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비상장 유망기업 ‘유니콘’에 대해 엄격한 시선을 던지기 시작했다. 사무실공유 사업체 ‘위워크(WeWork)’의 운영사인 위컴퍼니는 상장 시의 예상 시가총액이 1월 시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발 앞서 상장에 나선 차량공유 기업 우버 테크놀로지와 리프트의 주가는 상장 후 낮은 가격대에서 움직이는 추세다. 경기 확대기조가 다 끝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지고 든 것이다.

미국 기업에서 대표 유니콘으로 평가되는 위컴퍼니. 이달로 예정돼 있는 기업공개(IPO)에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다음 주에 투자자설명회(로드쇼)가 진행될 전망이지만,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 인터넷 판에 따르면, 위컴퍼니와 대주주 소프트뱅크 그룹의 논의에서는 상장 연기도 선택지에 들어 있다.

IPO에서 커다란 문제는 공개가격이다. WSJ에 따르면, 위컴퍼니의 주간사 측은 시장 동향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시가총액을 200억 달러(약 24조 원) 정도로 상정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지난 1월 출자 시에 계산했던 기업 가치는 470억 달러였다. 불과 8개월 만에 평가액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누계 100억 달러 이상 출자 한 대주주 소프트뱅크의 감정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일이다.

올해 상장한 ‘원조 유니콘’의 주가는 명암이 엇갈린다. 영상회의시스템 업체인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와 같이 호조를 유지하는 곳이 있는 반면에 우버의 주가는 5일 현재 상장 시보다 약 30% 밑돈다. 리프트도 상장보다 떨어져, 상장 시 신주를 구입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주고 있다.

위컴퍼니, 리프트, 우버 3사의 공통점은 수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컴퍼니의 경우 2017년에 8억8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는 매출 규모와 비슷한 16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적자 행진은 이어져 상반기에 벌써 6억8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반면에 줌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미래의 성장성이 중시돼 적자 체질이라 해도 고가가 허용됐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 투자자가 옥석 선별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은 경기 둔화 우려다. 많은 유니콘은 2008년 리먼쇼크 이후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IPO 전문가들 사이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불황기에도 견딜 수 있는지 검증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에 등장한 위컴퍼니는 스스로를 테크놀로지 기업이라고 규정하지만 현재 매출 대부분은 사무실 임대료 수입에서 나온다. 경기 확대기에는 사무실이 부족하고 임대료는 상승하지만 불황기에는 세입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을 축소하거나 철수하기도 한다. 경기에 좌우되기 쉬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누려온 기업 가치는 사상 최장의 경기 확대기에 넘쳐나는 투자자금을 배경으로 한다. 그것이 경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상장 시 시가총액이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된 것이다.

“우리는 제2의 아마존이 된다.” 우버의 다라 코스로우샤히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첫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장 후에도 오랫동안 적자가 지속됐던 아마존과 우버를 중첩시켜 눈앞의 손익보다는 성장성을 평가해달라는 메시지다. 그런데 경기 둔화가 감지되고 적자의 허용치가 줄어들면 투자자의 관심은 경쟁 심화와 규제 위험 등 부정적인 재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IT 버블시기에 상장한 벤처 기업은 2000년 버블붕괴 후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쳤다. 1997년에 상장한 아마존도 그 중 한 곳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며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우버와 위컴퍼니를 향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엄격해지고 있는 현실은 최근 몇 년의 유니콘 붐이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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