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 강정민 전 원안위원장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비밀 핵무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임무 중 하나는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로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1942년 12월 2일 시카고 대학에 본부를 둔 유럽 난민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와 레오 실라드가 이끄는 팀이 흑연더미 내부에서 우라늄 덩어리 사이를 이동하는 중성자에 의해 유지된 최초의 핵분열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흑연더미 운영으로 어떻게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고 제어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한 후, 팀은 멀리 동부 워싱턴 주 콜롬비아 강 핸포드 부지에 3기의 거대한 고출력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를 설계하고 건설하기 위해 두퐁 회사와 협력하였다.

이 원자로들은 1945년 7월 16일 남부 뉴멕시코 사막에서 실시한 첫 핵실험을 위한 플루토늄을 생산했으며,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를 파괴한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했다. 전후 11기의 생산로가 추가 건설되어 총 14기 원자로는 냉전시대에 미국이 수만 기의 핵무기를 제조한 플루토늄을 생산하였다.

1944년 핸포드 원자로가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페르미는 뉴멕시코의 로스알라모스로 옮겨 플루토늄 핵무기의 설계 작업을 시작했다. 시카고에서 실라드와 원자로 설계팀의 몇 명은 원자력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핵분열 에너지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우라늄 광석이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연쇄반응하는 우라늄-235(U-235)는 천연 우라늄의 0.7%만을 구성한다. 거의 나머지는 연쇄반응하지 않는 우라늄-238(U-238)이다.

플루토늄 증식로의 꿈

핸포드 원자로에서 U-235 원자 10개가 소비될 때마다 U-238의 약 7개 원자가 중성자 흡수에 의해 인공 연쇄반응 동위원소인 플루토늄-239(Pu-239)로 전환된다. Pu-239의 핵분열에 의해 방출된 중성자들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U-238을 Pu-239로 전환시킬 수 있다.

실라드는 핵분열된 플루토늄의 모든 원자에 대해 U-238에서 플루토늄 원자가 하나 이상 생성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 경우 원자력을 위한 자원은 U-238이 될 것이고 동일한 양의 우라늄으로부터 약 100배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평균 지각 암석 1톤에 들어있는 3그램의 U-238이 Pu-239로 전환되어 핵분열된다면, 방출되는 에너지는 석탄 1톤을 태워 방출되는 것보다 10배 더 클 것이다.

따라서 실라드가 플루토늄 "증식로" 원자로라고 불렀던 것이 설계될 수 있다면, 인류문명의 에너지문제는 수천 년 간 해결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증식로 원자로가 "꿈의 기계"라고 불린 이유이다.

실라드는 플루토늄의 핵분열에 의해 생성된 중성자의 수를 중성자의 에너지 함수로 조사하여, 그의 아이디어가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지닌 "고속" 중성자에 의한 핵분열 연쇄반응에 작용함을 발견했다.

핸포드 원자로에서 중성자는 원자로를 구성하는 흑연 "중성자 감속재"의 탄소 핵과의 충돌에 의해 감속되었다. 이것은 저속중성자만이 연쇄반응하는 U-235의 비율이 적은 천연우라늄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U-238에 15% 이상의 플루토늄이 혼합된 핵연료를 원자로에 공급하면 고속중성자로 핵분열 연쇄 반응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로는 노심에서 핵분열 열을 제거하기 위해 냉각재가 필요하며, 오늘날 대부분의 원자로에서 냉각재로 사용되는 물은 중성자를 감속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수소가 들어 있다. 수소 원자핵을 구성하는 단일 양성자는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중성자와 무게가 거의 똑같다. 중성자와 양성자가 충돌할 때, 같은 질량의 빠른 당구공과 정지한 당구공 사이의 충돌처럼, 중성자는 양성자에 에너지의 많은 부분 또는 전부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실라드는 당구공이 캐논볼에 부딪혀 튀어 나오는 것처럼 중성자가 에너지 손실을 줄이면서 튀어 나올 무거운 핵을 가진 냉각재를 물색하였다. 그는 액체 나트륨을 택했다. 나트륨핵은 수소핵보다 23배 무겁고, 중성자를 상대적으로 흡수하지 않는다. 나트륨은 금속으로서 열 전도율도 높다. 나트륨의 녹는점은 비교적 낮은 98℃이다. 원자로가 그 온도 이상으로 유지되면, 원자로가 운전되지 않을 때에도 냉각재는 액체상태로 유지될 것이다.

실라드에게 설득력 있는 동일한 고려 사항은 증식로를 개발하기 위한 거의 모든 후속 노력에서 액체금속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증식로의 단점

실라드는 플루토늄으로 전 세계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아이디어에 단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1947년 "원자력, 전력의 소스 또는 문제의 소스" 연설에서 그는 증식로를 이용하여 활용될 수 있는 막대한 에너지원에 대해 열광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때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불행히도 플루토늄은 중요한 원자력 연료일 뿐만 아니라 원자폭탄의 주요 성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핵폭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면 원자력을 가질 여력이 있습니까? 우리가 평화에 의지할 수 없다면 우리는 핵폭탄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습니까?”

실라드의 아이디어는 그의 경고보다는 핵 커뮤니티에 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플루토늄 증식로를 개발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 시작되었다. 1951년 미국 원자력위원회의 국가원자로시험기지(현 아이다호국립연구소)에서 실험용 증식로-1(EBR-1)은 임계에 돌입했다. 영국의 돈레이 고속로(1959), 프랑스의 랍소디(1967), 구소련의 BOR-60(1969)이 그 뒤를 이었다.

나트륨 냉각 원자로의 주요 기술적 문제는 나트륨이 공기 또는 물과 접촉하면 발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증식로에 핵연료를 장전하는 동안 공기를 배제하기 위해 매우 복잡한 준비가 필요하다. 원자로 또는 배관을 열기 전에 모든 나트륨을 제거해야 하므로, 원자로 또는 배관의 내부 수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만약 발전소의 증기발생기 중 하나에서 뜨거운 액체나트륨과 물을 분리하는 얇은 금속막에서 누설이 발생하면 그로 인한 화재로 인해 증기발생기가 파손될 수 있다.

고속중성자 원자로는 또 다른 원자력 안전 문제를 가지고 있다. 수냉각 원자로에서 물이 과열되어 끓을 경우 증기 거품은 물 밀도를 낮추어 중성자에 대한 감속효과는 감소하여 U-235에 포획되는 중성자 비율은 더 적어져서 저속 중성자에 핵분열하는 U-235의 연쇄반응을 정지시킨다.

대조적으로, 고속중성자가 연쇄반응을 유지하는 플루토늄 핵연료 증식로에서 나트륨이 끓어서 밀도가 낮아지면 중성자가 더 빨리 움직이고 핵분열 당 중성자가 더 생성되어 에너지가 증가한다. 그 결과 노심이 녹아서 더욱 반응적인 형태로 바뀌어 원자로의 격납건물을 파괴하고 외부 대기로 방사성 노심 물질을 확산시키기에 충분한 소규모 핵폭발을 초래할 수 있다. 최초의 고속로인 EBR-1의 노심은 부분적으로 녹았었다.

1966년 한 전력회사가 운영한 최초의 소형 증식로인 페르미-1(Fermi-1) 또한 부분적 노심 용융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는 "우리는 거의 디트로이트를 잃을 뻔 했다" 라는 제목의 책과 노래의 소재가 되었다. 운영이 허가된 9년 동안 페르미-1은 단 1개월 이하의 전 출력 운전하면서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발견된 우라늄의 양은 훨씬 많았으며 예측보다 훨씬 낮은 전력수요 증가

민간용 원자력발전소 개발에 참여한 1세대 원자력기술자가 증식로를 연구하는 동안, 미국 해군은 잠수함 추진을 위해 일반 물로 냉각시키고 중성자를 감속시키는 원자로를 서둘러 개발하였다.

그러한 원자로는 캐나다에서 개발된 "중수" 원자로와 구별하기 위해 "경수로"(LWR)라고 불린다.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 아래 오하이오 강가에 있는 미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쉬핑포트는 원래 항공모함에 동력을 공급하려고 설계된 경수로(LWR)였다. 이 원전은 60 메가와트(MWe)의 전력 생산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1957년에 가동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원자력을 지배하는 1,000 MWe급 경수로의 모델이 되었다.

1970년대에는 알려진 우라늄 자원이 그 전 예상보다 천 배나 증가했으며, 단기 우라늄 부족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인 계획 기간을 넘어 사라졌다. 또한 1979년 미국의 쓰리마일아일랜드 2호기 노심의 부분 용융 사고로 안전 요구사항이 증가하여 원자로의 자본비 및 운영비가 모두 증가했다. 이로 인해 원자력발전 비용에 있어서 우라늄 비용의 상대적 비율를 감소시켰다. 2018년 우라늄 비용은 원전 생산 전력비용의 불과 몇 %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우라늄연료에 대한 원자력의 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2018년말 현재 전 세계 원자로는 약 1기가와트(1GWe 또는 1,000 메가와트) 발전용 원자로 400기에 해당하는 발전용량이다.

이 발전용량은 미국 원자력위원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0년 전에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작으며 그 구성도 크게 달랐다.

1975년 IAEA는 2000년 세계 원자력 발전용량이 약 2,000 GWe, 그 중 약 10%는 증식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AEA는 그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망하지 않았지만, 1974년 미국 원자력위원회는 미국만으로 2010년에 2,300 GWe의 원자력 발전용량을 보유할 것이고 그 용량의 약 4분의 3은 증식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년말 현재 미국은 약 100 GWe 발전용량의 경수로를 보유하고 있으며, 증식로는 없다. IAEA는 전 세계적으로 454기의 "운영 중" 발전용 원자로 중 373기가 경수로였고 2기는 러시아의 나트륨 냉각 프로토타입 증식로라 밝혔다. 인도는 완공이 가까운 프로토타입 증식로를 가지고 있고, 중국은 최초의 5년 반 운영기간 동안 1시간 분량의 전력만을 생산한 20 MWe의 작은 실험용 고속로를 가지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세계 원자력업계는 세기 말까지 수백 기의 증식로가 건설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몇몇 주요 산업국가들은 증식로를 위한 초기 노심용 플루토늄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것은 나가사키-형 핵폭탄용 플루토늄 분리를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여 약 1 %의 플루토늄을 함유한 경수로 사용후핵연료를 화학적으로 "재처리" 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전기출력 1 GWe 증식로의 첫째와 둘째 노심에 제공되기 위한 약 10톤의 플루토늄 소요량을 고려하면 IAEA가 예상한 2000년에 200기의 증식로를 기동하기 위해서는 2,000톤의 분리된 플루토늄이 필요하게 된다. 이 양은 냉전 기간 동안 핵폭탄용으로 분리된 플루토늄 량의 약 10배에 해당한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영국, 미국 모두가 대규모 민간 재처리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1990년대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 공장만 완공되었고, 2018년말 기준 일본 공장은 정규 운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인도 핵실험으로부터의 경종

미국에서 재처리를 재검토하게 된 계기는 1974년 5월 18일 인도 최초의 핵실험 때문이었다. 미국의 ‘평화적 원자력 프로그램’은 현대화의 열쇠인 원자력에 중점을 둔 인도를 지원하여 증식로와 재처리 프로그램의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였다.

인도 정부는 "미소 짓는 부처" 핵실험은 미국 핵무기연구소들이 핵실험 금지를 위한 제안과 싸우면서 권장한 아이디어인 항만 채굴 및 기타 목적으로 사용되는 "평화적 핵폭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 미국 정부 전문가들은 인도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해 명목상 민간 재처리 노력을 기울였다고 결론지었다.

미국은 또한 브라질, 한국, 파키스탄, 대만(당시 군사 통치하에 있던 국가들)이 재처리시설 구입을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제럴드 포드 행정부는 이러한 구매를 막기로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그 국가들에서 재처리공장은 건설되지 못했다.

미국의 "플루토늄 경제" 장려에 대한 비평가로서 지미 카터는 1977년 대통령이 되었으며, 미국의 증식로 개발 프로그램의 근거에 대해 재검토를 시작했다. 미국의 원자력 연구개발 커뮤니티와 그에 대한 미 의회와 외국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증식로는 불필요하고 비경제적이라고 결론지었다.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많은 우라늄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증식로는 불필요했고, 경수로와 비교할 때 액체나트륨 냉각 원자로는 고비용과 낮은 신뢰성으로 인해 비경제적이었다.

따라서 카터 행정부는 테네시 주 클린치리버의 프로토타입 증식로 건설 작업을 중단시켰고,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제2부지로 설립된 에너지부의 사바나리버 부지 옆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반웰의 거의 완공단계인 민간 재처리공장의 허가를 중단시켰다. 미 의회는 증식로 프로젝트의 해체를 반대했지만 건설비용이 계속 올라갔기 때문에 카터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이를 취소했다.

이어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상업 재처리가 정부 보조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의 원전운영회사들은 분리 플루토늄에 대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심층 지하 처분장에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처분하는 것이 재처리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결론지었다. 반웰 재처리공장은 미완공으로 남았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에 힘입어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반원자력활동가들이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 바이에른 와카스도르프 마을 근처의 대규모 독일 재처리공장 건설 현장을 포위했다. 결국 1989년 독일의 원전업계는 군사용 재처리 프로그램에서 개발한 전문지식과 인프라를 국내 및 해외 원전업계의 플루토늄 분리를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한 프랑스와 영국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것이 골치 거리도 덜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으로 결정했다.

독일 전력업체들은 1991년 증식로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재처리를 위해 사용후핵연료를 계속 해외로 보냈다. 그들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을 위한 소외 부지의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재처리 계약의 대부분은 재처리에서 나온 플루토늄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소유 국가로 반환된다고 규정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독일에서 프랑스로부터의 재처리 폐기물의 반환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핵 시위가 다시 일어났다.

구소련에서는 시베리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 근처 군수용 플루토늄 생산센터에 민간용 재처리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이 자금 부족으로 1990년대에 끝났다. 그러나 발전용 원자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는 우랄 오제르스크의 작은 군수용 재처리공장에서 계속되었다.

2018년 기준, 러시아와 인도의 원자력계는 증식로 개발 프로그램을 천천히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 운영의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가 소규모 실험용 민간 재처리 및 증식로 시설을 건설했다. 둘 다 운영상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NNC는 중간 규모의 재처리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경수로용 플루토늄 핵연료

1998년 프랑스는 그 동안 건설된 것 중 최고출력(1.2 GWe) 증식로인 슈퍼피닉스를 폐쇄했다. 나트륨 및 공기 누출 그리고 기타 문제로 인해 그 원자로는 운전 12년 동안에 최고 출력의 1/3년에 해당하는 전력만을 생산했다.

건설되지 않은 증식로를 위해 분리된 누적 플루토늄은 어떨까? 프랑스 원자력계는 고속로가 결국 건설될 것이며, 재처리는 기존의 경수로 핵연료에서 잉여의 분리된 플루토늄을 "재활용" 함으로써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와 프랑스에 사용후핵연료를 보낸 외국의 전력회사들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여 분리한 플루토늄과 열화우라늄의 혼합물로 "혼합산화물"(MOX) 핵연료를 제조하였다. (열화우라늄은 우라늄 농축과정에서의 우라늄폐기물)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소규모 MOX 핵연료공장 2곳을 운영하는 벨고뉴클레어와의 공동 운영한 후, 1995년 프랑스는 마쿨 부지에 대규모 멜록스(MELOX) MOX 핵연료 제조공장을 가동했다. 경수로에서 MOX 핵연료를 사용함으로써 프랑스의 저농축우라늄(LEU) 요구량이 약 10% 감소했다.

일본 원자력계는 초기에는 사용후핵연료를 프랑스와 영국에서 재처리하여 일본으로 보내기 전에 MOX 핵연료로 제조하는 유사한 접근법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국에서 제조된 MOX 핵연료의 첫번째 배치에 대한 품질관리 데이터 위조를 둘러싼 2000년의 스캔들로 야기된 대중의 반대에 의해 일본에서의 MOX 핵연료 사용은 10년 지연되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이는 더 지연되었다. 어느 경우든 MOX 핵연료의 경제성은 끔찍했다. 2000년 프랑스에서는 사회주의자 총리 리오넬 조스팽이 위임한 엄격한 평가에서 재처리 비용을 포함하여 MOX 핵연료의 생산은 LEU 핵연료의 5배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은 재처리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임으로써 이익을 얻었다. 일본, 독일,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의 전력업체들은 프랑스와 영국과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고 회수된 플루토늄을 MOX 핵연료로 가공하도록 계약을 했다. 영국에서는 외국의 경수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가 소프(THORP)와 셀라필드 MOX 핵연료공장 건설의 근거가 되었다. THORP는 영국의 가스로 사용후핵연료도 재처리했지만, 분리한 플루토늄은 단순 저장하였다.

그러나 2000년 원자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결정의 일환으로 독일은 재처리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자국에 대규모 재처리 공장 건설을 시작한 이유로 프랑스나 영국과의 재처리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영국에서 재처리를 위해 남은 유일한 고객은 영국의 가스로와 단일 경수로의 소유권을 인수한 프랑스의 EDF였다. 그런데 EDF 또한 재처리 계약 갱신을 거부했다.

외국과 국내 고객 모두 재처리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하였기에 영국 정부는 재처리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기존 재처리 계약을 완료하고 셀라필드의 플루토늄 및 재처리 시설의 정화작업(방사능 제염)을 수행하기 위해 원자력해체기구(NDA)를 설립했다. 2018년 그 정화작업 비용은 910억 파운드(1200억 달러)로 추산되었다. 2018년 기준 영국의 폐쇄된 1세대 마그녹스 원자로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오래된 공장에서의 작업은 2020년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외국의 재처리 고객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정부 소유의 핵연료 서비스 및 원자로 건설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EDF가 재처리 계약을 갱신하도록 강제했다. 아레바는 원자로 건설 및 우라늄 채광 사업에 자산을 손실했다. 2018년 1월 아레바는 우라늄농축 및 재처리에 중점을 둔 소규모 회사인 오라노로 조직 개편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민간용 플루토늄 분리는 핵연료에서의 플루토늄 사용량보다 엄청나게 초과했다. 결과적으로 냉전종식에도 불구하고 분리된 플루토늄의 전 세계 재고량은 계속 증가하여 민간용 플루토늄 재고는 2018년 약 300톤에 이른다.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위한 재처리?

반세기에 걸친 상용화 노력의 실패와 경수로에서의 플루토늄 재활용으로 사용된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추가 LEU 핵연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증식로 프로그램이 취소되거나 연구개발만 하다보니,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재처리 프로그램의 지속을 정당화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졌다.

재처리 및 액체나트륨 냉각 고속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핵폐기물의 부피 및 방사성 독성을 줄인다는 새로운 비경제적인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주장은 방사성 사용후핵연료 매장에 대한 대중의 우려와 관련이 있다.

재처리 지지자들은 플루토늄 그리고 우라늄으로 시작하여 다수의 중성자 포획에 의해 형성된 주기율표 상부의 초우라늄 원소가 분리되어 핵분열 될 수 있다면, 장기간의 방사성 독성과 폐기물 양은 훨씬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냉식 원자로의 저속 중성자와 달리 나트륨냉각 원자로의 고속중성자는 이론상 모든 초우라늄 동위원소를 핵분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주장은 재처리뿐만 아니라 나트륨냉각 고속로에 대한 정당성을 제시한다. 그래서 원래 플루토늄 증식로로 발명된 나트륨냉각 원자로는 현재 버너(burner) 원자로로 선전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및 타 국가의 방사성폐기물 전문가들은 이 논쟁을 검토하여, 사용후연료 처분장에서 지표면으로의 방사능 누출로 인한 피폭은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해 지배되고, 초우라늄 물질을 핵분열시키는 이점은 여러 번의 재처리 및 고속로에서의 재활용의 경제적 및 환경적 비용을 정당화하기에는 너무 적다고 결론지었다.

악몽

플루토늄 분리와 재활용이 단지 비경제적이며 환경적 혜택만 없는 것이 아니라 재처리는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위험을 발생시킨다.

직접적인 위험은 플루토늄이 핵무기 물질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맹독한 방사성 핵분열생성물로부터의 분리는 핵무기 제조 가능성과 "더티밤(dirty bomb)"의 잠재적 사용 가능성에 대해 국가 및 테러 단체가 접근하기 쉽게 만든다.

플루토늄 증식로로부터의 수천 년간의 에너지 꿈은 민간용 핵연료주기를 순환하는 수만 기의 나가사키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분리된 플루토늄의 악몽과 관련된 의미로 대체되었다. 우리는 일본과 다른 핵무기 비보유국들이 결코 플루토늄을 핵무기로 사용하도록 유혹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재처리 공장에 저장되고, 핵연료 제조공장으로 운송된 후 원자력 발전소로 운송되는 분리된 플루토늄이 테러리스트 또는 외국의 요원에 의해 도난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 할 수 있는가? 2003년 이란의 비밀 우라늄농축시설의 폭로가 핵비확산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 당시 IAEA 사무총장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는 2005년 새로운 재처리 및 우라늄농축 시설에 대해 5년간 유예할 것과 그러한 시설들을 다국적 통제아래 설치할 계획을 제안했다.

우리는 현재의 원자력 발전소용 핵연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우라늄농축공장의 경우 이 제안을 지지한다. 그러나 재처리의 경우 우리는 엘바라데이의 제안을 뛰어넘을 것이다.

재처리가 불필요하고 비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는 재처리를 완전히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경수로 사용후핵연료가 재처리 될 것이라는 실패한 기대에 의해 간접적으로 야기된 핵안전 악몽도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래 설계된 것보다 몇 배나 높은 밀도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저장된다. 원자로 노심과 거의 같은 장전 밀도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각 핵연료 집합체를 중성자 흡수벽이 있는 상자 안에 넣어야 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그들이 교체한 공개격자랙(open-frame racks)과 달리 핵연료가 부분적으로 공기에 노출된 지점으로 수위가 내려가면 공기냉각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한 동안, 4호기의 밀집 저장조에 담긴 물이 빠져 나갈까 두려워했다. 이후 수행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가장 최근에 방출된 사용후핵연료 내 단반감기 핵분열생성물로부터의 방사성 붕괴열이 사용후핵연료 지르코늄 피복관에 화재를 일으키도록 핵연료를 가열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재는 저장조의 오래된 핵연료로 퍼져 나갔고, 결과는 2011년 3월에 실제로 발생한 3기의 원자로 노심 멜트다운에 의해 방출된 장반감기 방사능보다 100배 높은 방사능이 대기로 방출된다는 것이다.

풍향에 따라 방사능에 오염된 바람 때문에 집이나 직장에서 수천만 명이 강제 퇴거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려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약 5년간 냉각한 후에 사용후핵연료를 공냉식 건식 캐스크로 옮겨야 한다. 그때까지는 사용후핵연료를 물로 냉각시킬 필요가 없도록 충분히 냉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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