸는데 전력투구했다.

한수원 한강수력본부 임직원들은 6월11일 발전용댐 다목적활용 선포식이 있던 날 군가처럼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를 목놓아 외쳤다.  

앞으로 한수원은 한강수계 발전용댐들이 다목적으로 활용됨으로써 수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한수원 발전용댐이 다목적댐으로 기능전환됨에 따라 정부는 신규댐을 건설하지 않고도 수도권에 연간 약 10억톤의 물을 확보할 수 있고 홍수조절용량도 2억톤이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됐다.

정헌철 본부장은 "정부 통합물관리 정책에 맞춰 수자원관리의 일원이 됨으로써 한수원은 물관리 기술역량을 강화하고 수자원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국가 물관리 정책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참조>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력과 원자력을 운영하는 발전사다.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라 태양광, 풍력 등 지난 2년간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아직 발전량으로 구현되지는 않고 있다.

엄밀히 말해 6월말 현재 한수원이 발전하는 전력의 80.3%인 23,116MW는 원자력, 나머지 19.6%에 해당하는 5,306MW의 전력은 천혜의 친환경 에너지인 수력발전을 통해 얻는다.

한수원의 한강수계 발전용댐들이 다목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서울의 젖줄 한강이 가뭄과 홍수 등 기후변화에 대비한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수원이 운영하고 있는 6개 발전용 댐에 저수된 물은 발전(發電) 목적으로만 사용하면서 방류되고 있어 가뭄 또는 홍수 발생 시 물의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의 추가 용수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생활공업용수를 담당하는 한강수계 다목적댐의 여유물량이 부족하여 추가 수원 확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한수원은 지난 4월 기후변화 대비를 위해 북한강수계에 위치한 발전용 댐을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한강수계 발전용 댐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협약’을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와 체결했다.

6월11일 선포식에서는 한강수계 발전용 댐의 다목적 활용을 선포하고 물 관리 기관으로서의 적극적 역할 수행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종선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 유명수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장, 허준행 연세대 교수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한 이유다.

한수원이 운영하고 있는 한강수계 댐 배치도,

정부 통합물관리 정책에 맞춰 수자원관리의 일원이 된 한수원은 물관리 기술역량을 강화하고 수자원관리 전문인력도 양성하여 국가 물관리 정책에 적극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수력발전소를 70여간 운영해 온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수력발전소 노후설비에 대한 성능개선, 용량증대 등 수력발전소 건설, 운전, 정비 등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파키스탄, 조지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북한 노후 수력발전소에 대한 기술이전 및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기초작업을 한수원이 진행중임을 아는 일반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에너지 교류의 최전선에 한수원 한강수력본부가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발전용 댐이라는 신규 수원(水原)이 확보돼 한강수계 댐 관리체계가 개선되고 신규로 발생할 용수 수요에 대처하여 가뭄과 홍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부의 통합 물 관리 정책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한수원은 국가 수자원 관리의 중요한 일원이 됨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향후 한강수력본부는 화천댐, 팔당댐을 대상으로 2년의 시범기간을 통해 용수공급 및 홍수조절 효과를 분석, 지속적으로 가뭄 및 홍수대비 효율적 물 관리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한수원의 이번 물통합 결정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작용했다.

이번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한수원과 수자원공사간 댐 관리운영 문제로 갈등이 심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한수원이 운영하는 발전용댐 관리마저 수자원공사로 이관하려 한 적이 있었다.

다목적댐을 관리운영하는 수자원공사는 지자체로부터 식용수-공업용수 비용을 받았지만 발전용댐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다목적댐이 아니라는 이유로 물을 공급해주면서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  

다목적댐은 홍수조절, 수력발전, 관개 및 상수, 공업용수 공급 등 여러목적을 둔 댐을 말한다.

그러나 그동안 이 정의대로 운영되지 못했던 정부 특정 부처의 자기밥그릇 챙기기 관습이 국가적 대의를 위해 허물어진 것이다.

이번 조치의 문제제기부터 밑그림을 그린 기관은 한수원 한강수력본부다. 정통관료 출신으로 올바른 일에 소신을 굽히지 않는 정재훈 사장이 한강수력본부 업무보고를 받고 실행에 옮기라고 지시한 것이다. 

현재 발전용댐에 저수된 물은 발전 목적으로만 사용하면서 방류하고 있어 가뭄이나 홍수가 발생할 때 물 이용과 홍수조절에 제한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또한 수도권의 추가용수 수요가 계속 증가하나 생수-공업용수를 담당하는 한강수계 다목적댐의 여유물량이 4억㎥ 정도 밖에 남지 않아 추가 수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산업부와 환경부는 발전용댐 관리개선에 대한 공동연구를 3년전부터 추진, 효율적 물관리를 위해 발전용댐의 활용방안을 협의했다.

그 결과 4월1일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와 산업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간 '한강수계 발전용댐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협약으로 “발전용댐을 발전 위주로만 운영하지 않고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등 다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효율적 물관리 의지를 반영한 공동협력 체계가 구축된 것.

특히, 발전용댐 중 화천댐의 경우 댐건설(1944년 준공) 후 76년간 발전 위주로 운영하다가 간헐적으로 홍수가뭄시 활용해 왔으나 앞으로는 평상시에도 다목적댐처럼 운영하는 계기가 마련된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평상시 발전용댐 하류 하천의 물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댐용수를 공급하고 홍수시에는 저류를 통해 홍수를 조절하는 등 다목적으로 댐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화천댐을 다목적댐처럼 운영할 경우, 발전 목적으로만 운영되던 댐의 수위를 현재보다 높게 유지할 수 있어 가뭄시 수도권 지역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고 추가 수요 발생시에도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북한강의 화천댐을 남한강의 충주댐과 연계 운영할 경우, 남한강 수계의 홍수조절능력이 증대돼 과거 홍수피해를 경험한 남한강과 한강 하류지역의 홍수피해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한강 수계(충주댐 등)의 홍수조절용량 6.3억㎥이 북한강 33.9억㎥에 비해 적어 홍수에 취약, 홍수시 화천댐(북한강)을 활용할 경우 충주댐(남한강) 수위를 낮춰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춘천=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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