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령 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섭씨 99도의 물은 뜨겁지만 끓지는 않는다. 하지만 1도만 오르면 끓는 점에 도달하여 증기가 된다. 흔한 말로 한 끗 차이다. 유전학전 분석에 따르면 인간과 침팬지의 DNA는 약 98%가 일치한다고 한다. 이 또한 한 끗이 빗어낸 엄청난 차이다.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 이와 같은 한 끗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대표 사례를 찾는다면 아마도 ‘계량’이란 단어는 빠지지 않을 듯 싶다.

실제로  9천년 전 이집트 유물 중에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저울추가 발견된 일이나, 역시 이집트에서 7천년 전의 양팔 저울이 발견된 사실을 보면 계량은 항상 인류와 함께 있었던 듯 싶다.

그리고, 정확한 계량을 위해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 있는데, 바로 측정 단위를 정하는 일이다. 측정 단위는 동서양이 조금씩 다르게 발전되었는데, 동양은 척관법이 미국이나 영국은 야드·파운드법이 발전했다.

이런 가운데 산업혁명 이후 국가간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거래 단위의 통일이 필요해졌다고 한다.

그 후 1875년 17개국이 모여 미터 협약을 체결하게 됐는데, 이 미터법이 국제적인 체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1900년경에는 실용적인 측정이 미터(m)-킬로그램(㎏)-초(s)에 바탕을 두고 이뤄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1959년 미터협약에 가입하고 1961년 계량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미터법을 법정단위로 정하게 되었다. 그 이후 2007년부터는 평(坪), 돈 등 일제강점시대부터 사용되어온 비법정단위에 대한 계도 단속을 통해 법정단위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지난 7월 4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우리 정부는 발빠른 대응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았고, 얼마전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도 출범하였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성공여부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냐를 뛰어넘어 얼마나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냐에 달려 있고, 그 기본엔 계량측정이 있다.

또한 급속한 산업발전 속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법정계량제도는 국제 신뢰도 제고라는 환경 조성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활발한 수출 활동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한편, 공정한 상거래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라는 기본적인 역할에도 충실해 왔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 28년(1446.10.26) 길이의 표준자인 신영조척(尺)과 부피의 표준인 斛(곡), 斗(말), 升(되), 合(홉)등의 계량표준체계가 처음으로 확립되었고, 이를 기념하는 제1회 ‘계량의 날’ 행사가 1966년 10월 26일에 개최됐다.

현재는, ‘계량측정의 날’로 명칭이 변경되어 올해로 49회를 맞이하게 됐다. ‘계량측정의 날‘ 행사는 계량측정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기 위한 행사로서, 미래세대 및 기존 세대들이 다함께 참여해 계량측정의 중요성 및 계량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기회를 갖는 행사이다.

충북혁신도시에 위치한 국가기술표준원에는 계량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계량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 표준 원기, 유물 549점을 관람할 수 있다. 가을 여행 가는길에 잠시 계량박물관에 들러 계량속에 담긴 ‘한 끗 차이’ 극복 역사를 둘러보는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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