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에너지국장

 

에너지전환정책을 표방하며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정책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낙제점’을 주었다.

4일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환경단체들은 9차 전력수급계획의 문제점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이번에 처음 적용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용이 부실하다며 환경부가 이를 반려토록 은근히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8일 워킹그룹을 통해 9차 수급계획 초안을 발표하고 18일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요청을 한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9차 수급계획의 문제점으로 △2034년 목표수요 전망의 적정성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퇴출 명시 부족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전환부문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과 근거 제시 부족 △동해안-신가평 500KV 초고압 직류송전(HVDC) 추진 계획 전면 철회 △재생에너지 확대 비중 확대요청 △원전 조기폐쇄를 통한 안전 문제 해결 등 환경단체 이상의 환경에너지 대책을 제시했다.

이날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관련해서는 정부도 충분히 들어봐야 할 지적사항이라 느낄 만했다. 왜 9차 기본계획에 충분히 그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못한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무성의한 부분이 분명 있었다. 이 문제는 보완하면 될 문제다.

에너지정책 수립과정은 환경문제 하나만 놓고 진행할 수 없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최빈국이면서 세계 7~8위권의 석유소비 대국으로서 에너지산업적 측면, 장기적 경제수급 관점, 에너지 안보 측면, 국제 유가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을 복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

4일 기자회견에서 환경단체들은 전력수급계획 장기전망 가운데 중요한 한가지를 지적하지 않았다.

남북교류를 대비한 수급대책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약 1억2000만kW의 전력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9차 계획에는 1억400만kW로 전망했지만 그것만 갖고서는 전력운용을 하기 어렵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오는 2030년 경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며 통일한국의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전세계 자본이 한반도로 몰려오고 엄청난 사회간접자본에 의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미 남북철도 타당성 조사가 끝나고 정치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바로 시베리아로 연결되는 유라시아 철도를 건설할 수 있다. 이 경우 북에 공급할 전력공급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금보다 3000만kW는 더 확보해야 한다.

아직 정부도 환경단체도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만 산업부, 에경연, 한전, 전력거래소 등 관련기관에서 말없이 대책을 준비하고는 있다.

이 시점에서 환경단체들이 이 문제에 대한 코멘트를 한마디라도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가장 하기 어려운 쓴말을 해온 환경단체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날 환경단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문제라든가, 원전 문제 등 굳이 환경단체들이 지적하지 않아도 될 문제까지 나갔다.

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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