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배차 서비스 업체 그라브는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소프트뱅크로부터 14억6000만 달러를 투자를 약속받았다.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투자자금이 확대되는 추세다.

싱가포르 신흥미디어인 딜스트리트아시아의 집계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1~6월)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상위 50개 사의 자금 조달금액은 64억 달러(약 7조6000억 원)로 넘어서 일본의 4배 규모에 달하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연간으로는 2018년의 118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재팬벤처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기준은 약간 다르지만, 1~6월 일본 비상장 스타트업의 조달금액은 약 1700억 엔(약 1조8000억 원)으로 2018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딜스트리트아시아의 집계에는 신규 상장 후 자금조달이나 융자, 인수합병(M&A) 등도 포함한다.

미국 구글과 싱가포르 정부계 테마섹 홀딩스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디지털경제 규모는 2025년에 2018년 대비 3.3배인 240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지 인터넷쇼핑몰과 여행예약사이트, 인터넷미디어, 공유서비스 등의 성장이 두드러져, 이들 스타트업으로 외국자본의 유입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동남아 역내에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의 10배인 데카콘이 2곳 있다. 싱가포르 그라브와 인도네시아 고젝이라는 배차 서비스 업체로 동남아 지역 자금 조달을 주도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대중교통이 열악한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현지에 보편화돼 있는 이륜택시도 포함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배차서비스를 정착시켜 시민의 이동을 지원한다. 택배나 전자화폐에서도 존재감을 높였다.

그라브는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소프트뱅크로부터 14억6000만 달러를 투자를 약속받았다. 고제크는 중국 텐센트와 구글 등에서 2019년 1~2분기에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대상국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중심에서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베트남의 전자결제 서비스 ‘모모’를 운영하는 M서비스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미국 투자펀드에서 1억2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동남아 역내에서 1억 달러 이상을 모은 스타트업은 2018년 연간으로 7곳이었지만 2019년 상반기에 벌써 9개로 늘어났다. 하반기 들어서도 자금 유입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KPMG에 따르면 2019년 1~6월 세계 벤처캐피털(VC) 투자금액은 108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중국 스타트업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36Kr의 집계에서는 1~6월 스타트업 조달액이 2018년을 30% 이상 밑도는 추세다. 미중 무역마찰이나 신규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부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금융 완화를 배경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내건 벤처캐피탈이 높은 수익을 노려 투자처를 중국에서 동남아로 옮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과열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인도네시아 유니콘의 상징인 인터넷쇼핑몰 부카라팟쿠를 꼽는다. 이 회사는 최근 직원의 약 10%를 해고했는데, 이를 두고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남아 역내 스타트업 기업의 기업가치가 실상보다 부풀러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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