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후변화대책 명쾌하게 제시못해 "옥의 티"

▲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기후국장이 9차 수급계획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환경부가 산업부 환경평가서 반려할 경우 "상황 복잡"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구체적 이행 방안 근거 부족
환경단체, 전력수요 근거되는 GDP성장율 재검토 주장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가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환경단체가 환경부에 반려권을 행사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진행중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적용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문이다.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8일 워킹그룹을 통해 9차 수급계획 초안을 발표하고환경부에 지난달 18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요청을 한 상태다.

만약 환경부가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요구대로 산업부 9차 수급계획을 반려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예정보다 반년 이상 늦게 수립된 9차 수급계획이 더 늦어짐으로써 산업계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리고 7,8차 계획에서 확정해 진행중인 발전산업도 9차계획 결정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사업집행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일 환경운동연합에서 지적한 문제점 중 일부는 정부가 수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 발전사별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데이터들이 충분히 있었을텐데 이를 9차 수급계획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은 옥의 티로 불릴만 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가 산업부 평가서를 환경부에서‘반려’할 것을 요구한 첫번째 이유가 기후변화 대책 미비였기 때문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9차 수급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평가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고 상위 계획과도 부합하지 않는 등의 많은 문제점을 확인했다"며 "9차 수급계획은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국제사회의 목표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9차 수급계획의 문제점으로 △2034년 목표수요 전망의 적정성에 대한 재검토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퇴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전환부문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과 근거 제시 △동해안-신가평 500KV 초고압 직류송전(HVDC) 추진 계획 전면 철회 △재생에너지 확대 비중 더 늘릴 것 △원전 조기폐쇄를 통한 안전 문제 해결 등을 제시했다.

환경단체들이 지적한 내용의 핵심은 발전설비 용량확대를 위해 정부가 그 기준에 맞춰 GDP 성장율을 높게 잡은 것이고 이는 곧 석탄화력발전이나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구실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9차 계획에 제시된 2034년 기준 최대전력수요는 104GW로 연평균 증가율을 1.0%로 전망한 것인데 이는 8차 계획에서 제시한 2031년 기준 최대전력수요 101GW, 연평균 증가율 1.3% 보다 0.3% 감소한 수치다.

9차 계획에서는 전력수요 전망을 GDP성장률과 장기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서 진행했는데 2020년 GDP성장률을 2월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1%에 근거하고 있다.그러나 가장 최근 한국은행 전망치는 -0.2%, 한국금융연구원은 -0.5%, IMF -1.2% 등을 근거로 할때 전력수요의 근거가 되는 경제성장률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평가서는 기상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전력수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근거를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아 효율화를 통한 수요 관리와 에너지 전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전력화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구체적인 근거에 입각하여 9차 계획에서 제시하는 전력 수요가 적정한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사업을 모두 취소하고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9차 계획은 2034년까지 가동 후 30년이 도래하는 모든 석탄발전소는 폐지하고 24기의 LNG 발전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60기 중 절반인 30기(15.3GW)가 폐지되고 신규로 7기(7.3GW)가 건설된다.

그러나 석탄화력 비중이 2030년에는 18.7%, 2034년에는 14.9%에 달하며 발전량 비중도 2030년 31.4 %, 2034년 28.6%를 차지해 여전히 석탄화력이 최대 발전원이 될 전망이다. 

신규 건설중인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30년 수명이 다한 후에 폐지하겠다는 것은 2050년 중반까지 석탄화력을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이러한 계획대로라면 ‘과감한 감축’이라 하기 어렵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9차 계획 초안은 기존 8차 계획에 비해‘환경급전’을 더 소극적으로 전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8차 계획에서는 환경급전 등을 통해 석탄발전 비중을 감축하겠다고 제시하면서 석탄발전의 평균 가동률은 약 65%, LNG의 평균 가동률은 28% 수준으로 추정했지만 9차 계획 초안은 석탄발전 평균 가동률은 약 72%, LNG 가동률은 24%로 석탄발전의 가동률이 오히려 더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며 "산업부가 에너지 세제 개편과 환경급전을 제대로 추진한다면 석탄발전 비중와 온실가스 배출의 추가 감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기후분석 전문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는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가 약속한 1.5도 목표를 위해서 한국은 2029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2024년을 탈석탄 시점을 앞당겼고 지난 4월 오스트리아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았다.

김 연구원은 "정부는 1.5도 목표에 맞게 현재 건설중인 신규 석탄발전사업을 모두 취소하고 2030년을 탈석탄 시점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를 전제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전환부문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과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환경단체는 이날 주장했다.

9차 계획에는 2030 온실가스 감축 수정로드맵에서 제시된 전환부문 1.93억톤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 석탄 발전소 24기 폐지, 경기둔화 등에 따른 전력수요 감소 및 석탄발전량 감축,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에 따른 석탄 감축, 추가적인 석탄발전량 제약 도입을 그 이행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2030 온실가스 감축 수정로드맵은 감축목표 설정에 있어서 파리협정의 1.5도 경로 목표 달성을 전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연구기관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에 따르면 한국이 1.5도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보다 3억톤 이상 낮은 2.04억톤을 배출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9차 계획에서 전제로 삼고 있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계획 자체가 파리협정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9차 계획에서는 국제사회 합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2030 온실가스 감축 수정로드맵의 목표에 대한 달성 가능 여부 조차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이행 수단에서 얼마만큼 배출량이 감축되는지, 2034년까지 증설되는 LNG 발전에서 얼마만큼의 배출량이 증가하는지에 대한 근거와 내용이 전혀 제시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근거가 담긴 이행방안을 바탕으로 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안을 9차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었다.

이에따르면 평가서는 대안을 비교 검토함에 있어서 9차계획 수립(대안1,2), 8차계획 유지(대안3) 등 3가지의 계획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중 대안1을 최적의 대안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9차 계획수립을 가정한 대안1과 대안2 사이에는 그 차이가 매우 미비했다. 기준수요 대비 최대절감전력은 대안1이 12.5%, 대안2가 12.4%로 0.1% 차이에 불과했다.

발전설비 구성도 대안1이 2034년까지 석탄 30기 폐지, 대안2가 2030년까지 석탄 24기 폐지였다.

대안의 검토가 보다 실효성 있게 이뤄지려면 서로 큰 차이가 없는 계획들을 비교하는 과정이 아니라 보다 과감한 대안(예를 들면 2030년 탈석탄, 2050년 배출제로 등)과의 비교 검토를 통해 어떤 대안이 최적인지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번 평가서에서는 이런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환경 동향, 협약, 규약과 부합하지 못하는 점도 지적됐다.

평가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1.93억톤 목표 달성 방안을 제시했으므로 국제환경 동향, 협약, 규약과 부합’, 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의 주요 내용은 9차 계획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달성과 부합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억제하고 1.5도까지 제한하려고 노력한다”는 목표를 채택했지만 정부의 2030안은 BAU 대비 37% 감축, 5.36 억톤을 배출목표로 설정했고 이것은 2010년 대비 18.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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