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10일 회장에서 퇴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10일 회장에서 퇴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10일은 창립 20주년 기념일이고 마 회장의 55번째 생일이기도하다. 미중 무역 전쟁이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길러내고 퇴임을 결정한 이 최고경영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마 회장이 알리바바와 함께 해온 지난 20년을 되짚어본다.

알리바바는 10일 저녁 본사가 있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의 올림픽 경기장에 국내외 직원 수 만 명을 모아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마 회장도 이 자리에 참석해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마 회강의 향후 거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알리바바에는 내년 7월 주주총회까지 이사로 남아있을 예정인데, 경영 수장의 자리는 1년 전에 자신이 후계자로 지명한 장융 최고경영자(CEO)에게 넘겼다.

“우리는 세 가지 목표가 있다. 102년 지속하는 기업, 중국의 중소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EC) 기업이다.”

1999년 말, 그는 동지가 된 17명의 창업 멤버 앞에서 이렇게 말하고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102년은 20세기부터 22세기까지 3세기 동안 존속하는 기업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의미이다.

마 회장은 창업 후 20년 동안 계속해서 성과를 냈다.그의 강점은 유머 넘치는 입담으로 사람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창업 직후 만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그 중 한 명이다.

“마 회장과 만나 5분 만에 결정했다. 그의 눈에서 카리스마를 보았다.”

손 회장은 2000년 베이징 시내의 호텔에서 처음 마 회장을 만났을 때 그 자리에서 즉시 이렇게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설립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중국의 인지도 낮은 EC 기업에 약 20억 엔(약 220억 원)의 거액을 출자하기로 바로 결정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마 회장이 손 회장의 신뢰를 단박에 얻은 것이다. 이후 마 회장이 2007년에 소프트뱅크 이사로 취임하는 등 두 사람은 강력한 동지 관계를 맺고 두 회사의 사업을 단번에 확대해 나갔다.

그 중에서도 마 회장이 만든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타오바오’나 ‘T몰’은 넓은 국토의 중국을 그물망처럼 덮는 물류망과 함께 상품을 신속하게 전 국토에 전달해 중국인을 매료시켰다.

알리바바는 중국 경제 흐름에도 잘 편승하며 급성장을 이뤘고, 창업 15년째인 2014년에는 염원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실현했다.

“나의 이야기는 15년 전에 방문한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2014년 9월, 마 회장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정확히 알리바바를 창업한 15년 전이다. 마 회장은 미국 서해안을 돌며 IT 버블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IT가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안고 중국으로 돌아온 마 회장은 그 즉시, 17명의 동료와 함께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그리고 15년 후. 중국에서 맹렬하게 일해 온 마 회장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선 곳이 뉴욕인 것이다. 시초가는 공개가격을 30% 이상이나 상회해 시가총액은 2300억 달러를 넘어 중국 기업의 존재감을 세계에 여실히 드러냈다. 도요타자동차의 시가총액도 뛰어넘었고, 마 회장 개인도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한편, 미국 상장이 있던 2014년 전후로 마 회장의 발언은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

“인터넷 업계에서 48살은 더 이상 젊지 않다. 70년대, 80년대 태생의 동료들이 우리보다 미래를 더 잘 이해하고 내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이 발언 직후인 2013년 5월. 마 회장은 우선 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직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상장 이듬해인 2015년 5월에는 후계자인 장융을 CEO에 앉혔다. 마 회장은 이때부터 퇴임을 염두에 두고 알리바바의 미래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준비해 왔다. 이런 마 회장을 두고, 알리바바 관계자는 “항상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마 회장의 일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후계자의 육성을 추진하면서도, 알리바바는 순조로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에는 마침내 소매 시장의 거래 총액이 우리 돈으로 550조 원을 돌파하고 2018년에는 1000조 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가 됐다. 거침없는 행군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2017년부터는 스마트폰을 사용한 결제 ‘알리 페이’를 폭발적으로 보급시켜 지금 중국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사회인프라로 키웠다.

그러나 기업이 급성장하는 한편으로, 마 회장 개인에 거는 중국 사회의 기대는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의 경계를 벗어나 사회적 역할을 요구해 압박을 주고 있다.

“미중 관계가 더 강화되고 우호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2017년 1월 9일. 마 회장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와 회담한 후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미국에서 100만개의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약속 등을 하고 카메라를 향해 웃었지만 그 마음은 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중국에서 존경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마 회장의 행동 대부분은 ‘중국의 얼굴’처럼 이용되고 그에 따라 그의 발언도 중국 정부의 의향을 의식하게 됐다.

꼭 1년 전인 2018년 9월. 1년 후 회장을 퇴임하고 그 자리를 장 CEO에게 물려준다고 발표하기 직전에도 자유롭지 못한 신세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마 회장과 매우 가까운 한 관계자는 “발표 직전까지 그는 마음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고 밝힌다.

또 2개월 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났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갑자기 마 회장이 공산당원이라고 보도했다. 알리바바에게는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는 보도다. 중국 정부가 마 회장이 당원이라고 일부러 공표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마 회사를 완전히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관계자들은 이해하고 있다.

이 일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마 회장이지만 그래도 “회장 퇴임 발표 이후에는 마음의 안정을 조금씩 찾았다”라고 관계자는 밝힌다.

10일의 2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마 회장을 잇는 장 CEO가 알리바바의 새 경영이념을 발표한다. 새로운 선장을 받아들인 알리바바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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