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가상화폐(암호화폐) ‘리브라’의 앞날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은 온라인전자결제업체인 미국 페이팔 홀딩스가 리브라운영단체(협회) 가입을 보류한다고 표명하고 다른 기업들도 탈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각 국 금융 당국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업체들의 동맹 관계마저 흔들려 편리성 향상과 수익 다각화를 노리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는 계획 표명 이후 최대의 시련기를 맞게 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페이팔은 4일(현지 시간) “현 시점에서는 (운영단체인) 리브라협회 참여를 보류한다”는 성명을 냈다. 세계 금융 당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그에 따른 규제나 감독의 강화를 경계한 조치로 풀이된다. 페이팔은 온라인 결제서비스 분야의 선두 주자이고, 현재 페이스북에서 리브라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데이비드 마커스 씨가 이 페이팔 출신이다. 따라서 가족이나 다름없는 페이팔의 철수는 리브라 프로젝트에 치명타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리브라 구상을 발표했다. 각국의 금융 당국은 그룹 전체로 27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국경을 넘어서 쉽게 송금이나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하면 ‘돈세탁’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계하고 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효과도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금융 당국이 리브라협회 참가 의향을 표명한 기업에 대해 법령준수 확인 등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반영해, 기업들 사이에서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각서를 교환한 단계로 가입한 것은 아니다”라는 식의 신중한 자세가 눈에 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달 초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도 리브라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커스 씨는 이 보도를 접하고 트위터를 통해 “리브라협회의 최초 멤버는 수 주 내에 결정된다”고 밝혔다. 6월에 구상을 표명했을 때에는 28개 기업 및 단체가 참가한다고 표명했지만 이제부터의 참가기업 증감이 리브라의 기세를 파악하는 시금석의 하나가 된다.

페이스북은 당초 리브라 서비스를 2020년에 개시할 계획이었지만 금융 당국 등의 반발을 반영해 “적정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자세를 바꿨다. 그러나 예정이 크게 지연되거나 사업 자체를 철회하는 일이 생긴다면, 회사의 경영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개인정보의 부정이용 등의 문제로 곤욕을 치른 바 있어, 개인정보나 그것을 과도하게 활용한 광고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리브라로 대표되는 결제서비스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는 인터넷업체가 결제서비스를 큰 사업으로 육성한 사례도 있다. 페이스북의 움직임은 이 같은 추세를 따르는 것인데, 앞으로 전개 과정에서 성장 전략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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