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딱 한 달만 빼고 월간 판매액이 전년 수준 밑돌았다. 에어컨은 재고가 계속 늘어나 그 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다.

중국 가전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딱 한 달만 빼고 월간 판매액이 전년 수준 밑돌았다. 에어컨은 재고가 계속 늘어나 그 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다. 그 여파가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전자업체가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현지 시장조사기관 쭝이캉스다이(中怡康時代)의 조사 자료를 인용해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중국 국내 가전 월간 판매 총액이 3월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동기 실적을 밑돌았으며, 감소폭이 평균 8%에 달해 시장 축소 경향이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가전 판매 감소는 우선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중국의 가계 부채 잔액은 2018년 말 47조 위안(약 7500조 원)을 넘어 5년 전의 2.4배로 불어났다. 국내 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53%(2013년 33%)로 급상승했다. 최근 몇 년간 대출이 주택이나 자동차 등의 소비를 견인해왔는데, 대출 상환이 부담으로 떠오르며 가전 판매에서 가장 먼저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전 시장 축소에는 부동산 정책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금융 불안정을 피하기 위해 각지에서 투기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가전 판매의 촉진제나 다름없는데, 규제에 따른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부동산 매매 억제로 2018년도 중국 국내 주택 판매 면적 증가율은 2.2%로 최근 3년 평균치인 11.5%보다 크게 떨어졌다. 신축이나 이사가 현격히 줄어들면서 이와 연동해 세탁기와 냉장고, TV 등의 판매도 같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세탁기의 100가구당 보유 대수는 도시 지역의 경우 90대를 넘고, 농촌도 80대를 넘는다. 냉장고도 도시와 농촌 모두 90대 이상이다. 이에 비해 에어컨은 일부 도시를 제외 하고는 보급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특히 주택이 많은 농촌 지역은 50대 정도다. 아직 수요를 일으킬 수 있는 품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세계 1, 2위 에어컨 제조업체인 주하이거리가전(珠海格力電器)과 메이디그룹(美的集団)은 공장가동률을 높였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의 위축이 농촌에 파급돼 이들 업체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쭝이캉스다이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 에어컨의 완제품 재고는 4월 기준으로 4860만대를 돌파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전 판매 감소는 이미 유통업체 실적에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양판 대기업인 궈메이유통(国美零售)은 2019년 상반기(1~6월) 결산에서 3억8000만 위안의 최종 적자를 기록했다. 쑤닝이거우(蘇寧易購)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60% 줄었다.

향후 가전 제조업체는 물론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 등에도 타격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에어컨 재고가 급증했을 때, 전력을 제어하는 파워 반도체를 공급하는 일본 미쓰비시 전기 등 일본 기업의 실적이 나빠졌는데, 이번에도 실적 하락이 우려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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