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발전사업자에게 기업이 직접 구매하는 기업PPA 도입 필요
에너지전환포럼,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등 환경시민단체 지적

▲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요금제의 부실 설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수출 대기업에게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납품할 것으로 요구하고 RE(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 조달할 제도적 근거가 없는 까닭이다.

그린피스, 에너지전환포럼, 기후솔루션 등 환경시민단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녹색요금제가 부실 설계됐다고 우려하고 그 대신 기업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을 도입할 것으로 요구했다.

기업PPA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있어 기후위기 대응에도 유효하고 기업에게도 이득이 되는 제도다

이들 환경단체들은 산업부가 도입취지와 정책 기대효과에 반하는 형태로 녹색요금제를 추진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지금까지 나온 녹색요금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확대하지 않은채 재생에너지 전력생산량을 중복계상하는 꼼수 정책이라고 지난 8일 지적했다.

에너지전환포럼 임재민 연구원은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를 빠르게 늘려 온실가스 감축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고 산업부가 지난해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도 기업PPA 도입 검토를 명시한 바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헛점 투성이인 녹색요금제보다 기업PPA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개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4월 녹색요금제 도입을 발표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기업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색요금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별도요금(녹색요금)을 책정해 기업과 가구에 공급하는 정책이다.

정책 기대효과는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크게 두가지다.

공급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늘어나 총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야 한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시장에 신규사업자가 진입하고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설비를 증설해 재생에너지 발전 총량이 늘어야 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량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 230개는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공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전량(100%)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RE(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이 그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수출 대기업에게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납품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 조달할 제도적 근거가 없는 탓에 RE 100 캠페인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녹색요금제의 헛점은 ‘재생에너지 소비인증서(REGO)’ 설계 부분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늘리지 못하고 서류상 재생에너지 전략 소비량만 부풀리는 변칙적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요금제 하에서는 기업들은 한국전력에게 재생에너지 소비인증서(REGO)를 구입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해 한전에 공급하면 한전은 독점 매입한 재생에너지 전력에 기초해 REGO를 발행해 웃돈을 붙여 기업들에게 판매한다.

문제는 한전이 REGO 발행 대상에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사들인 전력도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중소 발전사업자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한전에 공급하고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발급 받고 이를 팔아 수입을 얻는다.

남동발전, 서부발전 등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대형 발전사들은 올해 기준으로 총발전량의 7%를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설비 부족으로 미처 채우지 못한 전력량은 REC를 매입해 충당한다.

이들이 사들인 REC는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녹색요금제안에 따르면 REC 거래로 이미 정산이 끝난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해 다시 REGO를 발행해 사기업에게 팔수 있다.

중소 태양광 발전소 등 기존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REC와 REGO로 2번 거래되는 것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늘지 않고 서류상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량만 늘어난다. 이는 기후위기 해결에 나선 전세계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자칫 한국은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녹색요금제를 도입해 REGO를 발급한다고 하더라도 REC를 발급한 발전설비는 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한경단체들은 수요 측면에서도 녹색요금제는 오답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늘지 않으니 국내 수출대기업들이 필요로 한 재생에너지 전략에 대한 수요를 맞출 수 없다.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총량은 삼성전자 전력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확대되지 않다보니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기 기대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배출권과 연계다.

국내 기업들이 REGO를 구입해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을 인정받고 온실가스 배출권을 얻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린다면 최악이다.

녹색요금제, 즉 REGO 도입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총량은 늘지 않은 채 온실가스 배출량만 늘어나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가 실질적으로 늘어난 부분에 한해 REGO를 발행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없으면 온실가스 배출권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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