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조절 용량 2억톤 증대...향후 수조원 경제적 가치
수자원공사 댐 일원화정책 막아낸 한강수력본부 승리

충분한 용수를 담아놓고도 발전용댐으로만 지정돼 홍수 가뭄을 위한 다목적댐으로 활용되지 못했던 춘천댐이 앞으로는 다목적댐 역할을 하게 된다. 춘천댐에는 한수원 한강수력본부가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력과 원자력을 운영하는 발전사다.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라 태양광, 픙력 등 지난 2년간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발전량으로 구현되지는 않고 있다.

엄밀히 말해 6월 현재 한수원이 발전하는 전력의 80.3%인 23,116MW는 원자력, 나머지 19.6%에 해당하는 5,306MW의 전력은 천혜의 친환경 에너지인 수력발전을 통해 얻는다. (진행중인 재생에너지는 제외했음을 밝힌다. 재생에너지가 준공되려면 최소 1~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수원에 경사가 생겼다. 비단 회사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가적으로도 한수원이 기여할 바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한수원의 한강수계 발전용댐들이 다목적으로 활용됨으로써 신규댐을 건설하지 않고도 수도권에 연간 약 10억톤의 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홍수조절 용량도 2억톤이 증대됨으로써 국가적으로 수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환경부 수자원공사와의 오랜 갈등 끝에 발전용댐을 다목적댐화하는데 성공한 한국수력원자력이 통합 물 관리 실현을 위한 ‘한강수계 발전용 댐 다목적 활용 선포식’을 지난 11일 춘천 한강수력본부에서 조용히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최대한 간소하게 행사를 치루긴 했지만 사실 이 행사는 한수원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행사였다. 

한강수계 댐배치도.

서울의 젖줄 한강이 가뭄과 홍수 등 기후변화에 대비한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4월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가뭄 및 홍수에 대비한 효율적 물관리를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발전용댐을 관리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산하기관으로 둔 산업부와 홍수조절용 다목적댐을 관리운영하는 한국수자원공사를 산하기관으로 둔 환경부가 의기투합했다는 얘기다.

현재 한수원이 운영하고 있는 발전용 댐에 저수된 물은 발전(發電) 목적으로만 사용하면서 방류되고 있어 가뭄 또는 홍수 발생 시 물의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의 추가 용수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생활공업용수를 담당하는 한강수계 다목적댐의 여유물량이 부족하여 추가 수원 확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 4월 기후변화 대비를 위해 북한강수계에 위치한 발전용 댐을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등 다목적으로 활용한다는 ‘한강수계 발전용 댐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협약’을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와 체결한 바 있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한강수계 발전용 댐의 다목적 활용을 선포하고 물 관리 기관으로서의 적극적 역할 수행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종선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 유명수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장, 허준행 연세대 교수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한 이유다.

정부 통합물관리 정책에 맞춰 수자원관리의 일원이 된 한수원은 물관리 기술역량을 강화하고 수자원관리 전문인력도 양성하여 국가 물관리 정책에 적극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수력발전소를 70여간 운영해 온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수력발전소 노후설비에 대한 성능개선, 용량증대 등 수력발전소 건설, 운전, 정비 등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파키스탄, 조지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북한 노후 수력발전소에 대한 기술이전 및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기초작업을 한수원이 진행중임을 아는 일반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에너지 교류의 최전선에 한수원 한강수력본부가 기능하고 있다.  

11일 춘천 한강수력본부에서 통합 물 관리 실현을 위한 ‘한강수계 발전용 댐 다목적 활용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발전용 댐이라는 신규 수원(水原)이 확보돼 한강수계 댐 관리체계가 개선되고 신규로 발생할 용수 수요에 대처하여 가뭄과 홍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부의 통합 물 관리 정책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한수원은 국가 수자원 관리의 중요한 일원이 됨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향후 한강수력본부는 화천댐, 팔당댐을 대상으로 2년의 시범기간을 통해 용수공급 및 홍수조절 효과를 분석, 지속적으로 가뭄 및 홍수대비 효율적 물 관리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한수원의 이번 물통합 결정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작용했다.

이번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한수원과 수자원공사간 댐 관리운영 문제로 갈등이 심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한수원이 운영하는 발전용댐 관리마저 수자원공사로 이관하려 한 적이 있었다.

다목적댐을 관리운영하는 수자원공사는 지자체로부터 식용수-공업용수 비용을 받았지만 발전용댐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다목적댐이 아니라는 이유로 물을 공급해주면서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  

다목적댐은 홍수조절, 수력발전, 관개 및 상수, 공업용수 공급 등 여러목적을 둔 댐을 말한다.

그러나 그동안 이 정의대로 운영되지 못했던 정부 특정 부처의 자기밥그릇 챙기기 관습이 국가적 대의를 위해 허물어진 것이다.

이번 조치의 문제제기부터 밑그림을 그린 기관은 한수원 한강수력본부다. 정통관료 출신으로 올바른 일에 소신을 굽히지 않는 정재훈 사장이 한강수력본부 업무보고를 받고 실행에 옮기라고 지시한 것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선포식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재 발전용댐에 저수된 물은 발전 목적으로만 사용하면서 방류하고 있어 가뭄이나 홍수가 발생할 때 물 이용과 홍수조절에 제한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또한 수도권의 추가용수 수요가 계속 증가하나 생수-공업용수를 담당하는 한강수계 다목적댐의 여유물량이 4억㎥ 정도 밖에 남지 않아 추가 수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산업부와 환경부는 발전용댐 관리개선에 대한 공동연구를 3년전부터 추진, 효율적 물관리를 위해 발전용댐의 활용방안을 협의했다.

그 결과 4월1일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와 산업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간 '한강수계 발전용댐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협약으로 “발전용댐을 발전 위주로만 운영하지 않고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등 다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효율적 물관리 의지를 반영한 공동협력 체계가 구축된 것.

특히, 발전용댐 중 화천댐의 경우 댐건설(1944년 준공) 후 76년간 발전 위주로 운영하다가 간헐적으로 홍수가뭄시 활용해 왔으나 앞으로는 평상시에도 다목적댐처럼 운영하는 계기가 마련된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평상시 발전용댐 하류 하천의 물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댐용수를 공급하고 홍수시에는 저류를 통해 홍수를 조절하는 등 다목적으로 댐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화천댐을 다목적댐처럼 운영할 경우, 발전 목적으로만 운영되던 댐의 수위를 현재보다 높게 유지할 수 있어 가뭄시 수도권 지역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고 추가 수요 발생시에도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북한강의 화천댐을 남한강의 충주댐과 연계 운영할 경우, 남한강 수계의 홍수조절능력이 증대돼 과거 홍수피해를 경험한 남한강과 한강 하류지역의 홍수피해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한강 수계(충주댐 등)의 홍수조절용량 6.3억㎥이 북한강 33.9억㎥에 비해 적어 홍수에 취약, 홍수시 화천댐(북한강)을 활용할 경우 충주댐(남한강) 수위를 낮춰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지난 4월 산업부-환경부 협약을 통해 ▲정부(한강홍수통제소)는 발전용댐의 운영계획과 발전용댐-다목적댐간 연계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운영계획에 따라 수문조작과 발전용댐-다목적댐간 연계운영 ▲화천-팔당댐의 시범운영을 통해 용수공급 및 홍수조절 효과 분석 등을 하게 된다.

통합 물 관리 실현을 위한 ‘한강수계 발전용 댐 다목적 활용 선포식’과 관련,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은 “기존 발전댐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장래 수도권 용수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뭄과 홍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돼 산업부, 환경부 간 물관리기관 협업으로 통합 물관리 정책의 성과로서도 매우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정헌철 한수원 한강수력본부장은 "그동안 물관리 안정화를 위해 한수원이 정부에 제안한 내용이 거의 반영됐다"며 "발전용댐을 다목적댐으로 활용하게 된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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